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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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감사의견 '적정'을 받은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상장사가 적정 의견을 받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식적인 일인데도 자금이 몰리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적정' 의견이 기업의 장래나 재무구조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며 투자 지표로 활용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25일 감사의견 '적정'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법정제출기한인 20일보다 약 5일 늦게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셈이었지만, 다음 날인 26일 장중 주가는 23% 뛰었다. 거래량도 전 거래일 대비 4배가량 급증했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점을 제외하면 별다른 이벤트가 없었는데도 수급이 몰린 셈이다.

전날 코스닥 상장사 대창솔루션네패스도 장중 각각 7.35%, 5.42% 올랐다. 이 종목들도 진원생명과학과 마찬가지로 감사보고서 제출을 미뤘다가 최근 제출했다. '적정' 감사의견 외엔 이렇다 할 호재는 없었다.

이처럼 코스닥 시장에서 감사의견 '적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 작년 카나리아바이오는 감사보고서를 약 일주일 늦게 제출했다. 감사보고서엔 감사의견 적정이 기재됐고, 다음 거래일에 주가는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같은 해 알에프세미도 기한을 넘겨 감사보고서를 발표했지만, 적정이 담겼다는 이유로 주가가 29.84%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적정' 의견은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과는 무관하다고 지적한다. 감사의견은 회계 장부가 정확히 기재됐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양근모 오르비스투자자문 대표(회계사)는 "회사의 재무제표가 감사 기준에 맞춰 공정하게 표시돼있다면 '적정' 의견이 기재된다"며 "감사의견은 기업의 장래나 재무구조에 대한 확인은 아니며, 상장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만 보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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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도 "재무제표가 제대로 작성됐다고 해서 망할 회사가 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례로 자본잠식인 기업도 숫자만 정확하게 반영돼있으면 감사의견 '적정'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 전망과 적정 의견은 관계가 없으며 적정 의견을 받았어도 계속기업의 불확실성을 지적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진원생명과학은 감사의견에서 '적정'을 받았다. 하지만 감사인으로부터 계속기업의 불확실성을 지적받았다. 작년 연간 순손실은 777억6800만원, 영업손실은 483만6800만원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2022년 22.8%였던 부채비율은 35.4%로 올랐다. 작년 '적정' 의견을 받은 카나리아바이오도 올해는 '의견거절'을 받았다. 의견거절은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며 카나리아바이오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지난달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코스닥 상장사 27곳이 아직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유가증권시장(6곳)보다 4배 이상 많다.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진 기업은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 감사의견 비적정 등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늦게 제출한 코스닥 40개 사 중 15개 사에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감사보고서 제출이 다가오면 재무구조가 취약한 한계기업의 주가 및 거래량이 급변하는 경우가 있다"며 "한계기업 특징, 불공정거래 주요 유형을 참고해 추종 매매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