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도서도 작업하는 진공로봇…티로보틱스 "삼성·LG가 고객사"
디스플레이 원판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액정에 박막을 입히는 증착 공정. 공정이 이뤄지는 진공 체임버는 내부 온도가 최고 500도까지 올라간다. 진공로봇은 진공체임버 내부에서 웨이퍼를 옮기는 장비다. 가혹한 조건이지만 교체 연한인 2년이 지나기 전엔 고장이 나선 안 된다. 업계에서 진공로봇 생산 기업을 ‘로봇 전문기업’으로 인정하는 이유다.

티로보틱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진공로봇을 생산한다. 2008년 진공로봇 개발에 성공한 이후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에 제품을 공급해왔다. 미국 반도체 장비 회사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에 12년간 장비를 납품했다.

500도서도 작업하는 진공로봇…티로보틱스 "삼성·LG가 고객사"
최근엔 로봇 기술력을 이용해 자율주행 물류로봇(AMR) 분야에서도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4월 SK온과 포드자동차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와 계약해 미국에 295억원 규모 AMR을 납품하기로 했다. 같은 달 추가 공급 계약을 맺었지만 구체적인 물량은 밝히지 않았다.

성과는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티로보틱스는 전년 대비 17.7% 늘어난 66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84억원으로 전년 대비 262.1% 늘어났다. 연구·현장 인적 자원 투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안승욱 대표(사진)는 물류로봇사업과 관련해 “물류로봇을 수백 대 생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만에 하나 오작동이라도 하면 고객사로부터 수백억원 규모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류로봇사업 확대에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티로보틱스는 10여 년 동안 연 300대씩 진공로봇을 공급했다”며 “11t짜리 진공로봇도 생산했는데, 1t 이하 물류로봇은 그에 비하면 사실 쉽다”고 했다.

올해는 유럽에 판매법인을 세운다. 판로를 개척하는 동시에 협력사를 찾아 시너지를 낼 예정이다. 안 대표는 “물류로봇사업은 일본 ZMP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모션디바이스를 인수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유럽에서도 유망한 협력사를 찾아 신규 시장을 공략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djdd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