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닥타닥…현대인의 만년필, 일상에 스며든 키보드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언젠가부터 키보드는 늘 함께다. 키보드와 보내는 시간은 하루 10시간 이상. 학창 시절 필통에서 볼펜, 연필 등 필기구를 꺼내며 일과를 열었다면, 지금은 키보드다. 누군가는 말했다. 키보드는 현대인의 만년필 같은 존재라고.

나에게 맞는 볼펜 모양과 색상, 필기감을 찾아 헤매던 시절처럼 요즘은 키보드를 찾아다닌다. 나에게 맞는 모양, 크기, 디자인의 키보드와 함께라면 업무 능률이 더 오를 것 같다는 기대에서다. 손끝에 닿는 키보드의 촉감을 칭하는 ‘키감’ 또는 ‘타건감’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나. 디지털 기기 판매점 앞은 ‘키감 좋은 키보드’ ‘타건감 예술인 키보드’ 등의 수식어를 붙인 다양한 키보드가 한가득이다.

키보드의 세계도 필기구만큼이나 넓다. 청축, 갈축, 적축 같은 생소한 용어는 기본이다. 키캡의 모양과 크기, 디자인에 따라 키감은 물론 소리도 제각각이다. 백라이트, 방수 기능 등 부가 기능까지 모아 보면 선택지는 수백 가지다. 키보드의 단짝인 마우스도 마찬가지다. 스크롤을 올리고 내리는 감촉이 좋은 마우스까지 더하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때마다 키보드를 바꾸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다.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데다 업무 효율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어서다. 이번에는 어떤 키감의 키보드를 쓸 것인가. 착착 시원하게 내리치거나 조용하고 부드럽게 누르거나…. ‘이 맛’을 깨달은 뒤로는 키보드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 수밖에.

취향에 맞는 키보드를 찾아다니는 일은 꽤 흥미롭다. 이왕이면 더 매력적인 키보드를 두드리며 업무를, 메신저 대화를, 인터넷 서핑을 하고 싶으니까. 묘하게 끌리는 키감의 키보드를 쓸 때면 글이 더 잘 써지는 것만 같으니까.

오늘도 손끝에 닿는 키보드의 촉감에 흠뻑 취해본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