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두대서 처형당한 앙투아네트…나라살림 거덜낸 최악의 악녀였나
프랑스의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는 사치스러운 생활로 국가 재정을 파탄 낸 악녀로 알려져 있다. 먹을 빵이 없다는 백성들의 절규에 “케이크를 먹으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 오르게 됐지만 역사가들은 그의 악행이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앙투아네트를 검소했던 왕비라고 할 수는 없지만 프랑스 나라살림을 거덜 낸 주범은 미국 독립전쟁이라는 것이다. 케이크 운운했다는 소문도 사상가 장 자크 루소가 쓴 <참회록>에서 와전된 말이었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사진)는 값비싼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샀다는 등의 누명을 뒤집어쓰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앙투아네트를 다시 보는 작품이다. 앙투아네트에게 닥치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프랑스 혁명의 모순을 그린다.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시작된 혁명이 또 다른 권력을 낳아 공포 정치로 변질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다.

메시지는 인상적이지만 인물 묘사나 개연성은 다소 아쉽다. 처형 장면에서 앙투아네트는 새하얀 옷을 입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국민들의 고통에 무관심했던 인물이 고결하고 순수한 인물로 그려져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혁명을 이끈 주인공 아르노가 앙투아네트와 배다른 자매라는 설정도 의아한 대목이다.

관객을 사로잡는 시청각적 요소는 부족함이 없다. 화려하고 섬세한 무대 디자인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무도회장, 호수와 정원, 빈민들이 사는 길거리, 단두대가 세워진 처형장까지 다양한 배경이 마치 영화 장면처럼 다채롭다. ‘더는 참지 않아’ ‘정의는 무엇인가’ 등 코러스와 캐스트가 전부 동원돼 노래하는 넘버에서 프랑스 혁명이라는 소재에 걸맞은 힘과 웅장함이 느껴진다. 3시간에 이르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다. 공연은 5월 26일까지.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