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압박 수용…카리브공동체 "앙리 총리, 과도위원회 수립·사임 합의"
갱단 활개로 무법천지 된 아이티서 총리 사퇴키로(종합)
갱단의 무장 폭력으로 무법천지가 된 카리브해 최빈국 아이티의 아리엘 앙리 총리가 거센 사임 압박 끝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로이터, AFP 통신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남미 국가 협의체 '카리브 공동체'(CARICOM·카리콤) 순회의장국인 가이아나의 모하메드 이르판 알리 대통령은 이날 자메이카에서 열린 카리콤 회의에서 알리 총리가 사임과 '과도위원회'로의 권력 이양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알리 대통령은 회의 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평화로운 권력이양의 길을 열기 위한 과도 통치 합의 약속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면서 "이를 위해 우리는 아리엘 앙리 총리의 사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한 미국 정부 당국자는 알리 총리가 카리콤 회의에 참석 중이었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의를 직접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카리콤은 수도 포르토프랭스 대부분 지역이 무장갱단에 점령된 채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아이티 상황을 해결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회원국 지도자들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발이 묶인 채 귀국하지 못하고 있는 알리 총리 등과도 화상으로 상의해 가면서 회의를 진행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의사 출신으로 2000년 아이티 정계에 입문해 사회노동부 장관과 내무부 장관 등을 역임한 앙리 총리는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되기 이틀 전 차기 총리로 지명됐다.

갱단 활개로 무법천지 된 아이티서 총리 사퇴키로(종합)
정식 취임 전 모이즈 대통령이 숨지면서 당시 국정 책임을 맡던 클로드 조제프 임시 총리와 권력 다툼을 벌인 끝에 취임한 앙리 총리는 조속한 선거를 약속했으나, 같은해 9월 치러질 예정이었던 대선과 총선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2020년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의 3분의 2의 임기가 만료된 데 이어 2023년에는 나머지 상원의원 3분의 1이 임기 만료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아이티 의회는 완전히 마비됐다.

아이티 야권은 앙리 총리가 모이즈 대통령 암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앙리 총리의 사임과 과도정부 수립을 요구했으나, 앙리 총리는 "새 정부는 선거를 통해서만 구성돼야 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치안악화와 빈곤 속에 행정 마비가 심화하자 앙리 총리는 이달 초 케냐를 방문, 케냐 경찰의 아이티 파견을 위한 상호협정에 서명하는 등 다국적 안보지원단의 도움을 받으려 했지만, 그 사이 갱단이 총리 사임을 요구하며 폭동을 일으키면서 귀국하지 못한 채 푸에르토리코에 발이 묶인 상태다.

이에 국제사회는 앙리 총리가 야권과 타협해 위기를 종식할 것을 압박해 왔다.

한편, 미국은 아이티의 치안 회복을 도울 다국적 안보지원단 활동에 1억 달러(약 1천300억원)를 추가로 지원하고 아이티 국민을 위한 3천300만 달러(약 430억원) 상당의 인도적 지원도 제공할 방침이라고 블링컨 장관이 밝혔다.

미 정부는 귀국길이 막힌 상태인 앙리 총리에 대해서도 원하는 만큼 자국내 거주를 허용키로 했다.

앙리 총리는 상황이 개선되는대로 귀국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