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프랑스 파리 올림픽, 패럴림픽 포스터.
2024 프랑스 파리 올림픽, 패럴림픽 포스터.
오는 7월 개최를 앞두고 있는 2024 파리올림픽과 패럴림픽의 공식 포스터가 공개됐다. 지난 10일까지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걸린 포스터는 가로 5m, 세로 4m의 대형 작품으로 제작됐다.

공개된 작품은 지금까지 쓰였던 올림픽 포스터들과는 완전히 다른 공식을 택했다. 먼저 누구나 쉽게 의미를 파악하고 상징을 알아볼 수 있었던 간결함의 공식을 과감히 탈피했다. 마치 ‘숨은 그림찾기’를 하듯 파리라는 도시와 올림픽을 의미하는 상징들을 포스터 곳곳에 숨겨 놓았다. 여기에 파리올림픽 포스터와 패럴림픽 포스터를 옆으로 늘어놓으면 한 장의 그림이 완성된다. 평등 정신을 담아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구분하지 않으려 의도한 것이다.

이 포스터를 그린 작가는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위고 가토니다. 그는 꿈 속 캐릭터를 그림에 옮기며 비현실적인 세계를 묘사하는 드로잉 작품을 주로 그린다. 그는 신화에서 영감을 받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형 작품을 주로 그리는 그는 다양한 색감을 사용해 화려한 그림을 선보인다. 세밀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에도 특화되어 있다. 그림 곳곳에 작은 글씨를 적어넣어 빈 곳이 없도록 작업하는 점이 특징이다.

에르메스 도산파크 공사 당시 위고 가토니가 창문에 그려넣은 일러스트.
에르메스 도산파크 공사 당시 위고 가토니가 창문에 그려넣은 일러스트.
대중에게 가토니는 ‘에르메스 스카프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작가다. 그는 2017년 서울 압구정 에르메스 도산파크 공사 당시, 텅 빈 매장 윈도우 6곳에 ‘열심히 일하는 말’ 그림을 그려넣으며 한국과도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에르메스와 가토니가 인연을 맺은 건 2013년. 에르메스는 그가 런던 올림픽을 기념하며 출판한 책 <자전거> 속 일러스트를 보고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 그렇게 첫 협력작인 ‘히포폴리스’ 스카프가 세상에 나왔다. 이후 그는 에르메스, 까르띠에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과 상품 디자인부터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제작까지 함께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 포스터를 만들기 위해 가토니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작업에만 매진했다. 무려 2000시간의 노고를 들였다. 그는 포스터를 통해 파리를 ‘유토피아’로 재해석했다. 에펠탑을 중심으로 다양한 파리의 상징물들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현실적인 파리의 모습보다는 그가 머릿속에서 재창조한 파리의 풍경이 담겼다.

포스터를 공개하는 현장에 선 위고 가토니.
포스터를 공개하는 현장에 선 위고 가토니.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다이빙을 준비하는 선수의 모습을 그린 지점이다. 가토니는 선수가 밟고 있는 다이빙대에도 조그맣게 글씨를 적어 넣었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그 내용이 보일 정도로 매우 작은 글씨다. 그곳엔 'CITIUS, ALTIUS, FORTIUS - COMMUNITER’라는 글귀가 적혔다.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 - 함께' 라는 의미로, 올림픽 3대 정신을 새긴 것이다.

가토니가 파리 올림픽 포스터를 그리게 된 건 한 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지난해 6월 인터넷에서 그의 작품을 본 요아킴 롱생 파리 올림픽 디자인 담당이사가 “포스터를 그려 달라”고 다짜고짜 연락을 하게 된 것. 그는 롱생을 처음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바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첫 번째 스케치를 그렸을 정도다. 실제 그가 이날 그린 초기 스케치는 파리 2024 포스터의 초안이 됐다.

가토니는 이번 포스터를 제작하면서 어떠한 인공지능과 그래픽 프로그램도 사용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연필과 물감 등 100%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가토니는 포스터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모든 것을 손으로 그렸기 때문에 각 상징물이 독특하게 빛날 수 있었다”며 “내가 만족하는 최종 결과물을 얻기 위해 이전 스케치를 계속 수정했다”고 작업 과정을 밝혔다.

최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