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시장’에 뛰어드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문자 메시지 발송과 거리 유세 등 선거운동을 기술과 플랫폼을 통해 풀어내려는 시도다. 정치권도 비용 절감 수단으로 스타트업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총선 기회 잡는 스타트업

유권자와 정치인 '1 대 1 소통'…스타트업이 총선 공식 바꾼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블루투스 기반 SNS 히어위아는 총선을 앞두고 앱을 전면 개편했다. 정치인과의 1 대 1 채팅 기능을 앱 전면에 배치했다. 아이돌 가수 등 연예인들이 팬들과의 소통 창구로 활용해온 개인화 채팅 모델을 정치인으로 확대한 것이다.

국민의힘 이원모 후보(경기 용인갑), 김병민 후보(서울 광진갑) 등이 히어위아로 유권자와 소통하고 있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경선에서 패한 소회를 채팅으로 남기기도 했다. 허걸 히어위아 대표는 “유권자와 후보자가 참여하는 기능을 계속 추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프조는 예비후보자 등록 시기에 맞춰 표적 문자 플랫폼 ‘P리스트’를 선보였다. 정치 신인이나 원외 정당인은 문자 발송을 위한 유권자 정보를 수집하는 게 어렵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후보자가 ‘문자 폭탄’을 보내 스트레스를 받는다. P리스트는 유권자의 동의를 받아 합법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후보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회사 관계자는 “성별과 연령 거주지 등을 기준으로 ‘타깃 문자’ 발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패션 제작 엔진을 운영하는 에이아이바는 ‘총선 2024’ 플랫폼을 출시했다. 후보자가 가상공간에서 슬로건이나 의류를 제작해 SNS에 홍보할 수 있다. 당을 선택하면 상징 색깔이 들어간 가상 선거 점퍼가 화면에 뜨고, 후보자는 슬로건과 이름 등을 넣으면 된다.

“중장기적 사업모델 찾아야”

역대 총선의 선거비용 보전액은 선거 한 차례당 800억~900억원대다. 최소 득표율(10%)을 달성하지 못해 비용을 돌려받지 못하는 후보자가 많은 것을 고려했을 때 총선 때마다 수천억원의 선거운동 자금이 시장에 풀린 셈이다. 총선 문자메시지 시장만 최소 101억원에서 최대 25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 플랫폼 관계자는 “매출을 올려야 투자받는 스타트업으로선 총선이라는 기회를 활용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후보자들도 선거비용 절감을 위해 서비스 활용에 적극적이다.

자체 사업모델과 기술력을 총선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통해 실험해볼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인공지능(AI) 정책 플랫폼 코딧의 정지은 대표는 21대 총선 때 파일럿 서비스로 ‘총선kr’이라는 공약 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시장의 성장성을 확인했다. 콘텐츠 스타트업 뉴닉도 지난 총선 때 선거제도와 공약을 안내하는 콘텐츠를 발행해 명성을 얻는 데 성공했다.

다만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끌고 갈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국내 대표 정치 스타트업으로 꼽히던 옥소폴리틱스는 지난달 경영난으로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