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치 축구장 예약 신청이 2초 만에 끝나는 게 말이 됩니까.”

지난달 23일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시스템을 통해 광진구 능동 서울어린이대공원의 축구장을 대관하려고 했던 아마추어축구단 대표 A씨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3월달 예약 신청 페이지가 열린 이날 오전 10시, A씨는 사이트를 새로고침한 뒤 ‘예약’ 버튼에 마우스를 재빨리 갖다 댔지만 이미 그가 원하던 토요일 오전 8~10시 시간대는 모두 다른 누군가에 의해 선점돼 있었다. 시설 운영팀에 문의하자 “2초 만에 예약이 끝났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방자치단체의 공공 체육시설이 이른바 ‘매크로’에 점령당했다. 공공서비스 예약시스템은 서울시가 총괄 운영하지만, 해당 플랫폼 안에서 여러 구청·서울시설공단·민간 업체가 예약 현황 등을 직접 등록하고 관리한다.

시설별로 예약 신청 페이지가 열리는 날짜와 시간은 조금씩 다르지만 통상 다음달분 이용자를 2~3주 전에 선착순으로 모집하는 식이다. 평일 저녁 또는 주말 아침 등 인기 시간대는 경쟁률이 꽤 높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아닌, 매크로(자동입력) 프로그램 등의 기술을 활용해 시설을 독점한다는 민원이 시민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부정 예약 관련 민원이 잇따르자 서울시는 지난해 7월부터 단속을 강화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7월부터 올 2월까지 공공서비스 부정 예약이 의심돼 관리자 직권으로 예약을 취소한 사례가 183건에 달했다.

하지만 직권으로 취소하려면 담당자가 사례를 하나하나 확인해야 하고, 매크로 사용 여부를 실질적으로 검증할 기술이 없다 보니 민원이 강하게 제기된 사례 중심으로만 대응이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A씨는 “예약을 시도했던 토요일 오전 시간대 어린이대공원 축구장 예약자는 서너 시간 뒤 다른 예약자 여러 명으로 나뉘었다고 들었다”며 “최초 예약자가 다른 이들과 거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도 매크로를 막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성중 서울시 정보시스템담당관 사무관은 “‘예약하기’ 버튼의 무작위 배열, 구글 캡차(CAPCHA·사용자가 조건에 맞는 그림 등을 선택) 기능, 심플 캡차(표시되는 그림의 숫자 등을 입력), 그리고 문자 인증 등의 기능을 각 시설 관리자가 예약 페이지에 도입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권고사항에 불과하고, 시설 관리자가 여럿이다 보니 이런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대다수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서울시와 관련 기관·부서가 협업체계를 구축해 부정 예약을 더욱 적극적으로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