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부진을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도 양극화되고 있다. 저가 상품을 찾는 경향이 강해진 동시에 고가 브랜드 상품 수요가 분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대표이사 사장 한수희)이 ‘2024년도 제26차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올해 K-BPI의 주요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박빙산업이 전체의 39.7%(93개 산업)에 달했다. 둘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유지하면 브랜드 역시 롱런했다. 셋째, 가격을 넘어 가치로 승부하는 대한민국 상위 1% 브랜드의 선전이 두드러졌다.산업 내 1~2위 브랜드 간 브랜드 경쟁력 총점이 약 70점 이내(1000점 만점)로 좁혀진 ‘박빙산업’은 브랜드 및 기업과 관련한 부정적 이슈 발생 시 언제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소비재는 감기약 부문에서 ‘판피린’(634.6점, 2023년 대비 175.5점 상승), 내구재는 창호재 부문에서 ‘LX하우시스 Z:IN(지인)창호’(663.6점, 181.3점 상승), 서비스재는 은퇴설계금융서비스 부문에서 ‘하나 연금닥터’(450.1점, 256.7점 상승) 등이 전년 대비 가장 큰 폭의 브랜드 경쟁력 상승을 보이며 새롭게 1위에 등극했다.동아제약의 ‘판피린’은 대외 이미지 광고와 더불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지속적인 마케팅이 주효했다. LX하우시스의 ‘Z:IN(지인)창호’는 기존 LG하우시스에서 LX하우시스로의 브랜드 전이가 성공적이었다. 하나은행의 연금 브랜드인 ‘하나 연금닥터’는 상품 출시 이후 고객들의 긍정적인 입소문에 힘입어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한편 올해 조사 결과에서는 ‘초격차’를 둔 넘버원 브랜드들이 돋보였다. 초격차는 넘버원 브랜드가 2위 대비 K-BPI 총점이 200점 이상 앞서는 것을 의미한다. 초격차는 전체 234개 산업군 중 단 9개 산업군에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LG전자는 세탁기 부문에서 ‘LG TROMM’(866.0점)이 2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여행사 부문에서는 ‘하나투어’(761.8점)가 20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대형커피전문점 부문의 ‘스타벅스’(769.3점)는 2위 브랜드 ‘이디야커피’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22년간 1위를 유지했다.초격차 브랜드는 ‘브랜드 자산’에 대한 혁신과 투자를 지속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브랜드는 기업의 무형자산이기에 지속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쌓아온 기업만이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을 보장받고, 소비자의 구매 결정과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K-BPI 조사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수용하는 크기인 ‘인지’ 파워와 소비자가 브랜드를 수용하는 강도인 ‘로열티’ 파워다. 산업 내에서 경쟁하는 브랜드들이 일정 수준 이상에 달하면 브랜드 경쟁력은 인지도보다 ‘로열티’(충성도)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올해 조사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최근 소비 트렌드인 ‘브랜드액티비즘’ ‘사회·환경적 가치(ESG)’ 등 소비생활에서도 가치를 추구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 대비 가치’, ‘가격 프리미엄’, ‘품질 우수성’ 등의 항목을 중심으로 살펴볼 때 K-BPI 전체 브랜드 중 상위 1%에 해당하는 브랜드는 ‘삼성생명’(생명보험 부문), ‘제네시스’(국산승용차 부문), ‘스타벅스’(대형커피전문점 부문), ‘CJ제일제당 햇반’(즉석밥 부문)으로 나타났다.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만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에 투영된 개인의 가치 및 브랜드가 제공하는 경험을 소비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더 많은 소비자가 구매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자체 브랜드만의 가치와 경험을 세밀하게 디자인해 제공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세계의 테스트베드라고 불릴만큼 까다로운 대한민국 소비자에게 인정받은 넘버원 브랜드 가치를 기반으로 시장을 글로벌로 확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 K-BPI 조사에서 산업별 1위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 현황을 살펴보면 182개 브랜드(약 77.8%)가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인정받았거나 진출했다.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SK에너지, 삼성물산 패션부문,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KB금융그룹, 삼성생명, GS리테일, KT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톱 2000’ 브랜드에도 들었다. K-BPI 1위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通)’하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국내 넘버원 브랜드들은 본래 가치를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 침투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어느 순간보다 ‘코리아 넘버원=월드 베스트’가 어울리는 시대다.