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독한 한파가 몰아쳐도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던 그곳, 태국 방콕. 팬데믹이라는 이름의 기나긴 방학이 지나고 마침내 그곳에 도착했다. 물 위에 간절한 소망을 띄워 보내며 새해를 맞이했다.

소원을 들어줘, 로이끄라통

태국은 새해가 다른 나라보다 조금 일찍 찾아온다.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날이 아니라, 로이끄라통 축제를 기점으로 다음 한 해를 맞이한다. 한국에서 따뜻한 떡국으로 한 해의 시작을 기념하듯이, 태국에서도 특별한 의식을 치른다. 바나나 잎과 줄기로 만든 작은 배를 강에 떠내려 보내며 한 해의 무탈함을 기원하는 것. 2023년 로이끄라통 축제의 현장에 다녀왔다.
축제 분위기를 더하는 놀이기구./협조=태국관광청
축제 분위기를 더하는 놀이기구./협조=태국관광청
축제는 태국력으로 12월 보름에 전국 강가에서 열린다. 축제의 모습은 지역의 특색이 반영돼 조금씩 다른데, 방콕, 수코타이, 치앙마이, 그리고 기자가 다녀온 암파와 수상시장의 축제가 유명하다. 태국은 수상무역이 활발해 발달했던 수상시장 문화가 발달했다.

주인은 강물 위에 배를 띄운 뒤 상품을 진열하고, 손님들 역시 배를 타고 지나가면서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겨우 사람 한 명이 앉을 수 있는 좁은 배 위에서 강물의 흔들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꼬치를 구워내거나, 국수를 볶아내는 모습은 <생활의 달인>에 나와도 놀랍지 않을 정도다. 이러한 이색적인 모습 때문에 태국을 찾는 여행자들의 필수 방문 코스기도 하다.
관광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암파와 수상시장.
관광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암파와 수상시장.
특히 방콕의 담넌사두억 수상시장은 현지인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외지인들로 붐빈다. 상점 역시 ‘아이 러브 방콕’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처럼 관광객을 겨냥한 기념품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암파와 수상시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대표적인 관광지들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탓인지, 외국인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덕분에 제대로 ‘로컬’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로이끄라통 축제용 배.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로이끄라통 축제용 배.
로이끄라통 축제는 해가 진 후에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만 낮부터 온 마을에서 들뜸이 느껴졌다. 시장 곳곳에는 가지각색의 노점이 들어섰다. 큰 솥을 걸고 보글보글 탕을 끓여내거나, 갖가지 현지 음식을 파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알록달록한 솜사탕이나 초콜릿을 파는 곳은 어김없이 어린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사람들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라이브 연주로 구성지게 부르는 노래가 들려와 사람들의 흥을 돋우었다. 학교 운동회가 곧 온 동네의 잔치였던 <응답하라> 시리즈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 정겨웠다.
풀과 꽃으로 곱게 장식한 배가 사람들의 소망을 싣고 강물 위를 떠간다.
풀과 꽃으로 곱게 장식한 배가 사람들의 소망을 싣고 강물 위를 떠간다.
뭐니뭐니해도 로이끄라통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물에 배를 띄우며 소망을 비는 것. 손수 배를 만들기도 하지만, 판매하는 제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배는 기본적으로 바나나나무 줄기로 만든 받침 위에 바나나 잎과 꽃을 얹어 장식하고 초를 꽂는 구성이다. 꽃으로는 태국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황금빛의 메리골드를 얹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만큼이나 제각각의 개성을 뽐낸다. 저 정도로 꾸미는 정성이라면 소원을 들어줄 만하다 싶게 휘황찬란한 생김새를 자랑하는 배도 있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배를 소중히 안고 강가로 향했다. 초에 불을 붙인 뒤 두 손으로 이마 높이까지 들어올린다. 눈을 감고 잠시 기도한 뒤 강으로 조심스레 띄워보냈다. 초의 불이 꺼지지 않고 멀리 떠내려가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어린아이의 손을 잡은 부모, 교복을 입은 10대, 20대 커플, 머리가 희끗한 노인… 축제에 오는 사람들은 나이대도, 구성원도 다양했지만 간절하게 기도하는 모습에는 차이가 없었다.

