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작가
김선우 작가
“작가는 자유롭게 살 것 같죠? 저는 매일 새벽 5시에 작업실로 ‘출근’해요. ‘그건 작가가 아니다’라는 말도 듣곤 하지만, 이 루틴을 지킬 때 더 좋은 그림이 나올 거라 생각하거든요.”

예술가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향한다. 종일 빈둥대다 야심한 밤 영감이라도 떠오르면 달을 벗 삼아 일필로 캔버스를 물들일 것 같은 게 촉망받는 화가의 모습이다. 최근 서울 평창동 작업실에서 만난 김선우(36)는 이런 어렴풋한 환상을 산산조각 낸다. “일반 회사원보다 더 ‘빡센’ 생활을 한다”는 그는 “좀 더 열심히, 건강하게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도도새 작가’로 잘 알려진 김선우는 한국에서 가장 비싼 MZ세대 작가 중 하나다. 그의 도도새 연작은 MZ 컬렉터들이 열광하는 없어서 못 사는 그림이다. 2019년 경매에서 540만 원에 팔린 그림이 2021년 스무배 뛴 1억1500만 원에 낙찰된 게 단적인 예다. 이른 나이에 맛본 성공에 대해 그는 “‘여기가 나의 정점이면 어떡하지’란 생각에 한동안 그림을 못 그리겠더라”며 화려한 유명세에 가렸던 속내를 털어놨다.
김선우 작가
김선우 작가
올해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10년이 된 김선우는 화가 인생 2막에서 마주할 수 있는 ‘소포모어 징크스(2년차 증후군)’를 규칙적인 생활로 대비한다고 밝혔다. 그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는 것”이라며 “매일 새벽 5시부터 12시간 작업하고, 오후 5시에 귀가해 운동을 마친 후 밤 10시에 잔다”고 했다. 그의 표정에서 전업 글쓰기를 시작한 순간부터 매일 건강을 위해 달린다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겹쳐 보인 이유다.

그렇다고 그의 예술론마저 뻔한 것은 아니다. 예술의 순수성을 해친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불가리, 스타벅스 같은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갤러리에 들어가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도도새가 그려진 텀블러는 누구나 편하게 접할 수 있지 않으냐”는 그는 “그림은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이고, 이런 협업은 제 이야기를 쉽게 건넬 수 있는 수단이라 생각해 열린 자세로 대한다”고 했다.

지난달 에세이 <랑데부>를 펴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선우는 “글쓰기는 문자로 하는 드로잉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써 왔다”고 했다. 이어 “각자의 인생은 유일한 예술 작품”이라며 “제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작가노트를 써내려 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