이기동 KMAC 사업가치진단본부장은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불황 속에서도 K-BPI 1위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通)하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라는 가치를 등에 업고 침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차별화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지원 기자■ 어떻게 조사했나올해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조사는 2023년 10월 초부터 2024년 1월 중순까지 약 4개월에 걸쳐 진행했다. 서울 및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60세 미만 남녀 1만2500명을 대상으로 1 대 1 면접 방식으로 했다. 조사 지역과 대상은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인구 비례에 따라 배분했다. 시장점유율, 회원 가입자 수, 판매량 등에 따른 브랜드 선별 없이 각 산업에서 인지된 모든 브랜드를 조사 대상으로 삼아 소비재 91개, 내구재 52개, 서비스재 89개, 스페셜 이슈 2개까지 총 234개 산업군을 조사했다. 브랜드 자산에 대해 측정할 수 있는 구성 요소인 브랜드 ‘인지도’와 ‘로열티’를 바탕으로 1000점 만점 기준으로 산출했으며, 산업별 1위를 선정했다.
[스페셜 리포트 : 하이엔드 중국의 습격②]삼성과 LG의 안방인 국내 가전시장에 조용한 이변이 일고 있다. 지난해 국내 로봇청소기 점유율 1위는 한국이 아니라 중국 브랜드인 로보락이었다.로보락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35.5%였다. ‘싼 맛에 쓰는’ 저가 공세가 아니다. 먼지를 흡입한 뒤 물걸레로 바닥을 닦고, 이 걸레를 스스로 빨아 말리는 일까지 알아서 하는 ‘올인원 기술’이 무기였다. 가격도 비싸다. 로보락 올인원 제품은 최저 100만원을 넘나든다. 150만원 이상의 하이엔드급 로봇청소기 시장에선 점유율 80.5%를 기록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힌 것이다.할인도 거의 없다. 어쩌다 한 번 이커머스 업체에서 할인판매를 하면 소비자들은 우루루 몰려가고 입고되자마자 품절되는 일이 다반사다. 매출 역시 지속 성장세다. 로보락은 지난해 한국 매출 2000억원을 달성했다. 2022년 대비 2배 성장한 수치다.온라인 커뮤니티와 신혼부부들 사이에서는 이미 ‘로봇청소기=로보락’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면서 국내 가전 기업 역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올인원 로봇청소기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는 기술 완성도 등을 이유로 ‘올인원 로봇청소기’ 출시를 미뤄왔다.물걸레 청소와 먼지 흡입 등 두 가지 기능을 한 번에 할 경우 기존 제품보다 청소 성능이 떨어진다고 봤기 때문이다.국내 가전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3D 센서, 라이다 등 자율주행 기술이 집약된 로봇청소기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앞선다는 것은 편견”이라며 “한국 브랜드가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출시하면 AS나 디자인, 다른 가전과의 연결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방 덮친 중국의 ‘프리미엄’ 공세로봇청소기뿐만이 아니다. 중국 기업의 ‘프리미엄’ 공세가 안방을 덮치고 있다. 그동안 중국산은 ‘싸게 사서 막 쓰다가 자주 바꾸는’ 포지션이었다. 하지만 로봇청소기, TV, 와인냉장고 등 가격대가 높은 가전 시장에서도 중국산의 역습이 시작됐다. 그동안 한국 기업이 선도하는 시장 역시 위태롭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벌어들인 가전 기업은 LG전자도 월풀도 아닌 중국 기업 하이얼이었다. 하이얼의 지난해 실적은 3분기까지만 공개된 상태다.3분기까지 벌어들인 누적 매출(1986억5730만 위안·36조7098억원)이 LG전자(H&A사업 부문)와 월풀의 한 해 매출을 압도한다. 증권가에서는 하이얼이 올해 48조원의 매출을 거둘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TV나 전자부품 사업 매출을 제외하더라도 가전에서만 40조원 넘게 벌어들이는 것이다. 물론 ‘하이얼’ 단일 브랜드로 거둔 성과는 아니다. 하이얼은 그동안 공격적인 M&A로 프리미엄 브랜드를 사들이며 ‘가전 제국’을 이뤘다. 글로벌 기업을 흡수하면서 유럽과 북미 등 선진시장을 공략했고 저가부터 프리미엄 시장뿐만 아니라 B2B 등 진입이 어려운 시장까지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하이얼은 지난 몇 년간 일본 산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 부문, 뉴질랜드 피셔&파이클, 이탈리아 캔디 같은 프리미엄 가전 업체를 줄줄이 사들였다.거물급 업체들을 사들이면서 이들의 브랜드 이미지와 노하우를 흡수했고, 독립경영을 보장하며 경쟁력을 이어갔다. 하이얼은 3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유럽에서는 캔디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18% 증가했다고 밝혔다.미국에서는 글로벌 경제 악화로 가전 시장 전체가 부진했으나 이후 스마트홈 시장점유율을 계속 높이며 안정적 영업이익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 매출이 지속 상승 중이다. 단일 브랜드 기준으로는 LG전자의 매출이 세계 1위지만 ‘가전 제국’ 하이얼의 위협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폴더블폰 1위 삼성에서 화웨이로 교체된다 글로벌 TV시장에서는 이미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TV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8.6%로 1위를 기록했다. 