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농기계, 트레일러 등 ‘스몰 OEM’이라고 불리는 모빌리티 시장에 자율주행 기술 적용이 빨라지고 있다. 일반 승용차 시장의 자율주행 상용화가 예상보다 더딘 가운데 관련 기술 스타트업이 빠르게 신규 시장을 찾아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승용차 대신 트럭·농기계로…新시장 찾는 자율주행 기업
24일 스타트업업계에 따르면 자율주행 기술 회사 에이디어스는 최근 유럽의 상용차(트럭 등) 제조사 두 곳과 안전 솔루션 공급 계약을 맺었다. 도로 환경 정보를 센서로 인식해 트럭과 화물차 제어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의 트럭 회사들은 안전 규제에 직접 대응할 내부 자원이 부족해 관련 솔루션 수요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OEM은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상품을 의미한다. 다른 회사 제품에 사용되는 부품 등 구성 요소를 제조하는 것을 OEM으로 통칭한다. 스몰 OEM은 사용 분야가 협소하거나 특수 업종에 활용되는 OEM이다. 승용차 시장이 대형 OEM이라면 화물차나 트럭, 물류 로봇에 붙는 자율주행은 스몰 OEM인 셈이다. 자율주행 시장에서 스몰 OEM이 주목받는 이유는 자체 기술 개발 역량이 부족한 중소형 업체가 많기 때문이다. 뾰족한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파고들기 좋은 시장이다.

승용차 대신 트럭·농기계로…新시장 찾는 자율주행 기업
또 다른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그모는 최근 농약·비료업체 경농으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해 벤처투자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아그모는 트랙터 이앙기 등 농기계에 키트를 부착하면 자율주행 농기계로 사용할 수 있는 ‘아그모 솔루션’을 개발한 회사다. 지난해 10월 출시해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농기계 역시 일부 농민만 사용하는 특수 모빌리티 영역이다. 시장이 작고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관련 스타트업이 등장하면서 자율주행 기술 적용에 속도가 붙고 있다. 아그모는 처음부터 농업에 관심이 많은 자율주행 전문가로 구성된 농기계 전문 자율주행 스타트업이다.

승용차 시장의 자율주행 상용화가 늦어지자 기업이 신규 시장을 찾아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승용차 자율주행은 운행 안전요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대당 가격이 비싸다. 시장이 열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미국 자율주행 기업 오로라가 트럭 제조사 팩카와 손잡고 고속도로 트럭 자율주행을 선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산업용 기계 회사들도 자율주행 기술 업체와 손잡고 제품 개발에 나섰다. 농기계 회사 존디어는 자율주행 트랙터,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는 자율주행 광물 운반 트럭을 개발해 최근 공개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일단 개발에 성공하면 다양한 영역에 적용하기 좋다. 자율주행차용 라이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서울로보틱스는 도로 주행용 소프트웨어를 자동차 생산 과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전환해 지난해 30억원의 매출을 냈다. 완성차 공장에서 조립이 끝난 차량을 이동시킬 때 사람 없이 옮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처음부터 특수시장을 노리고 솔루션을 개발할 경우 시장 규모가 큰 범용시장으로의 확대가 어려울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승용차 자율주행 상용화 속도를 보면서 당장 매출을 낼 수 있는 다른 시장을 동시에 찾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