징계 취소 소송 냈으나 패소…법원 "비난 가능성 작지 않아"
PX 인기 화장품 빼돌리고 상습 도박…해병대 부사관 정직
1990년대 중반 해병대 하사로 임관한 A씨는 2018년부터 수도권 부대에서 매점(PX) 관리관으로 일했다.

그는 2019년 3∼4월께 PX 물품인 보습크림 10세트를 면장·부녀회장·어민회장 등에게 선물로 나눠줬다.

합치면 21만원어치였다.

성당 신부와 교회 목사에게는 홍삼 제품 7만원어치를 건넸다.

모두 대대장인 B 중령이 내린 지시였다.

A씨가 나눠준 보습크림은 이른바 '달팽이 크림'으로 불린 화장품이었다.

시중 가격보다 훨씬 저렴해 부모님이나 여자친구 선물용으로 장병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선물로 나눠 준 화장품과 홍삼 제품 비용을 메우기 위해 부대 인근 식당 사장의 개인카드로 28만원을 PX에서 결제했고, 이후 공금인 부대 상품관리비로 식당에 가서 같은 돈을 결제해 갚았다.

A씨는 식당에서 사용한 상품관리비는 PX 관리병 격려비로 썼다며 장부를 위조했다.

뒤늦게 이 같은 비위가 적발됐고, 그가 과거에 상습적으로 불법 도박을 한 사실까지 함께 드러났다.

A씨는 2019년 5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휴대전화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70여차례 불법 도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800여만원을 게임머니로 바꿔 홀짝을 맞추는 도박인 '파워볼' 등 했다.

해병대 군인징계위원회는 2021년 8월 성실의무와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으로 A씨에게 정직 1개월 처분을 했다.

그는 허위공문서작성·행사와 상습도박 혐의로 형사 재판에 넘겨졌으며 지난해 벌금 250만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다만 업무상횡령 혐의는 선고유예로 선처받았다.

그러나 A씨는 과거에 받은 징계 처분에 불복해 해병대사령부에 항고했고, 지난해 5월 기각되자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소송에서 "당시 대대장이던 B 중령의 지시를 받고 상품관리비를 사용했고 장부에 허위 내용을 썼다"며 "개인적으로 얻은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도박도 후배의 대출금을 갚아주려고 한 것"이라며 "이미 형사처벌까지 받은 점을 고려하면 정직 1개월 징계는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원은 당시 대대장 지시로 비위 행위를 했더라도 가혹한 징계는 아니라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천지법 행정1-2부(소병진 부장판사)는 A씨가 해병대 모 부대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29일 밝혔다.

법원은 정직 1개월 징계를 취소해 달라는 A씨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의 비위 정도를 고려하면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다"며 "정직 1개월은 국방부 훈령인 징계양정 기준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대장 지시에 따랐다는 A씨 주장은 이미 징계 당시에 참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징계를 통해 확립할 군 기강의 가치는 A씨가 받는 불이익보다 결코 작지 않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