중국 TCL과 하이센스가 각각 12.5%, 11.4%로 2, 3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11.2%로 4위였다.물론 아직까지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격차는 여전하다. 지난해 2500달러(약 330만원)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은 각각 60.5%, 19.1%였다. 한국 기업의 합산 점유율이 80%에 육박하는 상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등 고부가 디스플레이 기술에서 한국이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중국이 글로벌 OLED 패널 시장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만큼 추격이 시간문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일각에서 이 점유율이 착시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 브랜드가 2500달러 넘은 가격에 판매하는 비슷한 사양의 제품을 중국 업체들은 그 이하의 가격에 팔고 있어 점유율이 낮게 나온다는 것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의 ‘디스플레이산업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국과 중국의 OLED 시장점유율(금액 기준)은 각각 95.9%와 3.2%로 격차가 90%포인트(p) 이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기준 한국과 중국 점유율은 73.8%, 25.6%로 격차가 좁혀졌다.디스플레이 기술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폴더블시장에서는 이미 중국이 한국을 앞섰다는 통계도 나왔다. 지난해 4분기 삼성디스플레이(36%)가 중국 BOE(42%)에 시장점유율 1위를 내준 것(시장조사업체 DSCC 기준)이다.폴더블 디스플레이가 흔들린 데 이어 스마트폰 시장 역시 위태롭다는 진단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포문을 연 폴더블폰 시장 1위가 화웨이로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점유율 1위를 내준다는 전망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DSCC는 지난 3월 11일 보고서를 통해 1분기 화웨이의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점유율을 약 40%, 삼성전자는 10%대 후반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첫 폴더블폰을 선보인 이후 줄곧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했다. 2021년 하반기까지 시장점유율은 90%에 달했다. 하지만 2022년 상반기부터 화웨이, 샤오미, 아너, 오포 등 중국 업체 공세로 점유율은 작년 말 기준 60%까지 떨어졌다. 중국 내 애국주의 소비 심리를 공략한 현지 업체들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잡은 AI폰 시장에서도 중국의 도전이 거세다. 샤오미와 아너 등은 자체 개발한 LLM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삼성전자의 독주를 막고 나섰다. 샤오미14는 AI 회의 기록과 AI 사진 검색 기능을, 아너의 매직6프로는 시선 추적 기능을 갖췄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상황을 신규 폴더블폰 ‘갤럭시Z6시리즈’와 갤럭시 AI로 돌파할 계획이다. DSCC는 삼성전자 갤럭시 Z플립·폴드6가 출시될 경우 시장 우위를 다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기업이 삼성전자의 빈자리를 틈타 성장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다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추격으로 흔들리는 건 한국뿐만이 아니다. 중국 시장에서 군림하던 애플 역시 판매량이 급감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첫 6주 동안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은 64% 급증했다.팀 쿡 애플 CEO는 직접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중국으로 향했다. 쿡 CEO는 중국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애플 공급망에 중국만큼 중요한 곳은 없다”고 말하며 “중국은 현재 매우 선진화된 제조능력과 숙련된 노동자들을 확보하고 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용 후 배터리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 법안을 올해 마련하겠다”고 말했다.24일 기재부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최근 충북 오창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에너지플랜트를 찾아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최 부총리는 “지난 1월부터 관계부처 합동 2차전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주기적으로 현안을 점검하고 있다”며 “리튬·니켈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국내 공급망을 위한 배터리 전주기 이력관리 시스템도 2027년까지 구축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최 부총리는 지난 22일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2캠퍼스를, 8일엔 제2판교 테크노밸리 기업지원 허브를 찾아 기업 투자 지원을 위한 현장의 의견을 들었다. 최 부총리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조만간 지역, 건설, 기업 등 3개 분야에서 투자의 판을 새로 짜고, 물꼬를 트고, 걸림돌을 치우는 입체적인 투자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