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은 그냥 번다" 소문 파다하더니…무너진 '1조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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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꺾인 라이선스 브랜드
MLB 유행하자 NBA·NFL·FIFA
디스커버리 뜨니 CNN·BBC
“CNN 직원도 아닌데 왜?” 반문
MLB 유행하자 NBA·NFL·FIFA
디스커버리 뜨니 CNN·BBC
“CNN 직원도 아닌데 왜?” 반문
유명 브랜드를 옷, 가방, 신발 등 패션 상품에 활용하는 라이선스 브랜드의 성장세가 꺽인 것으로 나타났다. 너무 많은 라이선스 상품이 ‘우후죽순' 생겨나 경쟁이 격화한데다 브랜드를 크게 드러내는 ‘로고 플레이’ 유행이 사그라든 영향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MLB의 작년 4분기 국내 매출은 66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3~4% 소폭 성장했지만,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연속 10% 이상 ‘역성장’한 것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몰렸던 면세점 매장에선 하반기 매출 감소율이 30%에 달했다.
MLB는 F&F가 1997년 미국 메이저리그사무국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들여온 브랜드다. 비패션 라이선스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2021년 연 매출 1조원을 넘기며 ‘대박 신화’를 썼다. 하지만 출시 27년이 지나 브랜드가 노후화한데다 중국 관광객들이 구매를 줄이면서 매출이 줄어들었다. F&F의 디스커버리도 2012년 출시 후 처음으로 지난해 매출이 감소했다.
더네이쳐홀딩스의 내셔널지오그래픽(성인복 기준)은 작년 실적이 급전직하했다. 2022년 22%에 달했던 매출 증가율이 작년엔 되레 2%나 줄었다. 이 때문에 더네이쳐홀딩스의 영업이익은 2022년 907억원에서 작년 657억원으로 27% 급감했다. 한 백화점 바이어는 “600여개 라이센스 브랜드 간 경쟁이 심화된 반면, 소비패턴은 로고 노출을 꺼리는 쪽으로 변하고 있어 당분간 실적 반등이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내 패션업계 라이선스 브랜드 ‘바람’이 분 것은 2010년대 중반이었다. 매출 1000억원 브랜드가 속출했다. 더네이쳐홀딩스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에스제이그룹의 캉골, 감성코퍼레이션의 스노우피크 등이 대표적이다. F&F가 MLB와 디스커버리로 ‘대박’을 낸 직후였다.“브랜드만 잘 잡으면 100억원은 그냥 번다”는 말이 패션업계에 파다했다. 코웰패션은 푸마, 아디다스 등의 브랜드를 가져와 속옷에 붙여 팔았는데 TV 홈쇼핑에서 수 백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당분간 이어질 것 같았던 라이선스 브랜드 전성시대는 그러나 작년 하반기 이후 급반전했다. F&F가 극명하게 보여준다.
F&F차이나는 중국 내 MLB 유통을 담당한다. 2019년 중국에 진출한 F&F는 매장 수를 1200여개까지 늘리며 단숨에 중국 내 패션 브랜드 ‘톱10’에 들었다. MLB의 중국 매출(홍콩 포함)은 작년 기준 9000억원에 육박한다. 국내 매출 감소를 중국이 상쇄해 주고 있었는데, 중국 마저 꺾인 것이다. 이 탓에 F&F는 작년 매출 2조원 달성에 실패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F&F가 ‘어닝 쇼크’를 냈다며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렸다. F&F 주가는 올 들어 약 20% 하락했다.
캉골로 유명한 에스제이그룹의 작년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다. 2022년 358억원에서 작년 154억원으로 57% 급감했다. 주력인 캉골에 더해 팬암 헬렌카민스키 등의 브랜드를 추가로 선보이며 대응했으나, 매출은 2% 느는 데 그쳤다.
푸마 아디다스 등의 브랜드 속옷 라이선스 사업을 하는 코웰패션 또한 작년 11%의 영업이익 감소를 겪었다.
TV 채널 브랜드의 범람이 대표적인 예다. 아웃도어 시장에서 블랙야크 K2 등을 밀어내고 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이 매출 상위 업체로 뛰어 오르자 너도나도 TV 채널을 가져왔다. 코웰패션이 BBC얼쓰를, 스톤글로벌이 CNN을 수입해 옷과 가방, 신발 등에 붙여서 썼다.
