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0년간 매력적 도시 만들기 집중…한국은 도시계획에 갇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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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형 개발 시대 저문다…가치 자산 개발해 장기 보유로 수익 내야"
'도쿄 재개발' 모리빌딩 전략 소개한 박희윤 현대산업개발 본부장 "토지 용도 (구분) 때문에 도시가 주는 자극과 즐거움이 적어지고 (걷는 대신)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도시가 된 것 같습니다.
"
신간 '도쿄를 바꾼 빌딩들'(북스톤)에서 도쿄가 매력 있는 도시가 된 비결을 재개발이란 관점으로 조명한 박희윤 HDC현대산업개발 개발본부장(전무)은 '우리나라 신도시는 왜 밋밋한 동네가 많으냐'는 물음에 "상업지구는 붉은색, 공업지역은 보라색…우리는 예전의 도시계획에 갇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용도를 구분해서 개발하다 보니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며 일상이 분절되고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거리를 조성하기 쉽지 않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한국인 최초로 일본 부동산 개발회사 모리(森)빌딩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서에서 재개발에 관한 지론을 펼친 박 본부장은 지난 20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매력적인 마을, 걷기 편한 동네, 주거·직장·여가가 함께하는 복합 공간을 만드는 것에 지난 20년간 역량을 집중했다"고 일본의 재개발 전략을 소개했다.
모리빌딩은 수도의 이미지를 바꾼 복합시설로 꼽히는 '롯폰기(六本木)힐스' 건설을 주도했고 관리도 맡고 있다.
이 기업은 작년에는 높이 약 330m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꼽히는 아자부다이(麻布台)힐스모리JP타워를 포함한 복합시설 '아자부다이 힐스'를 준공하는 등 의식주와 문화를 한데 어우르는 이른바 '직주(職住·일터와 주거지) 근접형' 거리 만들기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롯폰기힐스는 목조 건물과 소규모 아파트가 밀집했던 도쿄 롯폰기에 모리빌딩이 중심이 된 재개발 조합이 2003년 준공한 일종의 복합 시설이다.
사무실용 고층 건물(롯폰기힐스 타워), 집합주택(롯폰기힐스 레지던스), 호텔 외에 미술관과 전망대 등 문화·상업시설이 결합하면서 '문화 도심'을 상징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롯폰기힐스는 모리빌딩의 존재감을 드러낸 사업이었다.
박 본부장은 모리빌딩이 사업 과정에서 '동네를 파괴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더 새로운 마을을 만들고자 주민 등 이해 관계자와 끊임없이 소통했고 그 결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저서에서 소개했다.
지름길과 볼거리가 있고, 걷는 재미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고 '거미 조각상'과 같은 명물도 탄생했다.
박 본부장은 "모리빌딩에서 일할 때 가장 많이 배웠던 것은 도시는 가로(街路)와 건축이 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한국 대도시에 걷기 좋은 마을, 매력적인 거리가 좀처럼 형성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건물과 보도나 가로를 따로따로 계획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압축 성장 과정에서 분양형 사업이 많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매력적인 마을을 조성하려면 가로변의 환경도 좋아야 하지만 상점도 활성화돼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습니다.
분양형 사업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죄송합니다만 '먹튀'라고 표현하는 분도 있죠."
건물을 지어서 팔고 나면 그만이니 긴 안목으로 지역의 조화로운 변화까지 추구할 동기가 적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대 변화와 더불어 수요자의 요구가 달라지므로 공급자도 주변 환경까지 고려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박 본부장은 내다봤다.
"고도 성장기에는 어떤 물건을 내놓아도 잘 팔리니 그냥 빨리빨리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니 좋은 물건만 가격이 오르고 동네가 좋아야 공실이 안 생깁니다.
" 그는 부동산 개발업이 분양형 사업에 주력하던 시대는 저물고 가치 있는 자산을 개발해 장기간 보유하면서 수익을 내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본부장은 "혼자 (건물을) 잘 만드는 것으로는 안 된다.
지역 혹은 동네를 일종의 브랜드로 만드는 차원으로 나가야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당국, 공급자, 수요자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폰기힐스를 탄생시킨 모리빌딩 등의 전략이 그러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역 단위로 마스터 플랜을 만들고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디벨로퍼(개발자)가 '우리 동네는 내가 책임진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거점을 개발하고 시설 입주자도 매력 있는 이들(사업자)로 채웁니다.
그러면 동네가 활기를 되찾고 임대료 수익도 안정적으로 확보됩니다.
기업 이미지도 좋아지고요.
" 박 본부장은 일본 와세다(早稻田)대 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역재생을 연구하고 2005년 모리빌딩에 입사했다.
이후 모리빌딩의 컨설팅 회사인 모리빌딩도시기획의 수석 컨설턴트 및 한국 사업을 총괄하는 서울지사장으로 근무하다 2018년 현대산업개발로 이직했다.
그는 한국 건설업계의 업무 스타일 차이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일본 사람은 차곡차곡 일하고 만듭니다.
안전이란 측면에서는 좋은 점이 있지요.
하지만 일본에서 일해보니 (지나치게 신중해서) 비효율적인 측면도 많았습니다.
