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조용한 사직 vs 조용한 해고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시작한 2020년대는 유난히 빠르게 변하고 있다. SNS가 바뀐 풍조를 여기저기 전파하면서, 사람들이 트렌드를 수용하는 속도가 높아지기도 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소재는 역시 MZ의 직장생활이다. 지난해까지는 MZ의 ‘조용한 사직’이 대세였다면, 올해는 기업의 맞대응인 ‘조용한 해고’가 인기다.

조용한 사직이란 정말로 사표를 내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시키는 일만 최소한으로 하며 눈에 띄지 않게 직장생활을 하는 태도를 일컫는다. 대신 승진도, 조직 내에서의 평판도 모두 포기한다. 회사에는 손해다. 모든 구성원이 열정 넘치는 조직 또한 종종 길을 잘못 들게 되지만, 반대로 모두가 마지못해 출근하는 조직에는 미래가 없기 마련이어서다.

반대로 조용한 해고는 불경기 탓에 인건비가 부담스러운 기업이 잡음 없이 직원을 내보내는 방법을 뜻한다. 노동 관련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거나 보상 비용이 드는 직접적인 해고 통보 대신, 저성과자를 본래의 업무나 성향에 맞지 않는 부서로 재배치하거나 은연중에 직급을 하향하는 등 간접적인 이별 메시지를 주는 방식이다.

사실 조용한 사직이든 조용한 해고든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부모님 세대는 조용한 사직 대신 ‘만년 과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노동이 지금보다 중요했던 시대라 조용한 사직과 달리 조롱과 한탄이 섞여 있는 단어이긴 하지만, 눈에 띄지 않게 납작 엎드려 회사 생활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통하는 면이 있다. 기업도 사무직을 생산직으로 발령한다든지, 정말로 책상을 뺀다든지 하며 어떻게든 구조조정을 해왔다.

새롭게 해야 할 걱정은 근본적인 노동시장 변화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대체로 이연 보상 계약 이론이 적용되는 곳이었다. 대리 직급까지는 생산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직급이 올라가면 생산성을 웃도는 수준의 임금을 받았다. 개인은 가정을 부양하며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시기에 임금이 높아져 다행이고, 회사도 이직률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MZ는 승진하고픈 욕구를 잃었고, 심지어 결혼·출산·육아도 기피하게 됐다. 회사도 직접고용보다 외주, 정규직보다는 계약직을 선호한다. 서로 길게 내다보는 이연 보상 계약은 매력을 잃었다. MZ는 직장에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한다. 제대로 보상받고 있다거나, 이후에라도 보상받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기대와 설렘이 없는 곳에서 사람은 심드렁해진다.

무기력은 결국 경제성장의 핵심인 기술 진보를 늦출 것이다. 호기심으로, 즐거움으로 몰입할 때 혁신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을 관통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