이런 흐름이 일부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불러왔다는 게 패션업계의 진단이다. “CNN 직원도 아닌데 왜 CNN 티셔츠를 입느냐”고 묻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비슷하게 MLB가 성공하자 NBA(수입자 한세엠케이), NFL(더네이쳐홀딩스), FIFA(코웰패션)가 생겼고, 이같은 스포츠 로고의 범람에 MLB 매출에도 악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올드머니(Old Money)룩’이 유행한 영향도 있다. 올드머니룩은 대를 잇는 부자들이 입는 패션 스타일을 뜻한다. 로고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게 특징이다. 2010년대 패션업계를 강타한 ‘로고 플레이’(브랜드를 크게 드러내는 것), 옛 브랜드를 찾아내 다시 재해석한 ‘뉴트로’ 열풍 등이 맞물려 라이선스 브랜드가 각광을 받았는데, 최근 패션 트렌드는 이러한 흐름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고물가로 소비자들이 깐깐해진 영향도 있다. 라이선스 브랜드 사업을 하는 기업은 이익률이 높은 게 특징이다. F&F의 경우 작년 영업이익률이 27.8%에 달했다. 국내 상장사 평균 영업이익률이 5.6%(2022년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기존에 잘 알려진 브랜드를 가져왔고, 옷이나 신발 등 생산은 외주를 맡겨 제조원가를 많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네이쳐홀딩스 등 다른 라이선스 브랜딩 업체들도 이익률이 10% 안팎으로 일반 기업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더네이쳐홀딩스는 2019년 홍콩을 시작으로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 국가로 진출했다. MLB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따랐다. 2~3년 안에 중국 매장을 6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본 캠핑 브랜드 스노우피크를 패션 상품으로 확장한 감성코퍼레이션도 중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긴다. 작년 12월 중국 중국 골프웨어 기업 비잉러펀과 상하이에 매장을 열었다. 스노우피크 패션 상품 뿐 아니라 캠핑장비까지 판매한다.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것도 한 방안이다. F&F는 2018년 이탈리아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듀베티카를 인수한데 이어 2022년 미국 테니스 의류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도 샀다. 이들 브랜드 매출은 작년 약 500억원으로, 전체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라이선스 브랜드에 지불하는 로열티가 없기 때문에 매출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마진은 훨씬 더 높다.
더네이쳐홀딩스는 수영복, 래시가드 등이 주력인 자체 브랜드 배럴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고,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이다. 코웰패션은 작년 3월 영국 캐주얼브랜드 슈퍼드라이의 아시아지역 판권을 별도로 사들이며 대응에 나섰다.
안재광/오형주 기자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MLB의 작년 4분기 국내 매출은 66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3~4% 소폭 성장했지만,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연속 10% 이상 ‘역성장’한 것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몰렸던 면세점 매장에선 하반기 매출 감소율이 30%에 달했다.
MLB는 F&F가 1997년 미국 메이저리그사무국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들여온 브랜드다. 비패션 라이선스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2021년 연 매출 1조원을 넘기며 ‘대박 신화’를 썼다. 하지만 출시 27년이 지나 브랜드가 노후화한데다 중국 관광객들이 구매를 줄이면서 매출이 줄어들었다. F&F의 디스커버리도 2012년 출시 후 처음으로 지난해 매출이 감소했다.
더네이쳐홀딩스의 내셔널지오그래픽(성인복 기준)은 작년 실적이 급전직하했다. 2022년 22%에 달했던 매출 증가율이 작년엔 되레 2%나 줄었다. 이 때문에 더네이쳐홀딩스의 영업이익은 2022년 907억원에서 작년 657억원으로 27% 급감했다. 한 백화점 바이어는 “600여개 라이센스 브랜드 간 경쟁이 심화된 반면, 소비패턴은 로고 노출을 꺼리는 쪽으로 변하고 있어 당분간 실적 반등이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내 패션업계 라이선스 브랜드 ‘바람’이 분 것은 2010년대 중반이었다. 매출 1000억원 브랜드가 속출했다. 더네이쳐홀딩스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에스제이그룹의 캉골, 감성코퍼레이션의 스노우피크 등이 대표적이다. F&F가 MLB와 디스커버리로 ‘대박’을 낸 직후였다.“브랜드만 잘 잡으면 100억원은 그냥 번다”는 말이 패션업계에 파다했다. 코웰패션은 푸마, 아디다스 등의 브랜드를 가져와 속옷에 붙여 팔았는데 TV 홈쇼핑에서 수 백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당분간 이어질 것 같았던 라이선스 브랜드 전성시대는 그러나 작년 하반기 이후 급반전했다. F&F가 극명하게 보여준다.
