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용 대표 "한방에 커리어 못 쌓아…나이 강박 벗고 도전하라"
“한국인들은 20대도, 30대도, 40대도 ‘무엇을 하기에는 나이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나이에 대한 강박관념을 조금만 내려놨으면 좋겠습니다.”

한기용 업젠 대표(사진)는 미국 실리콘밸리 한국인 커뮤니티의 ‘대표 멘토’다. 삼성전자에서 개발자로 일하다가 2000년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20여 년간 야후, 유데미 등에서 다양한 커리어를 쌓았다. 풍부한 직장생활 경험과 소탈한 성격 덕에 그에게는 인생 상담, 커리어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7년간 1000명가량을 만나 커피 한잔을 하며 이야기를 듣고 조언을 건넸다. ‘1000번의 멘토링’ 경험을 바탕으로 이달 초 <실패는 나침반이다>를 한국어로 출간했다.

지난 7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한 대표는 “한국인은 수능시험에 익숙해서 그런지 공부를 오래 해서 ‘한 방’에 커리어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본인이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하지 않고 뜨는 산업을 먼저 찾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뭘 공부하면 좋겠느냐’고 질문하는 것. 한 대표는 “선행학습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도 흔히 보는 패턴”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접근으론 인생 문제를 풀기 쉽지 않다는 게 한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커리어는 사다리가 아니라 이리저리 오르내리고 쉬기도 하는 정글짐 같은 것”이라며 “수능은 시험일과 과목이 정해져 있지만 커리어는 그렇지 않고 정답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인생을 수능처럼 생각하면 현재에 집중할 수 없다”며 “20대에도 ‘나이가 많다’며 실패를 두려워하기만 하면 얻는 것이 없다”고 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는 이들에게 그는 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커리어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리어 시작을 늦추지 말고 일단 뛰어들어 자신의 강점과 약점, 선호를 파악하고 커리어를 바꿔 가는 게 낫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커리어는 예상보다 더 길고, 커리어 전반기 실패는 마냥 실패가 아니라 내게 맞는 일과 환경을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커리어 상담은 대부분 “완벽함을 추구하지 말라”는 조언으로 구성된다.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이고 ‘나다움’을 추구하라”는 것이다. 치열하게만 살던 그가 번아웃을 겪고 40대 초에 1년간 무작정 쉬면서 깨달은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젊은이들이 진짜 삶은 회사 밖에 있다고 생각하는 풍조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소위 ‘부캐’를 따로 키울 시간과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회사를 위해서 일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나를 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름길 아닌 지름길”이라며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는다면 노는 시간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말 다니던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를 떠나 유학생 이민자 등의 정신건강 문제를 조언해주는 ‘업젠’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오지 않은 미래를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을 위한 선택을 하라”는 말은 울림이 작지 않았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