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애호가 루소가 보낸 8통의 편지…'루소의 식물학 강의'
"저는 식물을 사랑합니다.

매일 더 심해지고 있어요.

(중략) 이러다 제가 식물이 되어 버리는 게 아닐까 싶어요.

"
18세기 프랑스 정치사상가 장 자크 루소가 1765년 어느 편지에서 한 고백이다.

교육이론가이자 소설가이기도 했던 그는 소문난 식물 애호가였다.

그는 1735년 늦여름 프랑스 샤르메트의 한 길가에서 계절에 맞지 않게 핀 빈카 한송이에 매료돼 식물과 사랑에 빠졌다.

그는 개량된 원예식물과 외래식물을 경계하고 오로지 야생식물에 관심을 뒀다.

식물 애호가 루소가 보낸 8통의 편지…'루소의 식물학 강의'
책은 루소가 1771년 8월 22일부터 1773년 4월 11일 사이, 당시 가깝게 지내던 벗인 들레세르 부인에게 보낸 여덟 통의 편지로 구성됐다.

루소가 쓴 편지는 안부를 묻는 서신이라기보다 식물학 입문자를 위한 친절한 안내서 같다.

그는 첫 편지에서 들레세르의 딸 마들롱이 식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데 반색한다.

"우리가 명상할 수 있는 대상 중 자연만큼 값진 것이 또 없을진대. 그것으로 영혼을 채울 수 있다면 그 유익함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
'안내자'를 자처한 루소는 "식물의 이름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도 위대한 식물학자가 될 수 있다"고 독려하며 어린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게 식물의 구조와 기관 등 기본 개념부터 일러주기 시작한다.

그는 핵심적인 부분으로 "꽃과 열매"를 꼽으며 백합과(科)에 집중해 꽃부리(화관), 꽃잎(화판), 암술, 수술 등을 설명한다.

칼 폰 린네가 만든 식물 분류체계(종속과목강문계) 중 여섯 종류의 '과'와 이에 속하는 식물의 특징도 세세하게 알려준다.

루소는 책에 의존하기보다 '자연 관찰'의 중요성을 거듭 이야기한다.

"책을 통해 일반적인 명명법을 공부한다면 식물의 이름은 많이 알게 되겠지만 식물에 대한 이해는 거의 얻을 수 없을 거라고요.

(중략) 자연이라는 책에 담긴 것만 읽으십시오."
마치 진도를 나가듯이 '강의'를 이어가던 그는 마지막 편지에서 직접 식물표본을 만들어보자며 채집, 건조, 보존법 등 제작 과정을 전수한다.

책은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과 함께 루소 생애 마지막 작품으로 꼽힌다.

19세기 초 출간 당시 유럽에서 큰 반향을 얻었으며 250년 동안 재출간됐다.

식물을 세밀화와 판화로 구현한 일러스트가 더해졌다.

에디투스. 카랭 되랭 프로제 그림. 황은주 옮김. 12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