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권실세 천문학적 비자금 양성화" 속여 수억 가로챈 50대
과거 정권 실세의 '지하자금'을 양성화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수억원을 가로챈 50대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2단독 정은영 판사는 사기·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정모(51)씨에게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정씨와 공모해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64)씨는 징역 10개월 선고받았다.

이들은 과거 정권 실세의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모아둔 창고가 있고 여기에 있는 돈을 이용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이른바 '지하자금 양성화 사업'을 꾸며냈다.

정씨는 1천억원이 들어있는 통장, 금융거래확인서, 잔액 증명서 등 서류를 위조한 다음 피해자들에게 건네 대가를 지급받는 역할을, 김씨는 본인 명의의 통장을 정씨에게 제공하고 위조된 1천억원이 들어있는 통장의 주인인 것처럼 행세했다.

이들은 이렇게 위조한 서류들을 보여주며 피해자들에게 돈을 주면 지하자금을 양성화하는 데 필요한 서류들을 일정 기간 제공하겠다고 속여 2021년 연말 1억1천만원을 가로챘다.

정씨는 이 밖에도 다른 이들과도 공모해 같은 수법으로 3억원을 가로챘으며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사무실 임대차 계약을 하기도 했다.

정 판사는 정씨에게 "조직적·계획적·반복적 범행의 성격을 갖고 있고 죄질이 불량한 점, 피해자가 다수이고 가로챈 금액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씨가 변제한 금액이 얻은 이득액을 웃도는 점, 정씨가 범행을 부인하는 공범들의 수사와 재판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정 판사는 김씨에게는 "통장 주인 역할을 담당해 가담 정도가 가볍지 않은데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검찰 측 항소로, 김씨는 쌍방항소로 2심 재판을 받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