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보건의료 분야를 안보나 치안 등 국가 본질 기능과 같은 반열에 두고 과감한 재정투자를 하겠다”고 26일 말했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2025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에 처음으로 필수의료 지원을 재정투자 중점 분야에 포함했다.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필수의료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의대 교육에 있어 정부의 재정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의료 분야 관련 예산을 과감하게 늘리겠다는 뜻을 재확인하며 의료계를 향해 정부와의 대화에 서둘러 나서달라고 촉구한 것이다.윤 대통령은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야 보건의료 분야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내년 예산 편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한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대 2000명 증원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해 “의제를 제한하지 않고 건설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며 타협 가능성을 시사했다.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국무회의서 "보건의료 분야, 안보·치안과 같은 반열 두고 과감한 재정투자"청주 2차 병원서 간담회…"의료진이 대화의 장 나와야" 촉구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보건의료 분야를 안보·치안 등 국가 본질 기능과 같은 반열에 두고 과감한 재정투자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홍보수석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보고받은 뒤 이같이 말하며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야 보건의료 분야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내년 예산 편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보고한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에는 필수 의료 지원이 처음으로 재정투자 중점 분야에 포함됐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충북 청주 한국병원 의료진과 간담회에서도 "보건의료 분야 예산 규모가 정해져야 불요불급한 지출을 조정하며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 필수 의료에 대한 보상 강화, R&D(연구·개발) 사업 등의 규모를 정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래야 국민의 생명과 안전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청주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기에 앞서 2차 병원인 이곳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예산 편성 시 보건의료 분야의 재정투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며 "보건의료 재정을 우선 예산에 반영하려면 의료현장에 계신 의료진 여러분이 하루빨리 대화의 장에 나와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셔야 한다"며 대화에 적극 나서주길 호소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조속한 보건의료 예산 배정의 필요성을 내세워 정부와 의료계 간 적극적인 대화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미 대학별 배분이 이뤄진 입학정원 증원 2천 명에 대해선 '고수'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한국병원 의료진 간담회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의 당위성을 재차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역, 필수 의료의 붕괴를 막고 의료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의료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라면서 "지역 종합병원은 지역·필수 의료의 첫 번째 관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주 한국병원처럼 지역에 뿌리를 내린 종합병원은 우리나라 의료체계 허리"라며 "지역병원이 환자의 신뢰를 받고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도록 정부가 더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송재승 병원장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역대 정권에서 하지 못 한 일이지만 미래를 위해 크나큰 결단을 하신 것에 감사한다"며 "지역 위주로 의료 인력이 확대된다면 의사 충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의료진들은 간담회에서 ▲ 2차 병원과 상급 종합병원의 역할 분담을 통한 의료전달체계 확립 ▲ 2차 의료기관 적정 수가 보장 ▲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 수가 인상 ▲ 필수인력 대기 비용 및 필수시설 유지비용 보상 등을 건의했고 윤 대통령은 참모진에 건의 내용의 즉각 검토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마스크와 방호복, 방호모 등을 착용한 채 한국병원 심장·뇌혈관센터를 찾아 뇌출혈·협심증 환자의 시술·수술 과정에 대해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지역 의료 현실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이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으로 이동해 근무 중인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들을 격려했다. /연합뉴스
