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게 엮은 3천800개 철판 조각…신라무사 지키던 투구·갑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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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경주 쪽샘지구 무덤 연구한 보고서 3종 발간
C10호 무덤 출토 비늘갑옷 '찰갑' 등 분석…전체 모습 복원·재현 예정
유물 1천930건 나온 41호 무덤도 눈길…당시 장례 문화·특징 한눈에
2009년 4월 16일 신라 왕족과 귀족의 무덤이 밀집한 경북 경주 쪽샘유적 내 'C지구'에서는 발굴 조사가 한창이었다.
흙을 둥글게 쌓아 올린 봉분이 무너져 내린 한 무덤. 무덤 주인이 묻혀 있으리라 추정되는 주곽(主槨) 주변 구덩이를 파보던 조사단의 눈에 무언가 띄었다.
비늘 모양의 조각은 갑옷을 만들 때 쓰이는 소찰(小札)의 일부였다.
약 3개월간 내부 곳곳을 조사한 결과, 무덤에서는 목, 어깨, 몸통, 팔, 다리 등 각 부위를 보호할 수 있는 형태의 비늘 갑옷 '찰갑'(札甲)의 존재가 확인됐다.
온전한 찰갑과 마갑(馬甲·말이 착용한 갑옷) 한 벌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사례였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28일 공개한 '경주 쪽샘지구 신라 고분 유적ⅩⅤ-C10호 목곽묘 출토 찰갑 조사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투구와 갑옷을 만드는 데 3천800여 매의 소찰이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C10 무덤에서 발견된 찰갑은 머리를 보호하는 종장판주, 목을 보호하는 경갑, 상반신을 보호하는 상박갑·동찰·요찰, 하반신을 보호하는 상찰·대퇴갑과 하퇴갑 등으로 구성된다.
머리부터 다리까지 전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각 부위 흔적이 출토된 셈이다.
연구소는 "전쟁 등과 같은 상황에서 신체를 보호하는 갑주는 각 부위가 산발적으로 발견됐으나, 쪽샘 C10호 무덤에서는 찰갑 한 벌이 완전한 형태로 출토돼 연구에 큰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그간의 발굴 조사·연구를 통해 존재가 명확히 확인된 소찰 3천771점을 정리했다.
각 조각이 어느 부위에 있었는지 분류하고 길이·너비 등 기본 정보와 도면, 사진을 보고서에 실었다.
연구소는 "찰갑 한 벌에 대한 (유물을) 전량 조사·보고한 건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일정한 크기의 철판 미늘을 엮어 투구와 갑옷을 만든 점은 주목할 만하다.
각 부위를 이루는 소찰을 조사한 결과, 상박갑 부분은 가로 55㎜, 세로 22㎜, 두께 2㎜ 크기 조각이 서로 엮여 있었다.
상찰, 요찰, 대퇴갑 등 다른 부위도 소찰 크기가 거의 같았다.
김은정 연구원은 보존 처리 과정과 분석 내용을 설명하며 "같은 모양의 소찰을 수백 매 똑같이 만들려면 상당한 시간과 숙련된 작업자의 능력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올해부터 찰갑 관련 심화 연구를 추진해 전체 모습을 복원·재현할 계획이다.
연구소는 2011∼2013년에 발굴 조사한 쪽샘 41호 무덤 구조와 출토 유물을 정리한 '경주 쪽샘지구 신라 고분 유적 ⅩⅣ -41호 적석목곽묘(積石木槨墓·돌무지덧널무덤) 발굴조사 보고서'도 함께 펴냈다.
지름이 약 23m에 이르는 41호 무덤은 중형급 규모로, 네모난 나무 덧널을 마련해 시신과 부장품을 두고 그 위에 돌을 쌓은 뒤 흙으로 덮은 형태다.
이곳에서는 금동제 관,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관모(冠帽·머리를 보호하고 장식과 의례를 갖추기 위해 쓰는 쓰개), 은으로 만든 장식 등 피장자의 신분을 추정할 수 있는 유물이 잇달아 나왔다.
보고서에는 총 1천930건(세부 수량 기준으로는 3점300점)에 달하는 유물 정보가 상세하게 실려 있다.
돌로 만든 단 주변에서 발견된 의례 흔적과 순장(殉葬) 가능성, 넙치류와 돔류·전복을 묻은 흔적도 살펴볼 수 있다.
연구소는 "경주 지역 무덤에서는 처음으로 완전한 형태로 출토된 밤 열매를 고려하면 당시 장례가 이루어진 시점이 가을 이후였을 것"이라며 41호 무덤에 대해 "신라 고분 연구의 보고(寶庫)"라고 평가했다.
연구소는 동국대 와이즈캠퍼스와 공동으로 쪽샘 유적 내 돌덧널무덤(K6호), 덧널무덤(K8호), 독무덤(K16호) 등을 발굴 조사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도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다양한 형태의 무덤과 당시 사람들이 제사를 지낸 흔적으로 보이는 독(K252호·K253호)을 조사한 내용이 담겨 1천550여 년 전 신라인의 장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각 자료는 국립문화재연구원의 국가유산 지식이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
C10호 무덤 출토 비늘갑옷 '찰갑' 등 분석…전체 모습 복원·재현 예정
유물 1천930건 나온 41호 무덤도 눈길…당시 장례 문화·특징 한눈에

