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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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상장폐지가 결정된 쎌마테라퓨틱스는 2021년 3월 초 한 외국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언론에 게재하는 등 호재성 정보를 유포했다. 주가도 덩달아 뛰었다.

사업 확장을 예상해 이 기업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불과 3주께 뒤인 같은달 말 '거래 정지' 소식을 듣는다. 회사의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회계감사 의견 거절 판정을 받아서다. 쎌마테라퓨틱스의 최대주주는 호재 소식에 주가가 올랐을 때, 감사보고서가 공시되기 전에 각각 주식을 팔아치워 총 150여억원의 부당이득을 편취했다.

금융감독원이 이같이 상장폐지 요건 적용을 두고 미공개 정보 활용,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를 벌인 기업들을 집중 조사한다고 25일 밝혔다. 금감원은 쎌마테라퓨틱스에 대해선 조사를 완료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의 긴급조치를 거쳐 사건을 검찰에 이첩한 상태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실적악화 등을 이유로 상폐된 기업은 44개다. 이중 코스닥 상장사가 42곳이다. 작년 9개사, 2022년 16개사, 2021년 19개사가 상장폐지됐다. 부실기업 상장폐지에 해당하지 않는 자진 상폐 기업과 코넥스 기업은 제외한 수치다.

금감원은 이중 37개에서 시세조종, 미공개 정보 활용 등 불공정거래를 적발했다. 이중 조사와 조치를 완료한 15개사의 부당이득 규모는 총 1694억원에 달한다.

이들 중엔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주가조작을 시도한 기업도 있었다. A사의 실질사주는 A사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저축은행에 담보로 제공한 주식이 반대매매 위기에 처하자 사채업자이자 시세조종 '전문가'인 B씨에게 시세조종을 지시해 주가를 띄웠다.

A사는 이후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시장에서 73억원을 조달했다. 하지만 경영상황이 호전되지 않아 불과 10개월만에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됐고 이후 상장폐지됐다. 이 기간 A사의 경영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었던 채로 주식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은 그만큼 손해를 봤다는 게 금감원의 추정이다. 이 사례는 증선위 의결로 고발조치됐다.

금감원은 이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자본시장 조사·공시·회계부서 합동대응체계를 마련해 상장폐지를 회피하기 위한 불법 행위를 집중조사할 방침이다. 상장폐지를 당한 기업, 상장폐지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 상장폐지 위험을 피한 기업, 상장 진입 단계 기업 등을 전방위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자본시장 조사 1~3국, 공시심사실, 회계감리 1~2국을 모두 동원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리종목이나 투자주의환기종목 등 특정 분류 내 기업만을 보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아예 관리종목에 들어간 적이 없는 기업 중에도 사실상 좀비 기업이 있을 수 있어 자금 조달·사용, 공시, 회계처리 등 각 단계를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실질적으로는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할 여력이 없는 기업들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이들 기업이 불공정 거래 통로로 쓰여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히고, 정상적인 기업에 갈 자금을 흡수해 국내 증시를 좀먹는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부실을 사유로 상장폐지된 기업 9곳이 거래정지 전 2년간 유상증자,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통해 증시에서 조달한 금액은 총 3237억원에 달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장폐지를 회피하기 위한 불법행위는 '좀비기업'의 퇴출을 미뤄 주식시장 내 자금이 생산적인 분야로 선순환되는 데에 걸림돌이 된다"며 "투자자 피해를 야기하고 주식시장의 신뢰와 가치를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인 만큼 집중조사를 통해 부실과 불법행위를 명백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