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장년층(55~64세) 임금근로자 10명 중 3명은 비정규직으로 조사됐다. 중장년층의 이런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연공서열식 임금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책 연구기관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일 발표한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55~64세 임금근로자 중 임시고용 근로자 비중이 34.4%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성별로 보면 남자가 33.2%, 여자가 35.9%로 OECD 평균(남자 8.2%·여자 9.0%)의 네 배에 달했다. 고용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미국과 비교해도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이 두드러진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중장년층 고용 불안의 주요 요인으로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가 지적됐다. 근속연수가 10년에서 20년으로 늘어날 때 한국의 임금 상승률은 평균 15.1%에 달했다. 비교 가능한 OECD 27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낮은 중장년 정규직 노동 수요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이어진다”며 “정규직 근로자는 높은 임금과 정년까지의 안정성을 누릴 수 있지만 어떤 이유로든 기존 직장을 이탈한 중장년층 근로자는 재취업 시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동시장 구조는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도 꼽혔다. 출산·육아로 정규직 일자리를 떠나면 재취업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아예 출산·육아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한 연구위원은 중장년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연공서열에 의한 임금 상승 기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과장급인 10년 차까지는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을 올려주되 그 이후부터는 직무와 성과에 따라 임금 수준을 결정하자는 것이다. 비정규직 고용 안정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간제·파견 등의 사용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1년 미만 근속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비정규직과 계약을 종료할 때 드는 비용을 높이는 해법을 제시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