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가 25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4번홀에서 티샷 후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신지애가 25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4번홀에서 티샷 후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스 버디스GC 12번홀(파4). 강한 바람 속에서 친 신지애(36)의 두 번째 샷이 그린을 훌쩍 넘겼다. 어프로치로 온그린을 시도했지만 다소 짧아 만만찮은 거리가 남았다. 여기에 짧은 퍼트까지 놓치며 3퍼트로 홀 아웃, 더블보기였다.

신지애가 통한의 더블보기에 발목 잡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우승을 놓쳤다. 신지애는 이날 열린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2타를 잃어 최종합계 7언더파 277타로 공동 5위에 올랐다. 우승자 넬리 코르다(미국·9언더파 275타)와는 2타 차였다.

올 들어 신지애는 모든 투어 활동의 중심에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두고 있다. 올림픽 여자골프는 국가당 출전권이 2장씩 주어지는데, 세계랭킹 15위 이내 선수들은 국가당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현재 세계랭킹 18위인 신지애는 랭킹 포인트를 쌓기 위해 LPGA투어, 유럽여자골프(LET)투어 등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이번 대회는 LPGA투어에서 통산 25승을 올린 ‘선구자’ 박세리가 호스트로 나섰다. LPGA투어에서 대회 명칭에 한국 선수 이름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지애는 박세리에게 직접 요청해 초청 선수로 이 대회에 출전했다. 그가 3라운드에 공동선두로 올라서면서 박세리의 활약을 보고 골프를 시작한 ‘세리키즈’의 대표주자가 초대 챔피언까지 차지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이날 경기의 최대 변수는 강한 바람이었다. 경기 내내 코스 전반에 불어닥친 강한 바람은 선수들이 정확한 샷을 구사하는 데 악재로 작용했다. 신지애 역시 경기 초반부터 쉽지 않은 경기를 풀어가야 했다. 첫 두 홀에서 연거푸 보기를 기록하며 타수를 잃었지만 곧바로 버디 두 개를 잡아내며 바운스백에 성공했다. 경기 중반까지 앨리슨 리(미국), 코르다와 공동선두를 지켰지만 12번홀 더블보기가 뼈아팠다. 단번에 2타를 잃은 뒤 흐름이 꺾인 신지애는 남은 6개 홀에서 모두 파에 그치며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대회를 마친 뒤 신지애는 “이 코스는 그린이 무척 작아서 샷에 매우 집중해야 한다”며 “그래서 내게 우승할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바람이 도와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것이 골프”라며 웃었다. 그는 “아직 3월이고 대회가 많이 남아있다”며 “오늘의 경험이 앞으로의 경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코르다는 이날 라이언 오툴(미국)과 연장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1월 열린 드라이브온 챔피언십 이후 2개월 만에 트로피를 추가하며 투어 통산 10승을 달성했다. 코르다는 “박세리는 주변의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줬고, 나도 그중 하나”라며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었던 그를 만나 얘기를 나누고 그의 대회에서 우승하는 건 놀라운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선수로는 신지은이 공동 10위(5언더파 279타)에 자리해 한국 선수 2명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김효주와 이미향은 공동 18위(3언더파 281타), 김아림은 공동 22위(2언더파 282타), 임진희는 공동 27위(1언더파 283타)로 마쳤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