"반도체 이을 차세대 주력산업 육성"…오송에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 조성 방침청주서 24번째 민생토론회…총선 당일까지 중단키로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첨단 바이오산업을 반도체 신화를 이어갈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2020년 기준 43조원 규모인 국내 바이오산업의 생산 규모가 2035년까지 200조원 시대를 열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디지털 바이오 분야에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충북 청주 동부창고에서 '첨단바이오의 중심에 서다, 충북'을 주제로 24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석학들이 첨단 바이오산업을 미래의 '게임 체인저'로 꼽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무한한 기회와 엄청난 시장이 있는 첨단 바이오산업 도약을 위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AI와 디지털이 결합한 첨단 바이오로 대전환이 이뤄지면서 우리에게 큰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며 "그동안 다져온 바이오 역량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와 양질의 의료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디지털 강국으로 전환한 기술과 경험이 있는 우리의 강점을 접목하면 '퍼스트 무버'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오는 7월 발표를 목표로 준비 중인 '대통령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 전체적인 방향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디지털 치료제, AI 로봇 첨단 융합 기기와 같은 디지털 바이오에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며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가 이뤄지도록 정부는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세제 지원과 규제 개선을 통해 혁신 기술이 신속하게 출시할 수 있게 지원해 우리 기업이 시장과 산업을 선도하며 성장할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첨단 바이오의 성패는 양질의 바이오 데이터를 모아 제대로 활용하는 데에 있다"며 "다양한 바이오 데이터 시스템을 연계하는 바이오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어 산·학·연, 병원 연구자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통해 의약품, 의료기기, 스마트농업 등 관련 분야에서 혁신을 선도하는 글로벌 '톱5' 기업을 배출하고, 현재 연 400개 수준인 첨단바이오 벤처 및 스타트업을 2035년까지 연 1천 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충북을 첨단 바이오산업의 선도기지로 조성하겠다"며 오송 바이오 클러스터를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선보였다. 보스턴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과 연구소,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하버드대학 등 주요 대학과 벤처기업 등이 몰려 있는 바이오 분야 대표 클러스터다. 윤 대통령도 지난해 4월 국빈 방미 당시 보스턴을 찾은 바 있다. 1994년 국가생명과학단지 국가조성 계획이 수립된 뒤 지난 30여년간 바이오 분야를 육성해왔고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청 등 보건의료 국책기관을 품게 된 오송을 국제적 수준의 바이오 클러스터로 키우겠다는 게 윤 대통령 구상이다. 윤 대통령은 KAIST 오송캠퍼스를 만들고 이를 KAIST 부설 AI 바이오 과학영재학교와 연계해 인재 양성의 거점으로 삼는 한편, 대학 연구기관과 바이오 기업뿐 아니라 법률·금융·회계 등 관련 서비스 기업까지 망라한 'K-바이오 스퀘어' 조성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약 2조1천억 원의 부가가치와 약 2만9천여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윤 대통령은 이미 충북에 지정된 ▲ 바이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화단지 ▲ 이차전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 첨단재생의료 글로벌 혁신 특구 조성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현재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진정한 첨단 바이오 클러스터로 성장하려면 첨단 바이오 의약품 개발과 바이오 소부장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역의대 증원 문제도 언급하며 "정부는 지난 20일 충북 지역 의대 정원을 89명에서 300명으로 211명을 증원 배정했다. 증원된 의사들이 지역·필수 의료에 종사하면서 R&D 연구를 병행해 첨단 바이오 발전에도 큰 활약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과의사 출신인 김영환 충북지사도 민생토론회에서 "의대 증원이 없이는 바이오산업 발전이 불가능하다"며 "우리는 절대로 (증원된) 이 정원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며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 지지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또 충북의 관광·교통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겠다며 충남 태안에서 경북 울진까지 849㎞에 걸쳐 한반도를 동서로 횡단하는 숲길인 '동서 트레일'을 전국 숲길 중심으로 육성하고,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를 통한 충북 관광자원 활성화 방침을 밝혔다. 이와 함께 중부권 거점공항인 청주 국제공항의 국내선 여객터미널 확장 사업을 올해 시작하고, 청주 공항을 중심으로 철도와 도로 등 교통 인프라도 대폭 확충하겠다고 했다. 이어 "세종과 청주를 연결하는 CTX(광역급행철도)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해 충북 교통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며 "다음 달 민자 적격성 조사에 착수하고 임기 내 우선 협상 대상자까지 선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초부터 전국을 돌며 민생토론회를 열어온 윤 대통령은 총선 당일까지 당분간 민생토론회를 중단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