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익순
사진-=임익순
에어프레미아가 국제선 취항 2주년을 맞았다. 에어프레미아는 국내 최초 장거리 전문 저비용 항공사(Low Cost Carrier, LCC)로 LCC의 낮은 가격, 대형 국적항공사(Full Service Carrier, FSC)의 프리미엄 서비스라는 두 가지 장점을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 항공사’가 되겠다는 선언을 한 바 있다.

이에 의구심 어린 시선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1년 동안 싱가포르, 호찌민, LA, 뉴욕 등 모든 노선의 탑승률이 80% 이상을 기록하는 성적을 내고, 국토교통부의 안전성 테스트에서도 A등급을 획득했다. 이런 흐름을 이어 올해 하반기 프랑크푸르트 신규 취항을 시작으로 파리, 바르셀로나, 로마, 시애틀 등 유럽과 미주 거점 지역에 진출하며 2027년까지 매출 1조15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에어프레미아의 포부.

이러한 목표 지점까지 에어프레미아라는 비행기를 이끄는 기장이 바로 유명섭 대표다. 그는 2001년부터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의 영업·마케팅 파트를 두루 거쳐온 항공업계의 베테랑이다. 그의 집무실은 여느 기업 대표실과 달리 일반 직원들의 자리 한편에 작은 창고처럼 놓여 있었다. ‘스타트업처럼 일하자’는 마음으로 직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실용 정신이 꼭 에어프레미아의 지향점에 닿아 있었다.

2022년 7월 싱가포르 운항을 시작으로 국제선 취항 1주년을 맞았다. 소감은.

무엇보다 다행스럽다는 마음이다. 첫 취항한 날이 생생히 기억난다. 당시 코로나 상황으로 걱정이 컸다. 또, 항공사는 24시간 동안 다양한 변수가 많기에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그러나 경험 많은 스태프를 믿었다. 1년의 성과로는 고객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다. 지금은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할 수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이코노미 클래스의 좌석 간격이 35인치로 국내에서 가장 넓다./사진=에어프레미아
에어프레미아는 이코노미 클래스의 좌석 간격이 35인치로 국내에서 가장 넓다./사진=에어프레미아
자신감이 붙은 시점은 언제인가.

2022년 9월 LA노선 운항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유럽 노선을 운항할 때는 대륙 위를 비행하지만, 미주 노선은 태평양을 건너야 한다. 비상 착륙의 여지 없이 12시간 이상 운항하려면 체크할 부분이 굉장히 많다. 그럼에도 아무 문제 없이 잘 운영하면서 항공사로서의 당당한 역량을 갖췄다고 느꼈다.

지난 5월부터 운항한 뉴욕 노선은 취항 시작과 동시에 90% 이상의 탑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고객들의 믿음과 입소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LA 취항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의구심을 가진 분이 많았다. 그런데 이용하신 분들이 가격은 합리적인데 편안했다며 주변에 많이 입소문을 내주신다. 덕분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다.
사진-=임익순
사진-=임익순
대표로서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는 창구가 있나.

개인적으로 민감한 소비자는 아니다. 그러나 대표로서는 어떤 부분이 더 좋아질 수 있을까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틈틈이 온라인 의견을 모니터링하고, 출장 때 탑승하면서 의견을 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지난 LA 출장에서 고객들이 배고파한다는 느낌을 받아서 간식을 제공해야겠다는 의견을 냈다. 우리 직원들이 참 고마운 것이 의견을 발전적으로 수용한다. 우리는 간식 하나도 달라야 한다면서 전주 초코파이를 수배해왔다. 이런 노력들이 에어프레미아가 빠른 시간 내에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이 아닌가 싶다.

‘하이브리드 항공사’를 표방한다. 승객이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에어프레미아가 말하는 하이브리드 항공사는 FSC와 LCC 양쪽의 장점을 결합한 항공사를 뜻한다. 즉 가성비와 가심비를 만족한다고 할 수 있다. 가격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천국제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교민분들이 감사의 인사를 하신다고 한다. 예전에는 한 명만 올 수 있던 고국을 에어프레미아 덕분에 가족이 함께 올 수 있었다고. 이런 말을 들으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고객분들도 느끼고 계시구나 싶어서 기분도 좋고 힘도 난다.

저렴한 가격과 프리미엄 서비스,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사기가 아니고서야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이 있을 수 있겠나(웃음). 그러나 에어프레미아는 가능하다. 원리는 이렇다. 항공사 운영에서 가장 높은 3대 비용은 연료비, 항공기 임차·정비비, 인건비다. 모두 줄이기 어려운 비용이다. 에어프레미아는 보잉 787기로 항공기를 통일하고 서비스를 단일화함으로써 효율을 높였다. 예를 들어 이코노미, 비즈니스, 퍼스트 등급을 따로 운영하면 승무원 운용, 비품 등이 복잡해진다. 그에 반해 수익성은 높지 않다. 그래서 이코노미 클래스에 주력하되, 조금 더 편한 여행을 선호하는 분들을 위해 프리미어 이코노미 클래스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수익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2024년부터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또 다른 성장의 계기라고 생각하는 취항 예정지가 있다면?

역시 1순위는 미주 노선이다. 시장성도 크고 파트너와 잘 협력한다면 확장성도 가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으로 운수권과 노선권 배분에서도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에 유럽 노선을 유심히 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시드니처럼 오세아니아로도 취항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꼭 장거리만 운항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 동남아, 중국까지 노선을 계속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사진=에어프레미아
사진=에어프레미아
얼마전 비상문 개방 사건으로 항공기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에어프레미아는 이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항공사의 안전문제는 FSC, LCC와 관계 없이 정비 등에 비용을 아끼기 시작하면 반드시 위험이 발생한다. 그래서 평소에 항공사가 얼마나 안전 운항에 투자를 하고 기반을 닦아두었는지가 중요하다. 에어프레미아의 기장은 최소 15~20년 경력으로 비행 시간만 8000시간~1만 시간에 달하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 정비에 있어서도 자체 정비는 물론, 항공기 제작사와 토털케어서비스 계약을 통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1년 만에 안전성에서 국내 2위를 차지한 만큼 안전성은 검증되었다고 생각한다. 비용을 아낄 때는 확실히 아껴야 하지만, 안전과 관련한 비용에서는 타협한 적이 없다.

Q. FSC, LCC를 뛰어넘는 에어프레미아의 독보적인 가치는 무엇인가.

국적항공사를 이용할 때는 기내식이나 엔터테인먼트 등 기내에서 머무는 여정에 설렘이 있다. 반면에 저가항공은 이동하는 과정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 그러나 에어프레미아는 여정 자체에 즐거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이코노미 클래스 사상 가장 넓은 좌석으로 편안함을, 기내식과 엔터테인먼트로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것이 에어프레미아가 변함없이 추구하는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