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의대 교수도 사표 제출 시작…29일까지 규모 커질 전망
"환자는 죽으란 거냐" 불안감 커져…전국서 '의료 정상화 촉구' 집회
의대교수 사직행렬에 진료축소…'부산→울산' 90대 환자 사망(종합2보)
정부가 '5월에 2천명 증원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의대 증원 규모에 쐐기를 박으면서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 가운데 27일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직 행렬이 진료 축소로 이어지며 부산에서 진료 거절을 당한 90대 심근경색 환자가 울산 병원으로 옮겨 치료받던 중 숨진 일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6주간 이어지고 있는 의료 공백 사태 속 현장에 남은 의료진은 과도한 업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의정(醫政) 간 대화창구 마련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이를 지켜보는 환자들은 '사태 장기화'를 걱정하고 있다.

◇ 의대 교수 사직 행렬 이어져…사직서 제출 규모 커질 듯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전날까지 비대위에 사직서를 전달한 교수는 총정원 283명 중 50여명이다.

조선대는 의대교수 161명 가운데 33명이 사직서를 냈다.

900∼1천명의 교원이 재직하는 울산의대의 경우 교수 433명의 사직서가 대학 측에 제출됐다.

제주대는 이날 오전까지 의과대학 교수 153명 중 10여 명이 사직서를 냈다.

충남 천안의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서는 233명 의대 교수 가운데 지금까지 100명 안팎의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충북대병원도 교수 200여명 가운데 최소 60명 이상이 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대학교 의대 겸직교수 1명은 전날 직접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 경상국립대 의대에서는 이날까지 전체 260여명 중 25명의 교수가 사직서를 냈다.

의대교수 사직행렬에 진료축소…'부산→울산' 90대 환자 사망(종합2보)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피해가 갈 경우 사직서를 내겠다고 뜻을 모았던 계명대 의대 교수들도 이날 오전부터 개별적으로 사표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의대 교수들이 대부분 29일까지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 주까지 사직서를 제출하는 교수들의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 외래진료 축소 움직임…'사태 해결' 교수 호소 이어져
전공의 이탈 사태 장기화로 현장에 남은 의료진의 업무 부담은 커지고 피로감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진료 축소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충북대병원의 한 정형외과 의사는 "무릎 수술을 담당하고 있는데 전공의가 없어 이번 달에 수술을 한 건도 못 했다"며 "앞으로 해야 할 환자 수술도 두 달 치나 미뤘고 신규 외래 환자도 막은 지 이미 오래"라고 상황을 전했다.

충북도 내 유일한 신생아 집중치료실과 응급실은 남은 의료진들이 3∼4일에 한 번씩 당직 근무를 서가며 운영되고 있으나 의료진 피로가 누적돼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배장환 충북대병원·의대 비대위원장은 "필수과 교수들의 경우 잦은 당직 근무로 쓰러질 판"이라며 "중증 환자들을 위주로 진료하며 주 52시간제 근무를 실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대중 아주대 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도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글에서 "종합병원이 그나마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을 해주면서 (의료 현장이) 균형을 찾아가는 것 같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며 "상급종합병원 교수들이 지치고 힘들어서 외래를 줄이고 있고 사직서를 하나둘 내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제주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과업으로 피로도가 누적되다 보니 외래 진료를 개인적으로 축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의료진 부족에 대비해 지난 21일 제주대병원과 제주한라병원에 공보의 5명을 파견한 데 이어 25일에도 제주대에 군의관 2명을 긴급 파견했다.

전남대와 조선대 의대 비대위는 사직서 수리 전까지 중증·응급 관련 부서부터 '52시간 준수' 형태의 준법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각 병원에서는 내주부터 교수들의 근무 시간 축소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의대교수 사직행렬에 진료축소…'부산→울산' 90대 환자 사망(종합2보)
전북대병원은 최근 병원에 의료계 현황 문제로 일부 진료과 진료 시간이 제한됨에 따라 '환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안내문에는 안과 응급진료가 오전 9시부터 18시까지, 성형외과 응급진료가 7시부터 22시까지 이외 시간에는 응급 수술을 제외한 다른 진료가 불가하다고 안내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일부 교수는 호소문을 통해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재환 충남대 심장내과 교수는 전날 사직의 변을 통해 "매년 100일씩 당직하며 필수 의료 분야에서 일해왔지만, 저를 지탱해왔던 교수로서 자부심과 보람은 무력감과 자괴감으로 바뀌었다"며 "이제 교수직을 내려놓으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병원 외래는 오늘도 경증 환자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장시간의 대기와 3분 진료에 만족할 분은 없을 것"이라면서 "불합리한 현실이 언젠가는 개선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엉뚱한 2천명 증원과 전공의 사직으로 희망이 무너졌다.

의료의 미래가 사라진 이 땅에서 필수 의료에 몸담을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도 전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 정부가 2천명이라는 근거 없는 족쇄를 풀고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도록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의대교수 사직행렬에 진료축소…'부산→울산' 90대 환자 사망(종합2보)
◇ 환자들 "죽으라는 거냐"…전국서 '진료 정상화 촉구' 집회도
진료 축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6일 부산에서는 90대 심근경색 환자가 한 대학병원에서 시술받기 어렵다는 답을 듣고 울산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다 사망하는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부산의 한 공공병원에서 심근경색 진단을 받은 이 환자는 긴급시술을 받기 위해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 전원을 문의했지만, 거절당하고 10㎞가량 떨어진 울산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환자의 유가족은 처음 시술을 거부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사망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이를 보건복지부에 신고했다.

의료 대란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와 진료를 계속 받아야 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장기화된 의료 사태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4기 유방암 판정을 받은 60대 어머니를 모시고 충북대병원 종양혈액내과를 방문한 딸 A(30대)씨는 "수술이 불가능한 단계라 최소 3주에 한 번씩은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는데 교수들마저 그만두면 이 주기가 길어질까 봐 너무 불안하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환자 생명을 가지고 그러는지 화가 치밀어 오르다가도 막상 진료과 교수님을 뵙게 되면 자리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90도로 허리를 숙이게 된다"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신장내과에서 만난 70대 전모씨는 "신장 기능이 15%밖에 남지 않아 매달 정기 검진을 오는데, 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머지않아 올 수도 있다고 한다"며 "교수들이 사직하면 우리 같은 환자들은 죽으라는 거냐"며 가슴을 쳤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유방암을 진단받은 B(70대)씨는 수술을 위해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수술 일정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B씨는 "나의 건강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의사에게 계속 진료받고 싶기도 하고, 나이가 있다 보니 새로운 병원을 찾아 진찰받는 것도 부담스럽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를 할 듯 말듯 아슬아슬한 상황만 지속되다 보니 환자로서 답답한 노릇"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의대교수 사직행렬에 진료축소…'부산→울산' 90대 환자 사망(종합2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의료정상화를 촉구하는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는 "정부와 의사 집단은 환자들을 생명의 위험으로 내몰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의료공백 사태를 방치하지 말고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이룩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의료공백 사태의 해결은 정부의 책임이 있어야 한다"며 "이는 시장 의료가 아닌 공공의료 강화를 통해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조합원은 한국의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 붕괴의 원인이 시장 중심의 의료시스템에 있다고 짚으며 공공의료 확대를 촉구하기도 했다.

(나보배 백나용 강태현 박철홍 박정헌 이강일 이성민 박성제 김솔 장지현 김상연 차근호 강수환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