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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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성장주 대표주자인 네이버가 개인 투자자들의 아픈 손가락이 되고 있다. 개인은 소위 '물타기'를 하고 있지만 주가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e커머스의 국내 진출, 통화 긴축 장기화 등 악재가 발생하며 주가는 바닥을 기고 있다. 증권가에선 숫자로 믿음을 줘야 주가가 회복할 것으로 본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네이버 주식을 소유한 사람은 95만4211명이었다. 2022년 말 105만1660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10만명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작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주주가치 제고를 약속했지만, 약속과 달리 주가가 부진하자 개인들이 떠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개인 투자자들은 다시 네이버를 사들이고 있다. 대부분의 개인이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물타기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을 통해 네이버에 투자한 15만5315명(15일 기준) 중 98.77%는 손실을 보고 있다. 평균 손실률은 30.94%에 달한다. 평균 단가는 29만3591원이다.

개인들은 물을 열심히 타고 있지만 주가는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17.81% 하락했다. 연중 최고점과 비교하면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전날 종가는 18만4100원으로 1월 16일 장중 기록한 연중 최고점 23만5500원에 비하면 21.8% 낮다. 이날에도 네이버는 장중 18만2200원까지 하락하며 연일 연중 최저점을 경신하는 등 바닥까지 밀려있다.

네이버는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종목에 포함돼있어 '개미무덤'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5일부터 전날까지 개인투자자는 28거래일 연속 네이버를 순매수했다. 순매수액은 1조3048억원으로 이 기간 개인 순매수 1위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074억원, 6556억원을 순매도하며 개인에게 물량을 넘기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 초 실적이 공개되고 주가가 반등했다. 작년 연간 매출액은 2022년 대비 17.6% 증가한 9조6706억원, 영업이익은 14.1% 늘어난 1조488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연간 최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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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쪼그라들고 있는 탓이다. 네이버와 같은 성장주는 기준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최근 미국 월간 고용이 증가하고,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견조해 금리 인하 시점이 6월에서 뒤로 밀리고, 인하 횟수도 세 차례에서 두 차례로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종목이 수급을 빨아들인 점도 부담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관련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소식에 투자자들은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종목에 몰렸다. PER이 상대적으로 높은 네이버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떨어졌다.

알리, 테무 등 중국 e커머스가 국내에 진출한 점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중국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면 네이버 커머스 사업의 성장성이 둔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업체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2월 기준 알리와 테무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18만명, 581만명으로 집계됐다. e커머스 앱 중 각각 2위와 4위에 올랐다.

결국 작년 실적보단 올해 경영 성과에 대한 걱정이 주가에 반영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반등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성장률이 높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며 "미국의 구글·아마존은 미국 내수 경기가 좋기 때문에 주가도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국내 경기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네이버 주가가 부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월 밸류업 프로그램의 윤곽이 드러나는데,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성장주로 다시 자금이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며 "6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국은행도 이에 맞춰 완화 정책을 편다면 소비가 살아나 네이버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 사진=한경DB
최수연 네이버 대표. / 사진=한경DB
네이버가 야심 차게 내놓은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은 순항하고 있지만 전체 실적을 견인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기준 치지직의 MAU는 208만명으로 아프리카TV(253만명)를 바짝 쫓고 있다. 다만 업계 선두인 아프리카TV의 시가총액이 1조400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치지직이 네이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약 30조원이다.

다만 네이버를 저점 매수로 접근하는 것은 유효하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e커머스의 위협 등을 시장에서 과대평가해 주가가 심하게 하락했다는 이유에서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1~2년간 중국 e커머스 업체가 네이버 커머스 사업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성장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2008년 이후 네이버의 PER이 20배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는 걸 감안하면 주가가 더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올해 실적 추정치 기준 네이버의 PER은 21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눈은 이제 주주총회로 향한다. 작년 주총서 최 대표는 주주가치 제고를 공언했지만 주가는 맥을 못추고 있다. 주주들은 온라인 종목토론방에 모여 성토하고 있다. 한 주주는 "네이버 경영진들은 주가를 일부러 외면하나"고 토로했다. 다른 주주는 "역대급 개미 소굴이 열렸다"며 한탄했다. 네이버 정기주총은 오는 26일 열린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