한국에는 빨리빨리 시도해보고 만약 그것이 잘못됐으면 신속하게 수정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일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무엇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박 본부장은 현대산업개발이 광운대역 인근에 추진하는 복합개발 사업을 거론하며 "한국의 롯폰기힐스 같은 도시 모델을 제안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도쿄 재개발' 모리빌딩 전략 소개한 박희윤 현대산업개발 본부장 "토지 용도 (구분) 때문에 도시가 주는 자극과 즐거움이 적어지고 (걷는 대신)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도시가 된 것 같습니다.
"
신간 '도쿄를 바꾼 빌딩들'(북스톤)에서 도쿄가 매력 있는 도시가 된 비결을 재개발이란 관점으로 조명한 박희윤 HDC현대산업개발 개발본부장(전무)은 '우리나라 신도시는 왜 밋밋한 동네가 많으냐'는 물음에 "상업지구는 붉은색, 공업지역은 보라색…우리는 예전의 도시계획에 갇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용도를 구분해서 개발하다 보니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며 일상이 분절되고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거리를 조성하기 쉽지 않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한국인 최초로 일본 부동산 개발회사 모리(森)빌딩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서에서 재개발에 관한 지론을 펼친 박 본부장은 지난 20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매력적인 마을, 걷기 편한 동네, 주거·직장·여가가 함께하는 복합 공간을 만드는 것에 지난 20년간 역량을 집중했다"고 일본의 재개발 전략을 소개했다.
모리빌딩은 수도의 이미지를 바꾼 복합시설로 꼽히는 '롯폰기(六本木)힐스' 건설을 주도했고 관리도 맡고 있다.
이 기업은 작년에는 높이 약 330m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꼽히는 아자부다이(麻布台)힐스모리JP타워를 포함한 복합시설 '아자부다이 힐스'를 준공하는 등 의식주와 문화를 한데 어우르는 이른바 '직주(職住·일터와 주거지) 근접형' 거리 만들기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롯폰기힐스는 목조 건물과 소규모 아파트가 밀집했던 도쿄 롯폰기에 모리빌딩이 중심이 된 재개발 조합이 2003년 준공한 일종의 복합 시설이다.
사무실용 고층 건물(롯폰기힐스 타워), 집합주택(롯폰기힐스 레지던스), 호텔 외에 미술관과 전망대 등 문화·상업시설이 결합하면서 '문화 도심'을 상징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롯폰기힐스는 모리빌딩의 존재감을 드러낸 사업이었다.
박 본부장은 모리빌딩이 사업 과정에서 '동네를 파괴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더 새로운 마을을 만들고자 주민 등 이해 관계자와 끊임없이 소통했고 그 결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저서에서 소개했다.
지름길과 볼거리가 있고, 걷는 재미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고 '거미 조각상'과 같은 명물도 탄생했다.
박 본부장은 "모리빌딩에서 일할 때 가장 많이 배웠던 것은 도시는 가로(街路)와 건축이 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한국 대도시에 걷기 좋은 마을, 매력적인 거리가 좀처럼 형성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건물과 보도나 가로를 따로따로 계획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압축 성장 과정에서 분양형 사업이 많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매력적인 마을을 조성하려면 가로변의 환경도 좋아야 하지만 상점도 활성화돼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습니다.
분양형 사업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죄송합니다만 '먹튀'라고 표현하는 분도 있죠."
건물을 지어서 팔고 나면 그만이니 긴 안목으로 지역의 조화로운 변화까지 추구할 동기가 적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대 변화와 더불어 수요자의 요구가 달라지므로 공급자도 주변 환경까지 고려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박 본부장은 내다봤다.
"고도 성장기에는 어떤 물건을 내놓아도 잘 팔리니 그냥 빨리빨리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니 좋은 물건만 가격이 오르고 동네가 좋아야 공실이 안 생깁니다.
" 그는 부동산 개발업이 분양형 사업에 주력하던 시대는 저물고 가치 있는 자산을 개발해 장기간 보유하면서 수익을 내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본부장은 "혼자 (건물을) 잘 만드는 것으로는 안 된다.
지역 혹은 동네를 일종의 브랜드로 만드는 차원으로 나가야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당국, 공급자, 수요자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폰기힐스를 탄생시킨 모리빌딩 등의 전략이 그러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역 단위로 마스터 플랜을 만들고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디벨로퍼(개발자)가 '우리 동네는 내가 책임진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거점을 개발하고 시설 입주자도 매력 있는 이들(사업자)로 채웁니다.
그러면 동네가 활기를 되찾고 임대료 수익도 안정적으로 확보됩니다.
기업 이미지도 좋아지고요.
" 박 본부장은 일본 와세다(早稻田)대 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역재생을 연구하고 2005년 모리빌딩에 입사했다.
이후 모리빌딩의 컨설팅 회사인 모리빌딩도시기획의 수석 컨설턴트 및 한국 사업을 총괄하는 서울지사장으로 근무하다 2018년 현대산업개발로 이직했다.
그는 한국 건설업계의 업무 스타일 차이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일본 사람은 차곡차곡 일하고 만듭니다.
안전이란 측면에서는 좋은 점이 있지요.
하지만 일본에서 일해보니 (지나치게 신중해서) 비효율적인 측면도 많았습니다.
한국에는 빨리빨리 시도해보고 만약 그것이 잘못됐으면 신속하게 수정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일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무엇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박 본부장은 현대산업개발이 광운대역 인근에 추진하는 복합개발 사업을 거론하며 "한국의 롯폰기힐스 같은 도시 모델을 제안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