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성하는 마지막 2%…색·소리 빚는 '마법사'
영화 ‘파묘’가 개봉 한 달 만인 22일 누적 관객 수 959만 명을 달성했다. 한국 영화로 스물두 번째 ‘천만 고지’ 달성을 눈앞에 둔 파묘의 숨은 공신으로 떠오른 기업이 있다. 파묘는 물론 ‘기생충’ ‘서울의 봄’ 등 천만 관객 영화에서 색보정(DI)·음향 작업을 맡았던 코스닥시장 상장사 덱스터다.

국내에서 시각특수효과(VFX)·DI·음향 등 영상 제작과 관련한 모든 후공정 작업을 할 수 있는 곳은 덱스터가 유일하다. 후공정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강종익(오른쪽)·김욱 공동대표(왼쪽)가 회사를 이끌고 있어서다. 국내 천만 관객 영화 열다섯 편이 그들의 손을 거쳐 최종 완성됐다.

두 대표는 지난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영상 제작 후공정 분야 기술력이 미국 할리우드와 동등해졌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강 대표는 “제작비 규모를 감안하면 덱스터는 영미권 제작사 대비 많게는 3분의 1, 적게는 7분의 1 금액으로 동등한 수준의 작업을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전 속도가 눈부셨던 중국 제작사도 가격 경쟁력에선 기세가 꺾인 지 오래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2010년대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할 때만 해도 중국이 20% 정도 작업 비용이 저렴했다”며 “하지만 중국 제작사 인건비가 올라 지금은 완전히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1998년 영화 ‘퇴마록’을 시작으로 VFX업계에 투신했다. 김 대표도 일본에서 VFX 관련 공부를 하고 2000년대 초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엔 김용화 감독과 의기투합해 덱스터를 설립했다. 기술력으로 한국 영화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였다.

김 대표는 “VFX업계는 매년 1~2월이 ‘보릿고개’였다”며 “3~4월에 개봉하는 한국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강 대표도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한국 시장에 매달리기만 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VFX 하는 사람에 감독까지 뭉쳐서 규모를 키워 해외를 공략해보자는 마음에 덱스터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덱스터의 지난해 매출은 677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늘었다. 이소중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중심으로 DI·음향 공정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모두를 갖고 있는 덱스터가 수혜를 볼 전망”이라고 했다.

신규 사업으론 미디어아트를 선택했다. 팬데믹 기간 확보한 가상현실(VR)·버추얼 프로덕션(VP) 기술력을 활용해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직접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VP는 게임 엔진을 활용한 촬영 기법으로, 초대형 디스플레이 화면이 배우나 사물 움직임에 연동돼 움직인다. 크로마키와 달리 영화 제작과 후공정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미디어아트 기획 경험이 풍부한 글로벌 기업과 콘텐츠 공급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경주 ‘계림’과 제주 ‘탐라’ 등 덱스터가 직접 투자한 미디어아트 전문 전시관을 거점으로 해외 수요를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djdd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