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14일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에 대한 임명 철회 요구를 일축했다. 야당이 총선을 앞두고 ‘해외 도피 프레임’을 씌웠다며 강경 모드에 나섰다.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임명 철회 계획이 없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측은 “호주 정부와 최근 국방·방산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온 점을 고려해 이 대사를 호주대사에 내정했다”며 임명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내에선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사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 대사가 국방부 장관이던 지난해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자를 조사하는 과정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공수처는 고발장 접수 이후 소환 조사를 하지 않다가 지난해 12월 이 대사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장 실장은 “지난해 12월 도주 우려도 없는 전직 장관에게 출국금지를 걸고도 조사를 안 했다”며 “이 대사가 조사를 안 받거나 안 받으려 한 것이 아니라 공수처가 그간 조사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일각에선 공수처와 야당, 일부 언론 간 ‘정치 공작’으로 보는 시각까지 있다. 공수처만 알 수 있는 내용이 특정 언론에만 보도됐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인(이 대사)도 몰랐던 출국금지 조치를 비롯해 이 대사와 대통령실의 통화 내역 등을 특정 언론이 어떻게 먼저 알겠느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