흙을 둥글게 쌓아 올린 봉분이 무너져 내린 한 무덤. 무덤 주인이 묻혀 있으리라 추정되는 주곽(主槨) 주변 구덩이를 파보던 조사단의 눈에 무언가 띄었다.
비늘 모양의 조각은 갑옷을 만들 때 쓰이는 소찰(小札)의 일부였다.
약 3개월간 내부 곳곳을 조사한 결과, 무덤에서는 목, 어깨, 몸통, 팔, 다리 등 각 부위를 보호할 수 있는 형태의 비늘 갑옷 '찰갑'(札甲)의 존재가 확인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28일 공개한 '경주 쪽샘지구 신라 고분 유적ⅩⅤ-C10호 목곽묘 출토 찰갑 조사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투구와 갑옷을 만드는 데 3천800여 매의 소찰이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C10 무덤에서 발견된 찰갑은 머리를 보호하는 종장판주, 목을 보호하는 경갑, 상반신을 보호하는 상박갑·동찰·요찰, 하반신을 보호하는 상찰·대퇴갑과 하퇴갑 등으로 구성된다.
머리부터 다리까지 전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각 부위 흔적이 출토된 셈이다.

보고서는 그간의 발굴 조사·연구를 통해 존재가 명확히 확인된 소찰 3천771점을 정리했다.
각 조각이 어느 부위에 있었는지 분류하고 길이·너비 등 기본 정보와 도면, 사진을 보고서에 실었다.
연구소는 "찰갑 한 벌에 대한 (유물을) 전량 조사·보고한 건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각 부위를 이루는 소찰을 조사한 결과, 상박갑 부분은 가로 55㎜, 세로 22㎜, 두께 2㎜ 크기 조각이 서로 엮여 있었다.
상찰, 요찰, 대퇴갑 등 다른 부위도 소찰 크기가 거의 같았다.
김은정 연구원은 보존 처리 과정과 분석 내용을 설명하며 "같은 모양의 소찰을 수백 매 똑같이 만들려면 상당한 시간과 숙련된 작업자의 능력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올해부터 찰갑 관련 심화 연구를 추진해 전체 모습을 복원·재현할 계획이다.

지름이 약 23m에 이르는 41호 무덤은 중형급 규모로, 네모난 나무 덧널을 마련해 시신과 부장품을 두고 그 위에 돌을 쌓은 뒤 흙으로 덮은 형태다.
이곳에서는 금동제 관,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관모(冠帽·머리를 보호하고 장식과 의례를 갖추기 위해 쓰는 쓰개), 은으로 만든 장식 등 피장자의 신분을 추정할 수 있는 유물이 잇달아 나왔다.

돌로 만든 단 주변에서 발견된 의례 흔적과 순장(殉葬) 가능성, 넙치류와 돔류·전복을 묻은 흔적도 살펴볼 수 있다.
연구소는 "경주 지역 무덤에서는 처음으로 완전한 형태로 출토된 밤 열매를 고려하면 당시 장례가 이루어진 시점이 가을 이후였을 것"이라며 41호 무덤에 대해 "신라 고분 연구의 보고(寶庫)"라고 평가했다.

보고서에는 다양한 형태의 무덤과 당시 사람들이 제사를 지낸 흔적으로 보이는 독(K252호·K253호)을 조사한 내용이 담겨 1천550여 년 전 신라인의 장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각 자료는 국립문화재연구원의 국가유산 지식이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