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에 초록 물감을 ‘톡’ 하고 한 방울 떨어뜨린 듯, 보석 같은 파말리칸섬이 창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객실 앞에 위치한 프라이빗 비치. 우거진 숲 사이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진=Aman
객실 앞에 위치한 프라이빗 비치. 우거진 숲 사이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진=Aman
전용 경비행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 이보다 매혹적인 수식어가 있을까. 아만풀로가 위치한 파말리칸섬은 필리핀 마닐라국제공항에서 전용 경비행기로 1시간 10분 거리에 위치한다.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를 뜻하는 아만(Aman)과 필리핀어로 ‘섬’을 의미하는 풀로(Pulo)의 합성어인 ‘아만풀로(Amanpulo)’가 이 섬의 유일한 시설이다. 96시간을 꽉 채워 아만풀로에 머물렀다.

마닐라국제공항에서 리조트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전용 라운지로 향하는 순간 ‘찐’ 여행이 시작된다. 탑승을 기다리며 커피 한 잔을 홀짝이고, 프라이빗 경비행기에 몸을 실은 채 에메랄드빛 바다를 구경한다. 마침내 착륙한 비행기 앞으로 레드카펫이 깔리면 직원들의 환대와 함께 생화로 만든 꽃목걸이가 목에 걸린다.
빌라 객실 전용 풀 너머로 보이는 파말리칸섬 앞바다. 사진=Aman
빌라 객실 전용 풀 너머로 보이는 파말리칸섬 앞바다. 사진=Aman
울창한 정글을 둘러싼 5.5km의 해변에는 총 60채의 카시타와 빌라 객실이 자리하고 있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필리핀 건축가로 꼽히는 프란시스코 마뇨사(Francisco Mañosa)의 작품이다.

지속가능성을 중요시하는 아만의 신념에 따라 모든 시설은 섬에 온전히 어우러지도록 디자인됐다. 대부분의 객실엔 전용 미니 풀과 30초만 걸어 나가면 만날 수 있는 프라이빗 비치가 딸려 있다. 침실을 180도로 둘러싼 통창으로 쏟아지는 따스한 햇살에 눈을 뜨며 알람 없이도 개운하게 기상할 수 있단 사실을 오랜만에 실감했다.

더 특별하고, 더 프라이빗하게

아만풀로에 ‘No’란 없다. 버틀러(전용 집사)를 통해 예약하기만 하면 꿈꾸는 모든 이벤트가 구현된다. 객실 인근 해변에서 오붓한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Beach BBQ’가 제격이다. 일렁이는 파도 소리와 쏟아질 듯 하늘을 뒤덮은 별 무리를 배경 삼아 즉석에서 요리한 필리핀식 바비큐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파말리칸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Gary’s Nest’에서는 아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샴페인이 제공된다. 추천 방문 시간대는 일몰 30분 전. 부드러운 황금빛으로 시작해 붉은색, 분홍색을 거쳐 짙은 보라색으로 귀결되는 황홀한 아만의 하늘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아만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샴페인. 사진=박소윤
아만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샴페인. 사진=박소윤
아만풀로의 자체 활주로에 차려지는 프라이빗 다이닝 ‘Runway Dinner’는 이름에 걸맞게 출국부터 여행지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코스 요리에 재치 있게 녹여냈다. 활주로를 수놓은 캔들과 오직 한 테이블만을 위한 라이브 연주가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더해준다. 현장에서는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천체망원경으로 별 관측도 가능하다. 천체전문가의 재미있는 설명과 함께 목성·토성의 띠까지 관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한 마리 바다거북이 된 듯

바다거북과 유영하는 진귀한 경험. 사진=Aman
바다거북과 유영하는 진귀한 경험. 사진=Aman
7km에 달하는 깨끗한 산호초에 자리 잡은 파말리칸섬은 매년 3월부터 10월까지 알을 낳는 암컷 바다거북이 몰려드는 산란지다. 운이 좋으면 둥지에서 바다로 이동하는 새끼 거북을 볼 수 있다. 귀여운 바다거북과 수영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프라이빗 보트를 타고 스노클링 포인트로 이동하길 권한다. 거북이 떼 지어 헤엄치는 장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사람에게 ‘Friendly(친화적인)’한 바다거북을 전문가가 콕 집어 알려줘 접근도 어렵지 않다.

오늘 하루 바쁘게 몸을 움직였다면 필리핀 대나무 카와얀으로 만든 플로팅 바(Floating Bar)에서 휴식을 취해보자. 투명한 바다를 내려다보며 여유를 만끽하기 좋다. 칵테일 한 잔 곁들이면 이곳이 바로 천국!
바다 위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플로팅 바. 사진=Aman
바다 위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플로팅 바. 사진=Aman

아만풀로를 여행하는 이들을 위한 가이드

지속가능한 여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 영역이다. 지역 문화·유산과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아만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섬 내 농장에서 수확한 식재료로 꾸리는 ‘Farm to Table’ 메뉴를 비롯해 산호 모니터링·바다거북 보호 등 생태계 보전을 위한 활동, 로컬 문화예술계와의 협업 등이다.
웰니스 프로그램 중 하나인 프라이빗 모닝 요가를 체험했다. 사진=박소윤
웰니스 프로그램 중 하나인 프라이빗 모닝 요가를 체험했다. 사진=박소윤
모두의 웰빙에 진심인 만큼 투숙객을 위한 웰니스 프로그램도 심도 있게 구성했다. 건강 체크부터 운동·식단·스파까지 웰니스 스페셜리스트와 함께 한다. 기자가 체험한 프로그램은 프라이빗 모닝 요가. 건강 상태를 점검한 후 초록빛 정글이 펼쳐지는 공간에서 아침 수련에 몰두했다. 자연의 품에 안겨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듯하다.

한바탕 땀을 빼고 나면 몸 상태에 맞춰 건강한 식물성 식단이 제공된다. 비건 푸드라 해서 심심할 거란 선입견은 금물이다. 블랙베리와 자색 양배추로 맛을 낸 샐러드, 달콤한 용과 판나코타 등 보기 좋고 몸에는 더 좋은 핑크 푸드의 향연에 접시를 뚝딱 비웠다. 섬 최고의 뷰를 자랑하는 스파에서 전문 테라피스트의 마사지를 받고 나니 완벽한 하루의 완성이란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