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배터리 기업 CATL이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며 한국 배터리 3사를 압도했다. ‘전기차 한파’에 따른 배터리 업황 난조에도 순이익 격차를 더 벌렸다. 배터리 기술, 양산 전쟁이 더 심해지는 가운데 CATL이 연구개발 등에 투자할 수 있는 더 많은 ‘실탄’을 확보한 셈이다.
CATL, K배터리 3형제 매출 압도…"순이익은 두 배 차이"
CATL은 지난해 매출 4009억위안(약 74조원), 순이익 441억위안(약 8조1500억원)을 기록했다고 17일 발표했다. 각각 전년보다 22%, 42% 증가해 시장 추정치를 뛰어넘었다. 매출은 4000억위안을 처음 넘으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해외에서 전체 매출의 32.7%를 거둬 ‘안방 호랑이’라는 오명도 벗었다. LG에너지솔루션(33조7400억원), 삼성SDI(22조7000억원), SK온(12조9000억원) 등 배터리 3사의 매출을 합쳐도 CATL에 미치지 못했다.

순이익 규모 차이는 더 벌어졌다. 적자를 낸 SK온을 제외하고 LG에너지솔루션(1조6380억원), 삼성SDI(2조660억원)를 합쳐도 CATL의 절반도 안 됐다. 이익 규모는 향후 시장 경쟁력을 높일 연구개발 비용과 직결된다. CATL의 지난해 연구개발 투자비용은 184억위안(약 3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8% 늘었다. 업계가 추정한 한국 배터리 3사의 합산 연구개발비(약 2조7000억원)보다 26% 많다.

CATL의 독주 비결에는 탄탄한 내수를 바탕으로 한 ‘규모의 경제’가 있다. 중국 내 광산을 갖춘 덕분에 원가 경쟁력도 높다. 반면 한국 배터리 3사는 지난해 들어서야 해외 광산에 대한 지분 투자를 조금씩 늘렸다. 게다가 한국 기업에는 없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중저가 전기차시장을 잡은 데 이어 가파르게 증가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수요도 빨아들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배터리 가격 경쟁이 막바지인 가운데 CATL은 대규모 생산라인으로 생산 효율을 개선하고 수익률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6월 ‘비중 축소’로 내린 투자 등급을 최근 ‘비중 확대’로 올리고 목표 주가를 14% 높였다.

한국 배터리업계의 활로는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확보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쩡위친 CATL 회장은 지난 15일 실적 발표회에서 “전고체는 극복해야 할 기술 난제가 많아 상품화까지 멀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2027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선언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