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제거나 군대 훈련·오데사에 배치·보호구역 설정 등
전투 병력 파견은 가장 가능성 낮은 시나리오…"전쟁 선포하는 것"
지난달 여론조사 결과 프랑스인 76%가 프랑스군 파병 반대
프랑스군, 우크라 파병 가능 5가지 시나리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기한 서방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과 관련해 프랑스군 배치 시나리오 5가지를 가정해 볼 수 있다고 일간 르피가로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가로는 첫 번째 시나리오로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군수품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안을 꼽았다.

우크라이나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영국 방산업체 BAE 시스템스나 우크라이나 내에서 기갑차량을 수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독일 라인메탈처럼 프랑스도 직접 현지에서 무기 생산이나 유지 보수 작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장 설립은 군대가 직접 나서기보다 민간이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피가로는 지적했다.

앞서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국방부 장관도 이달 8일 라디오 RMC에 출연해 "프랑스 기업들은 우크라이나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우크라이나 땅에서 부품이나 심지어 탄약까지 생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두 번째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지뢰 제거나 군대 훈련을 위해 현지에 주둔하는 방식이다.

르코르뉘 장군은 앞서 같은 방송에서 "지뢰 제거나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자국 영토에서 훈련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군은 이미 프랑스와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을 훈련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이런 훈련방식이 러시아군의 약화를 가속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프랑스군이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구 도시이자 곡물 수출 통로인 오데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군대를 배치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르몽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달 21일 국가 행사 뒤 엘리제궁에 모인 일부 손님들에게 "어쨌든 나는 내년에 오데사에 사람들을 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주간지 르 카나르 앙셰네 보도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의 오데사 항구 정복 시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몰도바로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프랑스군, 우크라 파병 가능 5가지 시나리오는
이 시나리오에 대해 파리정치대학의 니콜라 텐제르 교수는 프랑스군이 오데사에 배치될 경우 "러시아가 오데사를 손에 넣을 방법은 없겠지만, 미사일 공격을 늘릴 수는 있다"며 러시아군과 직접 대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네 번째 시나리오는 프랑스군이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서 보호 구역을 설정하는 경우다.

벨라루스와의 국경이나 헤르손, 하르키우 같은 수복 지역에 프랑스군을 배치해 러시아군이 진격하지 못하도록 방어선을 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러시아군이 자주 공격하는 민간 지역을 보호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 중심부에서 보호 구역 작전은 현재로선 꿈같은 이야기"라거나 "우리 군이 공격받을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반응을 보인다.

가장 가능성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는 프랑스군이 우크라이나군과 함께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가설이다.

군사 전략 연구원인 줄리아 그리뇽은 "이 경우 프랑스는 전쟁의 당사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고, 국방부와 가까운 한 군사 전문가 역시 "이는 러시아에 전쟁을 선포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전투 병력을 투입할 경우 무기 생산을 급격히 늘려야 하고, 현장에선 서로 다른 방식을 가진 두 나라 군대가 언어 장벽을 넘어 협력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피가로는 지적했다.

아울러 동맹국의 지원 없이 프랑스 혼자 전투 병력을 파병할 수는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피가로는 이런 모든 시나리오에 공통으로 수반되는 건 마크롱 정부가 짊어지게 될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라고 꼬집었다.

프랑스군을 파병하려면 여론을 설득해야 하고, 만일의 경우 프랑스군 측에서 사상자라도 나올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취지다.

지난 달 26일 마크롱 대통령이 처음 서방 군대 파병 가능성을 언급한 직후 유럽1과 쎄뉴스(CNews) 등의 의뢰로 여론조사 기관 CSA가 프랑스 국민 1천14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76%가 프랑스군 파병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