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지도자들, 새 통합정부 구성 합의…미뤄진 대선 실시될까
미, 리비아에 10년 만에 대사관 복원 검토…러시아 입김 견제
미국이 북아프리카에서 점차 커지고 있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10년 만에 리비아에 대사관을 복원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2025년 회계연도에 "리비아에서 잠재적인 대사관 운영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교 출장과 시설 지원 비용 등"으로 1천270만달러의 예산 편성을 요청했다.

국무부는 예산 요청서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남쪽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리비아 우리의 장기적인 안보 이익을 보호하려면 필수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적절한 보안과 인력 지원을 제공할 임시 시설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상 중"이라고 CNN에 전했다.

미국이 리비아에 대사관 부활을 검토하는 것은 이 지역에서 러시아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무아마르 카다피의 독재 정권 붕괴 후 10여년째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리비아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리비아는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여파로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유전지대가 많은 동부를 장악한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의 리비아 국민군(LNA)과 유엔이 인정하는 서부 수도 트리폴리의 리비아통합정부(GNU·이전에는 GNA) 간 내전으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정치 혼란 와중에 리비아에 진출한 민간용병그룹 바그너 그룹을 통해 이곳에 발판을 구축했다.

지난 8월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항공기 추락 사고로 의문사하면서 용병그룹이 해체 수순으로 들어간 뒤엔 국방부가 직접 해외 자산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하프타르 군벌 측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현지에 자국 공군 주둔을 확대하려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리카 주둔 미군 사령관 마이클 랭글리 장군은 최근 "러시아가 리비아 전역과 마그레브(리비아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 등 아프리카 북서부) 전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있어 실제로 많은 국가가 러시아에 포섭될 전환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아랍의 봄 이후 2012년 9월 무장세력이 리비아 벵가지에 있던 미국 영사관을 공격했고, 당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2년 뒤인 2014년 7월 미국은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던 대사관을 폐쇄했다.

또 범죄, 테러, 내전, 납치, 무력 분쟁의 위험으로 리비아를 여행하지 말 것을 국민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한편, 리비아 지도자들은 10년 이상 이어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새 통합정부 구성에 합의, 리비아에서 선거가 치러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CNN에 따르면 GNU 측의 모하메드 멘피 리비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의장, 모하메드 타칼라 리비아 국가 고등 평의회장과 LNA측의 아길라 살레 이사 동부 의회 의장은 공동 성명을 통해 장기간 지연된 선거를 감독할 새로운 통합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동의했다.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아랍연맹 사무총장의 중재로 이집트 카이로에서 만난 이들은 유엔과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제안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살펴보기 위해 기술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2019년 LNA가 수도 트리폴리 장악에 실패한 후 양측은 2020년 10월 유엔의 중재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휴전 협정에 서명했고, 이어 열린 중재 회의에서 선거 일정에 대한 합의도 이뤄졌다.

이후 국제사회의 후원 속에 2021년 12월 치르기로 한 대선과 총선은 준비 부족과 폭력 사태 등으로 불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