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푸틴 발레리나' 자하로바 출연 발레공연 '모댄스' 논란끝에 결국 취소
명품 프랜드 샤넬과 협업으로 주목받은 발레 '모댄스' 내한 공연이 취소됐다. 이 공연에 출연 예정이었던 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친푸틴' 논란이 공연 취소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예술의전당은 15일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취소 소식을 밝혔다. 예술의전당은 "2024년 4월 17일(수)부터 4월 21일(일)까지 예정되었던 <모댄스> 2024 내한 공연이 관객과 아티스트의 안전을 고려하여 취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인터파크, 예스24티켓 등 주요 예매처들도 판매를 종료했다.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친푸틴' 행적을 두고 벌어진 논란이 취소 이유로 풀이된다. 다음 달 공연 예정이었던 '모댄스'는 러시아 발레리나 자하로바와 볼쇼이발레단 무용수들이 출연하는 발레 공연이다. 패션 브랜드 샤넬과 협업해 설립자 코코 샤넬의 일대기를 담은 작품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공연의 주역인 자하로바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문화계 최측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의 연방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현재 러시아 국가예술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에는 푸틴의 측근인 발레리 게르기예프 볼쇼이 극장 총감독과 함께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지지 서명에 동참하기도 했다.

지난 4일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은 이 공연에 대해 공식 입장문을 내고 "침략 국가의 공연자들을 보여주는 것은 러시아의 부당한 침략을 정당화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경시하는 것과 같다"며 문화 협력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상의 이유를 내세웠지만, 무용수와 관련된 논란으로 예술의전당 측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 취소가 예술적 표현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예술은 예술 그 자체로 평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역사적으로 정치나 이데올로기가 예술 활동에 개입하면 예술 발전을 저해해왔다"며 "이번 공연을 둘러싼 정치적 현안이 민감한 건 사실이지만 예술에 지나친 정치적인 해석이나 의미를 부여해 위축시키는 행위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댄스' 취소로 올해 예정된 러시아 발레단 출연 작품들의 공연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 달 16일부터 1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볼쇼이 발레단 갈라 콘서트 2024 인 서울'이 열린다. 5월에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과 마린스키발레단, 볼쇼이발레단, 파리오페라발레단, 베를린슈타츠발레단 등 6개 발레단 무용수들의 내한 공연이 열린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