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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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이 최근 큰 폭으로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물량과 수출금액지수 증가율이 50~60%에 이르는 등 회복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반도체 훈풍은 기업들의 체감경기 개선에도 영향을 줬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량지수(121.46)는 1년 전보다 3.8% 상승했다.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째 오름세다.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전자·광학기기(29.9%)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반도체만 놓고 보면 51.8% 증가했다. 이는 2012년 6월(53.5%) 이후 11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같은 반도체 수출 증가는 1차 금속제품(-8.0%) 운송장비(-7.1%) 등의 수출물량지수 하락분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수출금액지수도 3.7% 올랐다. 이 역시 컴퓨터·전자·광학기기(35.9%)가 상승을 주도했다. 반도체 수출금액지수는 65.3% 올라 2017년 12월(67.3%) 이후 6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율이 나타냈다. 반면 1차 금속제품(-13.3%), 섬유 및 가죽제품(-11.3%) 등은 큰 폭 감소했다.

수입금액지수(133.33)와 수입물량지수(113.65)는 1년 전보다 각 13.5%, 9.7% 떨어졌다.

입 가격(-4.2%)이 수출가격(-0.1%)보다 더 내려가면서 순상품교역조건지수(87.29)는 1년 전보다 4.3% 올라 9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 상품 한 단위 가격의 비율로, 우리나라가 한 단위 수출로 얼마나 많은 양의 상품을 수입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유성욱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천연가스, 석탄 등 광산품 수입 가격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가격 하락 폭이 반도체 수출가격 상승으로 축소돼 수입 가격이 수출가격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소득교역조건지수(105.90)의 경우 수출물량지수(3.8%)와 순상품교역조건지수(4.3%)가 모두 높아지면서 1년 전보다 8.3% 상승했다.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우리나라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전체 상품의 양을 나타낸다.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나타난 이같은 성과는 기업의 체감경기 개선에도 영향을 줬다. 한국은행이 같은날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업황 BSI는 전월보다 1포인트 상승한 69로 집계됐다. 지난 2월 68까지 하락해 2022년 9월(64)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뒤 소폭 반등했다.

3월 제조업 업황 BSI가 전월보다 1포인트 올랐다. 업종별로 보면, 전자·영상·통신장비가 14포인트, 기타 기계·장비가 3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브리핑에서 "반도체 수출이 증가했고,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중심으로 수주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건설경기가 부진을 보이면서 체감경기의 개선 정도는 제한된 것으로 평가된다. 건설경기 부진을 반영해 철강 등 1차금속 체감경기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