How to travel 방콕

날씨
일년 내내 여름 날씨인 방콕이지만 12월에는 더위가 조금 사그라든다. 낮에는 햇볕이 쨍쨍해 덥지만 저녁에는 비교적 선선하다. 로이끄라통 축제를 기점으로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여행 중 비를 마주칠 확률도 낮다. 지금이 방콕으로 떠나기 좋은 적기라는 뜻.
태국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법, 러이크라통 축제를 다녀오다
교통
방콕을 오가는 길이 한층 쾌적해졌다. 방콕의 관문, 수완나품 국제공항이 팬데믹 기간에 새 단장을 마치고 터미널을 확장했기 때문. 타이 에어아시아엑스를 이용하면 이 쾌적함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인천-방콕 항공편이 2023년부터 취항 공항을 돈므앙에서 수완나품으로 옮겼기 때문. 이전에 주 10회 운항하던 직항편을 매일 2회 증편했다. 간편 환승 시스템을 지원해 치앙마이와 끄라비 등 지역 도시로의 환승도 편리하다.
태국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법, 러이크라통 축제를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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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편안한 숙소가 여행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137 필라스 스위트&레지던스 방콕이 제격이다. 수쿰윗의 엠쿼티어 쇼핑 지역 인근에 문을 연 고층 숙소로, 넉넉한 객실 크기를 자랑한다. 기본 객실 타입도 거실과 침실 공간이 분리되어 있고, 조리시설과 세탁실, 책상 등을 갖추고 있어 워케이션을 계획하는 장기 여행객에게 알맞다. 방콕의 도심이 발아래 펼쳐지는 인피니티풀은 방콕 최고의 호텔 수영장 순위에서 빠지지 않으니 꼭 들러볼 것.

방콕 OLD & NEW

팬데믹 동안 ‘방콕’하며 방콕을 그리워만 했다면, 드디어 떠날 때다. 우리가 사랑했던 고전적인 방콕의 명소들과 새롭게 등장한 방콕의 명소들을 소개한다.

마하나콘 전망대
방콕에서 지금 가장 핫한 곳을 한 곳만 꼽으라면 킹 파워 마하나콘 타워를 꼽겠다. 코로나19 기간에 문을 열었음에도 이미 소문이 자자해 현지인과 관광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빌딩이다.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이 설계를 맡아 화제를 모은 스탠더드 호텔과 태국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가 있는 곳이다. 전망대는 빌딩 78층, 지상 314m에 위치해 있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면 1분도 걸리지 않아 도착한다. 정상에 오르면 막힘 없이 360도로 도시의 전망이 펼쳐지는데, 고층 호텔에 루프톱 바가 많은 방콕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뻥 뚫린 전경이다. 덕분에 해 질 녘에 찾으면 근사한 노을을 볼 수 있다. 짜릿한 스릴을 경험하고 싶다면 땅이 투명하게 내려다보이는 유리바닥 위에 서볼 것. 대담한 사람이라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재미난 인증샷도 남길 수 있다.
태국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법, 러이크라통 축제를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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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부트리 로드
너무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부담스럽거나 가족과 함께 여행 중이라면 카오산로드 바로 옆 거리인 람부트리 로드로 향하자. 골목 하나 차이일 뿐인데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수백 개의 전구가 매달려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페와 펍에서 라이브 연주를 감상하며 음료를 즐기거나 발 마사지를 받으면서 여독을 풀 수도 있다.
태국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법, 러이크라통 축제를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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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방콕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차이나타운으로 향하자. 한자가 가득한 네온사인, 중국식 기와를 얹은 건물이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방콕은 해상무역 도시로, 일찌감치 아시아권 교포들이 터를 잡고 자신들의 마을을 형성했다. 중국 교포들이 터를 잡은 이 거리는 밤에 포장마차가 빼곡히 들어서면서 더욱 활기를 띤다. 팟타이, 어묵국수, 튀긴 돼지고기 덮밥 등 대표적인 태국 스타일 메뉴는 물론 곤충 꼬치 등 이색적인 간식거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밤이 깊어질수록 화려한 간판과 조명으로 거리는 더욱 빛난다.
태국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법, 러이크라통 축제를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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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로드
한때 전 세계 배낭 여행객들의 성지로 여겨졌던 카오산로드. 팬데믹 기간에 잠들어 있었던 거리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로 북적인다. 그사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바로 ‘대마’의 등장. 태국 정부가 지난해 6월부터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하면서 대마 판매점이 카오산로드에도 문을 연 것. 길쭉한 단풍잎처럼 생긴 대마 잎이 초록색 간판을 달고, 생(生)대마 잎과 대마 음료, 쿠키, 젤리 등을 판매한다. 태국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은 아니고, 마약류를 취급하지만 음험하거나 위험한 분위기는 아니다. 구경은 자유이나, 한국인은 섭취는 물론이고 구입·소지하는 것만으로도 마약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꼭 인지하기를.
태국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법, 러이크라통 축제를 다녀오다
조드페어 야시장
요즘 방콕 MZ들은 밤에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드넓은 광장에 수백 개의 푸드부스, 소품숍 등이 모여 있는 야시장으로, 무척 깨끗하고 분위기도 밝아서 늦은 밤에 방문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곳을 한 바퀴 둘러보면 요즘 방콕에서 유행하는 메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두리안 파이, 비건 아이스크림, 빙수, 댄싱 쉬림프 등이 그 주인공. 그렇지만 이곳에서 빼놓지 말고 먹어봐야 하는 메뉴는 따로 있다. 바로 랭쌥! 차곡차곡 쌓은 돼지고기 등뼈에 고추소스를 잔뜩 끼얹은 요리로, 조드페어 야시장의 마스코트와도 같다. 셰프가 거대한 등뼈탑에 소스를 끼얹는 장면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퍼포먼스이니 놓치지 말것!
태국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법, 러이크라통 축제를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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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방콕 근교 여행

