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투자 중점 분야에 필수의료 첫 포함…필수의료 특별회계 신설
"전공의 대화 나와야…대화 위한 대표단 구성 법위반 아냐"
정부, '보건의료=안보' 중점 재정투자…의료계 논의참여 제안(종합)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를 안보·치안과 같은 국가 본질 기능으로 보고 예산안 편성 지침의 재정 투자 중점 분야에 '필수의료 지원'을 처음으로 포함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전공의 수련 집중 지원 등 5대 핵심 재정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7일 회의를 열고 이렇게 밝혔다.

정부, '보건의료=안보' 중점 재정투자…의료계 논의참여 제안(종합)
◇ 전공의 수련 집중 지원 등 5대 핵심 재정사업 추진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보건의료 분야를 안보·치안 등 국가 본질 기능과 같은 반열에 두고 과감한 재정투자를 하기로 했다"며 "2025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에 재정투자 중점 분야로 필수의료 분야 육성 및 지역 거점병원의 공공성 확대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중점 투자 방향에 맞춰 의료개혁 5대 핵심 재정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신설해 재정 지원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정부는 5대 사업에 따라 전공의 수련을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전공의 수련 내실화와 처우 개선을 통해 전문의를 양성하고, 의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우선순위에 올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난 지역 거점대학에 대해서는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또 지역의료 발전기금을 신설하고, 어린이병원이나 화상치료, 수지접합 등 필수의료 기능 유지를 위한 재정 지원을 확대한다.

이와 함께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한 보상 재원을 확충하고, 거점병원 등 대학병원의 연구 기능 강화와 첨단 바이오헬스 생태계 구축을 위해 혁신형 보건의료 연구개발(R&D)에 대한 예산 지원도 추진한다.

의료사고 안전망을 위해서는 전공의의 책임보험·공제 비용의 50%를 지원하고, 불가항력적인 분만 의료사고의 보상한도를 상향하는 한편 분만 외 다른 필수의료 분야까지 확대한다.

박 차관은 "지역의 거점병원과 강소병원을 육성·지원하고, 지역 내 인력 공유체계 구축과 지역의 의료기관 간 연계를 위한 디지털 전환에 투자하겠다"며 "저출산이나 질환 특성상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으나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필수의료에 대해서는 사후보상 확대 등 새로운 보상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 정책 투자의 우선순위를 논의하는 대화의 자리에 참여해 주시기를 의료계에 제안한다"며 "정부는 무너져가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보건의료=안보' 중점 재정투자…의료계 논의참여 제안(종합)
◇ 정부, 의료계 대화 확대 추진…전공의엔 "대표단 구성해도 법위반 아냐"
정부는 내년도 의료 분야 예산의 구체적인 투자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의견을 제시해줄 것을 의료계에 제안했다.

박 차관은 "의료계에는 개원의, 대학병원 교수, 전공의 등 여러 그룹이 있다"며 "이런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도록 충분히 대표단이 구성돼 합리적인 대안을 다양하게 건의해주시면 구체적 투자방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에게는 대화를 위한 대표단 구성은 법 위반 사항이 아니므로 대화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박 차관은 "책임 있는 대표단을 구성해 정부와의 대화의 자리로 나와주시기를 바란다"며 "대표단 구성은 법 위반에 해당하는 집단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변 눈치 보지 말고, 나부터 먼저 의료현장으로 복귀하는 용기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며 "이제 의료현장으로 돌아와 환자의 곁을 지켜주시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주에 면허 정지 처분이 가능한 전공의들은 20여명이다.

이들이 처분 통지서를 받으면 정지 효력이 발효된다.

박 차관은 "전례를 보면 아마 그 부분(면허 정지 통지서)도 거부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면 처분을 실행하더라도 당장 이번 주부터 효과를 발휘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주문한) 유연한 처분이 무엇이냐에 대해 당과 협의하고, 의료계와의 대화도 더 지켜보면서 처분 내용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대 교수 단체에는 "환자들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점 등을 고려하시고,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의료의 본질을 생각하셔서 조건 없이 대화에 임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최근 만성신부전을 앓던 50대 모친이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한 끝에 사망하고, 90대 노인이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이송되고도 응급진료를 거절당해 사망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를 두고 박 차관은 "현장 확인을 거치기로 했다"며 "각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복지부가 현장확인팀, 긴급대응팀을 파견해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보건의료=안보' 중점 재정투자…의료계 논의참여 제안(종합)
◇ 급여 재평가해 퇴출·외국인 무임승차 제한 등 건보재정 안정화
이날 중대본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운영 방향도 논의했다.

정부는 의료개혁 과제 이행을 위해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주기적으로 급여 재평가를 해 기존 급여항목 중 효과나 경제성이 떨어지는 항목은 가격을 조정하거나 퇴출 기전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음 달 3일부터는 부모, 형제·자매 등은 6개월 이상 체류해야만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게 하는 등 외국인 건강보험 무임승차도 막는다.

그간 외국인 가입자의 피부양자는 국내에 일정 기간 체류하지 않아도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어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도 쉽게 의료 이용을 할 수 있었다.

또 5월 20일부터는 다른 사람의 건강보험 자격을 도용해 진료받는 행위를 막기 위해 의료기관에서 본인 여부와 건강보험 자격을 의무적으로 확인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2016∼2022년 타인 자격을 훔쳐 진료받은 사례는 약 4만4천건으로, 10억6천만원을 환수했다.

올해 7월에는 연 365회를 초과해 병원 외래 진료를 받는 경우 본인부담률을 90%로 올린다.

박 차관은 "현재 누적 적립금 28조원을 활용하고, 여러 재정 안정화 방안을 추진함으로써 건보료 인상 없이도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한 과감한 재정 투자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