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섬' 떠나는 관료 年 1000명 육박
지난해 공직을 떠나 민간 기업으로 이직한 퇴직 공무원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40·50대 베테랑 공무원뿐 아니라 20·30대 공무원의 ‘탈(脫) 관가’ 현상이 뚜렷하다. 중앙부처의 세종시 이전 및 국회 비대화에 따른 행정부 독립성 저하, 민간 대비 낮은 연봉 등이 겹쳐 사기가 떨어진 공무원이 공직을 떠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인사혁신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기업·기관 이직을 위해 취업심사를 신청한 퇴직 공무원은 996명으로, 이 중 89%인 887명이 취업 승인 판정을 받았다. 취업 승인 기준으로 전년(744건) 대비 19.2% 증가했다. 2001년 공무원 취업심사 제도를 시행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올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2개월 동안 180명의 공무원이 민간 기업으로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은 퇴직 후 민간 기업으로 재취업하려면 사전 취업심사를 받아야 한다. 취업심사 대상 기관은 올해 기준으로 2만3259곳이다.

통상 민간 이직 비중이 높은 경찰청, 검찰청, 국방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핵심 경제부처 공무원의 이직도 증가하고 있다. 행정고시 출신 산업부 과장 중 2년 새 대기업으로 이직한 인원만 10명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공직사회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뿐 아니라 20·30대 공무원의 퇴직이 증가하는 것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임용 기간 5년이 되지 않은 퇴직 공무원은 1만3566명으로, 2019년(6500명)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은 ‘관가 탈출’을 부추긴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옮기기 전인 2011년 4급(서기관) 294명, 5급(사무관) 307명이던 공무원의 자발적 퇴직(의원면직)이 2022년 각각 352명, 500명으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국회입법조사처는 민간 대비 낮은 연봉과 경직된 공직문화를 공직사회 이탈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았다.

강경민/오유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