한국에서 꼬박 여섯시간을 날아왔는데, 방콕만 보고 가기에는 아깝다. 방콕에서 당일여행으로도 충분한 근교의 매력적인 스폿들.

아찔함을 선사하는 매끌렁 기찻길 시장
‘위험한 시장’이라는 별칭이 붙은 곳. 철길을 따라 노점이 늘어선 풍경이 평범한 재래시장 같지만, 하루에 네 번 기차가 들어올 때는 이색적인 광경을 연출한다. 상인들이 생선과 농산물을 한껏 차려놓았던 가판대를 순식간에 접으면 그 자리로 기차가 지나간다. 조금만 손을 뻗어도 기차에 닿을 정도로 코앞으로 지나간다. 덕분에 기차 안에 탄 승객들과 시장을 구경하던 관광객이 손바닥을 마주치며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인사를 나누는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태국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법, 러이크라통 축제를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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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사원 속으로 역사 탐방, 아유타야
방콕을 가로지르는 차오프라야강을 따라오다 보면 아유타야 지역에 이른다. 아유타야는 500년 동안 태국의 수도였던 역사적 도시로 사원과 유적을 중심으로 한 6개의 역사공원이 모여있다. 특히 유명한 곳은 보리수나무 뿌리가 불상의 머리를 휘감고 있는 왓마하탓. 지난해 블랙핑크의 리사도 이 사원을 찾은 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되었다. 한복을 빌려입고 경복궁을 관람하는 것처럼, 이곳에서도 태국 전통의상을 대여해주는 숍이 있어 남다른 추억을 남길 수도 있다. 사원에 들어갈 때는 민소매와 무릎위로 올라가는 짧은 하의는 금지되니 옷차림에 주의할 것.
태국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법, 러이크라통 축제를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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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역시 물놀이! 컬럼비아픽처스 아쿠아버스 워터파크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이라면 꼭 들러볼 만한 워터파크. 영화사 컬럼비아픽처스의 작품을 테마로 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애니메이션 <호텔 트란실바니아>,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주만지> 속 캐릭터와 세계관을 재현한 슬라이드가 재미를 두 배로 만든다. 가족 워터파크라고 만만하게 보면 큰코다칠지도 모른다. 6.5층 높이에서 내려오는 슬라이드는 아찔한 스릴을 선사한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붐비지 않는다는 것. 웬만한 기구는 대기하지 않고 바로이용할 수 있어 더욱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태국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법, 러이크라통 축제를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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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인증샷이지! 카페 베네딕트
‘찍는 만큼 남는다’는 철학을 가진 여행자라면 이곳만큼은 꼭 들러야 한다. 포토 스튜디오와 카페를 겸하는 복합문화공간. 4만2500㎡ 넓이에 여러 가지 테마를 갖춘공간이 있어 모델이 된 것처럼 화보를 찍을 수 있다. 패션·광고 전문 포토그래퍼가 공간을 기획한 만큼 곳곳에 무심히 놓인 소품 하나도 남다른 감각을 자랑한다. 이미 구찌를 비롯해 다양한 패션 브랜드가 이곳에서 화보 촬영을 진행한 바 있고, 한국과 아시아권의 셀럽이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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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당첨의 꿈을 꾼다면, 왓 방꿍
나무 둥지 안에 자리를 튼 것 같은 모양이 눈길을 끄는 사원. 아유타야 시대에 지어진 사찰이 전쟁 이후 방치되었고, 세월이 지나며 보리수와 반얀나무(벵골고무나무)가 자라나 절을 덮게 되었다. 당시 절을 지키던 군인의 모습을 본떠 사대천왕을 만든 것이 이색적이다. 재미있는 것은 로또 당첨에 용한 절이라는 것. 항아리 안에 번호가 쓰인 탁구공이 여러 개 있어 기도를 하고 뽑으면 된다. 새해 소망이 로또 당첨이라면 방문해볼 법하다.
태국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법, 러이크라통 축제를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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