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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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청사에 있는 한 경제부처에 입직한 사무관 A씨는 최근 당직 근무조에 편성되면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평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9시까지 서는 야간 당직 편성표에는 여성 공무원들이 제외되고, 남성들로만 채워진다는 점이다. A씨는 “전체 공무원 중 여성 비중이 절반을 넘을 뿐 아니라 사무관 중에선 오히려 여성 비중이 많아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남성들만 야간 숙직을 서라고 하는 건 불공평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중앙부처의 여성 공무원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지만 지금도 대부분의 부처에선 남성 공무원들만 야간 당직에 투입되고 있다. 여성 공무원 비중이 늘어나면서 산하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선 여성들도 야간 당직에 투입되는 추세지만, 중앙부처는 아직까지 바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칙에 따르면 공무원 당직은 휴일 또는 근무 시간 외의 화재·도난 또는 그 밖의 사고 경계와 문서처리 및 업무 연락을 하기 위해 당번을 정해 서는 근무를 뜻한다. 기관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2인 1조로 편성된다.

당직은 숙직과 일직으로 나뉜다. 숙직은 정상 근무 시간이 끝났을 때부터 다음날 정상 근무가 시작될 때까지의 근무다. 통상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다. 일직은 토요일과 공휴일에 평일 근무 시간에 준해 서는 근무다. 토요일과 공휴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것이 일직이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등 대부분의 중앙부처에서 야간 근무인 숙직은 남성 공무원, 일직 근무는 여성이 돌아가면서 근무한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칙에는 숙직과 일직에 대한 성별 구분이 없지만, 각 부처 재량으로 결정한 것이다. 여성가족부만 10여년 전부터 유일하게 숙직에 여성이 투입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여성 비중이 69.1%에 달하기 때문에, 남성만으로는 도저히 숙직 근무를 편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일부 남성 공무원들은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여성 공무원이 절반가량인 상황에서 남성들만 평일 숙직을 하기 때문에 당번 주기가 지나치게 짧다는 것이다. 2022년 기준 행정부 소속 국가 공무원은 76만5090명이다. 여성 공무원은 37만758명으로 48.5%에 이른다. 일반직 공무원 기준으로 여가부가 69.1%로 가장 높다. 질병관리청(64.9%), 식품의약품안전처(62.2%), 보건복지부(61.2%), 문화체육관광부(52.2%), 통계청(51.7%) 등에선 여성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이 때문에 여성 비중이 높아진 각 부처 산하기관 및 서울시 등 지자체에선 여성 공무원을 야간 숙직에 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앙부처에선 아직까지 여성 공무원을 숙직에 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성 공무원 수가 매우 적었던 과거에 만들었던 규정을 아직까지 개선하고 있지 않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각 부처 운영지원과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 경제부처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여성을 야간 숙직에 투입하면 안전상 문제를 감안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청사의 경비업무를 청사관리본부 소속 방호관 및 청원경찰이 맡고 있기 때문에 안전 문제는 고려 사항이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강경민/이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