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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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이자 세액공제, 보육 보조금 등을 담은 내년도 예산 제안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부자 증세를 통해 재정 절벽을 대비하고, 복지 정책을 늘리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재대결을 맞아 차별화된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백악관은 의회에 2025년(회계연도) 연방 예산 제안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백악관이 이날 공개한 내년 예산안은 구체적 세목이 아니라 내년부터 10년 간의 경제 추이를 바탕으로 장기 재정 계획을 밝히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의 기본 틀을 구축한다.

상하원 의회는 백악관의 제안서를 참고한다. 구체적인 연방 예산 규모는 의회 내 12개 예산 분과 위원회가 장기간 토론을 거쳐 책정한다. 내년 예산안이 통과하려면 올해 10월 1일까지 예산법이 통과해야 한다.
내년 예산안 공개한 백악관, 바이든 2.0 비전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제안서를 제출하며 서한을 통해 "우리 행정부는 취임 첫 날부터 큰 진전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할 일이 많다"며 "내년 예산은 그 약속을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은 예산안은 주로 사회보장지출 확대와 부자 증세를 추진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우선 백악관은 내년 재량 지출 규모를 6710억달러로 책정했다. 재량지출은 행정부가 정책 의지에 따라 재량을 갖고 편성할 수 있는 예산안을 뜻한다. 이를 활용해 사회보장성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은 모기지 이자율이 치솟는 상황을 감안해 세액 공제 혜택을 확대한다. 영유아를 둔 부모에겐 육아 보조금을 지원한다. 또 처방약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예산도 별도 편성할 방침이다. 이 밖에 주택 가격이 평균값을 밑도는 200만 가구의 주택 신축 비용 등을 보전하기 위한 예산도 2850억달러가량 배정한다.

백악관은 이러한 지출안을 유지하기 위해 '부자 증세'를 추진할 방침이다. 연소득 4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의 메디케어 보험료를 인상하고, 자산 1억달러 이상 억만장자에 연 25% 가량 자산세 명목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게 골자다. 법인세 최고구간도 기존 21%에서 28%로 올린다. 대기업 최저세율도 21%로 인상한다.

증세를 통해 재정적자를 감축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예산안을 통해 올해 재정적자 추정치인 1조 8600억달러가 내년에는 1조 7800억달러로 줄어든다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다만 부자 증세로 세수 확보를 하더라도 막대한 지출 탓에 정부부채는 28조달러에서 2034년 45조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백악관이 내놓은 예산 제안서는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원의 다수를 장악한 공화당은 이미 지난 7일 14조달러 가량의 정부 부채를 10년 간 감축하는 자체 예산안을 발표한 바 있다. 사회복지성 예산을 줄여 균형 재정을 달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민주당 내 보수 성향 의원들도 이번 예산안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 통과가 어려운 상황에서 예산안을 내놓은 것은 정략적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한려는 취지다. 대규모 사회복지정책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을 통해 표심을 끌어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이크 존슨 공화당 하원의장은 성명문을 통해 "무분별한 지출에 대한 끝없는 욕심이 보인다"며 "재정 책임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