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가 낳은 세계적 스타 밥 말리 전기 영화
음악가를 넘어 순교자를 보는 듯…영화 '밥 말리: 원 러브'
밥 말리(1945∼1981)는 카리브해의 섬나라 자메이카가 낳은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다.

그는 자메이카의 토양에서 피어난 레게 음악의 전설과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말리는 자메이카의 어두운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고, 그의 노래엔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가 담겼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자메이카가 극단적인 정치적 대립으로 내전 위기에 빠진 1976년엔 국민을 위로하고 갈등을 치유하는 '스마일 자메이카' 콘서트를 준비하다가 무장 괴한의 총격을 당하기도 했다.

13일 개봉한 '밥 말리: 원 러브'(이하 '밥 말리')는 말리의 삶과 음악 세계를 조명한 전기 영화다.

말리의 피격사건부터 그가 영국으로 건너가 역사적인 앨범 '엑소더스'를 내고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데 이어 자메이카로 돌아가 정치적 화해와 평화를 호소하는 '원 러브 피스' 콘서트 무대에 오르기까지 2∼3년에 초점을 맞췄다.

말리는 뜻을 함께하는 음악가들과 결성한 밴드 '밥 말리 앤드 더 웨일러스'의 리더였다.

그의 아내이자 평생의 동지 리타 말리도 이 밴드의 멤버였다.

영화 속 말리(킹슬리 벤 어디어 분)의 고뇌는 그가 음악가를 넘어 진리를 추구하는 종교인이나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혁명가라는 인상을 준다.

아프리카 공연을 준비하는 말리는 수익에 관심을 가진 동료와 격렬하게 다투면서 "아프리카는 돈벌이가 아니다"라고 다그친다.

끊임없이 엄습하는 죽음의 공포와도 싸운다.

피격사건에도 위축되지 않고 강행한 '스마일 자메이카' 콘서트 무대에선 관중석에서 누군가가 총을 겨누고 있을 거라는 환영에 시달린다.

흔들리는 말리에게 아내 리타(라샤나 린치)가 버팀목이 돼준다.

리타는 "적들이 우리에게 한 짓 때문에 신념이 흔들려선 안 된다"고 격려한다.

음악가를 넘어 순교자를 보는 듯…영화 '밥 말리: 원 러브'
영국에서 성공을 거둬 부와 명성을 얻은 말리가 분열과 갈등으로 고통받는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는 장면은 마침내 죽음의 공포를 이겨낸 순교자를 연상케 한다.

'밥 말리'는 지난달 북미 지역 개봉과 함께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현지 언론과 평단에선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도 나왔다.

말리의 인생행로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변수, 당시 자메이카의 정치적 환경, 그의 복잡한 사생활 등을 폭넓게 조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세상을 떠난 지 40년이 넘은 전설적인 스타를 그의 빛나는 음악과 함께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다는 건 영화 '밥 말리'의 부인할 수 없는 매력이다.

관객은 '겟 업, 스탠드 업', '원 러브', '엑소더스', '재밍'과 같은 말리의 명곡들을 감상할 수 있다.

말리 역의 킹슬리 벤 어디어는 말리가 되살아나기라도 한 것처럼 그의 모습을 스크린에 재현해낸다.

무대에서 음악과 혼연일체가 돼 신들린 듯 춤추는 것도 말리의 생전 모습 그대로다.

말리의 아내 리타와 음악가인 아들 지기, 스티븐, 딸 세델라도 '밥 말리' 제작에 참여했다.

제작사 플랜B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할리우드 톱스타 브래드 피트가 총괄 제작자다.

'밥 말리'의 레이날도 마커스 그린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재능을 보였다.

테니스 여제 비너스·세레나 윌리엄스 자매의 아버지를 그린 '킹 리차드'(2022)도 그의 작품이다.

107분. 15세 관람가.

음악가를 넘어 순교자를 보는 듯…영화 '밥 말리: 원 러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