◆MLB, 믿었던 중국도 분기 손실
26일 패션·유통업계에 따르면 F&F 중국법인 F&F차이나는 작년 4분기 4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3분기 372억원의 이익을 내다가, 4분기 들어 급격히 실적이 꺾였다. 이전가격 조정 등 회계상 손실이 일부 반영되긴 했으나, 영업 상황도 좋지 않았던 것으로 패션업계에선 보고 있다.F&F차이나는 중국 내 MLB 유통을 담당한다. 2019년 중국에 진출한 F&F는 매장 수를 1200여개까지 늘리며 단숨에 중국 내 패션 브랜드 ‘톱10’에 들었다. MLB의 중국 매출(홍콩 포함)은 작년 기준 9000억원에 육박한다. 국내 매출 감소를 중국이 상쇄해 주고 있었는데, 중국 마저 꺾인 것이다. 이 탓에 F&F는 작년 매출 2조원 달성에 실패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F&F가 ‘어닝 쇼크’를 냈다며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렸다. F&F 주가는 올 들어 약 20% 하락했다.
캉골로 유명한 에스제이그룹의 작년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다. 2022년 358억원에서 작년 154억원으로 57% 급감했다. 주력인 캉골에 더해 팬암 헬렌카민스키 등의 브랜드를 추가로 선보이며 대응했으나, 매출은 2% 느는 데 그쳤다.
푸마 아디다스 등의 브랜드 속옷 라이선스 사업을 하는 코웰패션 또한 작년 11%의 영업이익 감소를 겪었다.
◆로고플레이 식상한 소비자들
라이선스 브랜드의 성장이 멈춘 것은 무엇보다 너무 많이 생긴 탓이 크다.TV 채널 브랜드의 범람이 대표적인 예다. 아웃도어 시장에서 블랙야크 K2 등을 밀어내고 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이 매출 상위 업체로 뛰어 오르자 너도나도 TV 채널을 가져왔다. 코웰패션이 BBC얼쓰를, 스톤글로벌이 CNN을 수입해 옷과 가방, 신발 등에 붙여서 썼다.
이런 흐름이 일부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불러왔다는 게 패션업계의 진단이다. “CNN 직원도 아닌데 왜 CNN 티셔츠를 입느냐”고 묻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비슷하게 MLB가 성공하자 NBA(수입자 한세엠케이), NFL(더네이쳐홀딩스), FIFA(코웰패션)가 생겼고, 이같은 스포츠 로고의 범람에 MLB 매출에도 악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올드머니(Old Money)룩’이 유행한 영향도 있다. 올드머니룩은 대를 잇는 부자들이 입는 패션 스타일을 뜻한다. 로고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게 특징이다. 2010년대 패션업계를 강타한 ‘로고 플레이’(브랜드를 크게 드러내는 것), 옛 브랜드를 찾아내 다시 재해석한 ‘뉴트로’ 열풍 등이 맞물려 라이선스 브랜드가 각광을 받았는데, 최근 패션 트렌드는 이러한 흐름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고물가로 소비자들이 깐깐해진 영향도 있다. 라이선스 브랜드 사업을 하는 기업은 이익률이 높은 게 특징이다. F&F의 경우 작년 영업이익률이 27.8%에 달했다. 국내 상장사 평균 영업이익률이 5.6%(2022년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기존에 잘 알려진 브랜드를 가져왔고, 옷이나 신발 등 생산은 외주를 맡겨 제조원가를 많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네이쳐홀딩스 등 다른 라이선스 브랜딩 업체들도 이익률이 10% 안팎으로 일반 기업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해외 진출로 돌파구
라이선스 브랜드 기업들은 해외 진출로 돌파구를 마련 중이다.더네이쳐홀딩스는 2019년 홍콩을 시작으로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 국가로 진출했다. MLB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따랐다. 2~3년 안에 중국 매장을 6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본 캠핑 브랜드 스노우피크를 패션 상품으로 확장한 감성코퍼레이션도 중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긴다. 작년 12월 중국 중국 골프웨어 기업 비잉러펀과 상하이에 매장을 열었다. 스노우피크 패션 상품 뿐 아니라 캠핑장비까지 판매한다.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것도 한 방안이다. F&F는 2018년 이탈리아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듀베티카를 인수한데 이어 2022년 미국 테니스 의류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도 샀다. 이들 브랜드 매출은 작년 약 500억원으로, 전체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라이선스 브랜드에 지불하는 로열티가 없기 때문에 매출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마진은 훨씬 더 높다.
더네이쳐홀딩스는 수영복, 래시가드 등이 주력인 자체 브랜드 배럴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고,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이다. 코웰패션은 작년 3월 영국 캐주얼브랜드 슈퍼드라이의 아시아지역 판권을 별도로 사들이며 대응에 나섰다.
안재광/오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