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배낭여행과 청춘의 상징이던 유레일패스가 이제는 지속가능한 여행을 이끄는 리더가 됐다.
사진=임익순
사진=임익순
'유레일 패스’란 어떤 상품인가.

유럽 33개국의 국영 철도청이 공동 설립한 유레일 그룹에서 만든 여행 상품이다. 덕분에 패스만 있으면 유럽에서는 아무런 제재 없이 국경을 넘어 여행할 수 있다. 4일, 8일 등 상품 기간에 따라 무제한으로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전 유럽의 교통을 한 플랫폼(레일 유럽)에서 구입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같은 구간을 이동하더라도 이탈리아 기차를 탈 것인지, 독일 기차를 탈 것인지 비교 후 선택할 수 있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여행이 가능하다. 효율적이면서 경제적이다.
유럽을 구석구석 누비는 방법 '유레일 패스'
레일 그룹에서 한국 관광객은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나.

코로나19 이후의 정확한 통계는 아직 집계 중이지만, 그전까지는 미국과 호주, 한국이 1~3위를 다투었다. 그만큼 한국이 큰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유레일패스를 이용하는 한국 관광객들만의 여행 스타일이 있다면.

레일 유럽이 승객을 분석한 통계 중 재미있는 결과가 있다. 유레일패스 8일권을 이용하는 고객의 이동 패턴을 조사했는데, 같은 기간 가장 많이 이동한 이들이 바로 한국인 승객이었다. 이를테면 ‘한 달 살기’를 하더라도 유럽 사람들은 보통 한 도시에 머무르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한국인들은 한 도시를 베이스캠프 삼아 다양한 도시를 여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나라 승객은 하루에 많아야 도시 두 곳 정도를 이동하는 편인데, 한국인들은 A도시에서 출발해서 B, C, D 도시를 들렀다가 다시 A도시로 돌아오는 여정을 하루 안에 소화하는 열정적인 여행자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한국인 관광객들에게서도 여행 패턴의 변화가 감지된다.

여행 스타일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코로나19 이전에는 ‘내가 유럽을 언제 또 오겠어’라는 마음으로 최대한 다양한 도시와 국가를 방문하려고 했다. 이른바 ‘생에 한 번뿐인 여행(Once in my life destination)’ 스타일이었다.
요즘은 다르다. 한 곳을 여유 있게 둘러보려는 경향이 있다. 유럽 여행을 한 적 있는 여행객이 다시 한 번 유럽을 찾는 ‘리피터(repeater) 여행객’이 늘어났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을 기다리며 여행업계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 유레일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나.

여행 편의를 높이는 고급화된 서비스를 출시했다. 스위스의 ‘퍼스트 배기지’ 서비스다. 그동안 유레일패스나 기차 여행이 대학생을 위한 것처럼 비치곤 했다. 연세가 있는 분들의 경우 직접 짐을 챙겨가며 기차로 이동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출발지 호텔에서 목적지 호텔까지 알아서 짐을 운송해준다. 승객은 짐의 부담 없이 여러 곳을 경유해가며 가볍게 여행할 수 있다.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분실에 대한 보상도 철저하다.

시설 면에서도 새로워졌다. 유럽은 워낙 철도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노후화된 열차가 많았다. 때문에 저가 항공사에 밀려 파산할 위기에 처한 철도회사도 많았다. 그러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특히 초고속 레일이 확대되면서 소요 시간과 가격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을 구석구석 누비는 방법 '유레일 패스'
유레일로 인해 새롭게 발견된 도시가 있다면.

대표적인 도시가 스트라스부르다. 2008년도에 파리에서 프랑크푸르트를 연결하는 테제베 동부선이 개통했다. 스트라스부르는 이전까지는 관광객이 거의 찾지 않는 조용하고 작은 도시였는데, 단숨에 독일과 프랑스를 연결하는 허브 도시가 되었다. 대도시에서도 한 시간 안에 도착하니 당일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많아졌다. 요즘에는 연말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크게 열려 북적인다.

최근 테제베 서부 라인이 개통하면서 보르도와 낭트에서도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이전까지는 프랑스 서쪽 지역은 여행하기가 불편했는데 편의성이 대폭 개선된 것이다. 지역의 관광청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럽을 구석구석 누비는 방법 '유레일 패스'
기차는 친환경적인 운송수단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기차는 비행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탄소배출량이 적다. 코로나19 이후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친환경 이동 수단으로서 기차에 전폭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사례가 주목할 만하다. 프랑스에서는 기차로 2시간 30분 이내의 거리는 항공권을 팔 수 없도록 하는 정책을 실행 중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아비뇽으로 여행을 간다고 해보자. 이전까지는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탔지만, 이제는 파리-아비뇽 구간은 반드시 기차를 이용해야 한다.

프랑스 국민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라 2시간 30분 거리를 4시간 거리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독일을 비롯해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이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 고민 중이고, 앞으로도 기차 여행의 중요성이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레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이 있다면.

기차 여행만의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을 여행하면서도 현지인과 소통할 기회는 많이 없는 것 같다. 기차를 타면 자연스럽게 앞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긴다. 한번은 이탈리아 가족 여행 중 기차를 탔다. 딸이 여섯 살 정도였는데,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둔 프랑스 가족과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두 아이 모두 영어를 하지 못하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더라. 세 시간을 깔깔 웃으며 대화를 했다. 벌써 7~8년 전의 기억인데, 딸은 아직도 그때의 일이 생생하다고 이야기한다. 특히나 요즘에는 한류가 워낙 인기 있기 때문에 조금만 대화를 나누어도 현지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웃음).
유럽을 구석구석 누비는 방법 '유레일 패스'
신복주 대표 추천 테마별 유레일 코스

나홀로 여행
여유롭게 생각하며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프라하->드레스덴->부다페스트-> 빈->잘츠부르크


"조리사가 직접 주문받아 만들어주는 요리를 즐기며 여유롭게 승무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건 어떨까. 동유럽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야경은 스스로를 뒤돌아보며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줄 것이다."

유레일 글로벌 패스(4일권) 258유로 (약 37만 원, 2등석)


커플 여행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고 평화로운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취리히->루체른->인터라켄->체어마트->몽트뢰->제네바->파리


"파노라믹 차창으로 펼쳐지는 알프스의 전경은 호수는 연인과의 시간을 더욱 로맨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3시간 거리인 낭만의 대명사 파리에서 즐기는 쇼핑과 미식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스위스 트래블 패스 359스위스 프랑 (약 54만원, 2등석)


가족 여행
자녀와 함께 유럽 문화를 즐기며 배우고 싶다면
런던->파리->아비뇽과 아를->바르셀로나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유럽만큼 잘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 자녀와 함께 세계적인 건축물과 역사 유산을 돌아보며 현지의 문화 체험을 한다면 아이뿐 아니라 어른인 부모에게도 뜻깊고 풍성한 여행이 될 것이다.”

구간별 구입 289유로(약 42만원, 2등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