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소설가] 독일 폐허문학의 대가…하인리히 뵐
1939년 독일 쾰른대 독문학과에 입학한 하인리히 뵐은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군에 징집됐다. 싸울 의지는 없었다. 전쟁 중 부상을 당해 야전병원 생활을 하기도 하고, 꾀병과 서류 조작으로 탈영을 꾀하기도 했다. “무의미한 전쟁을 위해서 죽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와 ‘전쟁에서 본 것’과 전후의 ‘폐허’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1949년 첫 소설 <열차는 정확했다>가 나왔다. 1953년 출간한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로 작가적 위상을 공고히 했다.

그는 전후 독일 사회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로 자리했다. 물질주의로 인한 도덕성 결여를 지적했고, 가톨릭교회의 부패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1959년 발표한 <9시 반의 당구>에선 과거를 망각하고 재무장을 논하며 이윤 추구와 소비 조장만으로 치닫는 독일 사회를 꼬집었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언론의 횡포에 사회적으로 매장돼 가는 한 무고한 여성을, <신변 보호>는 환경 문제를 다룬 소설이다.

뵐은 1967년 독일 최고 권위 문학상인 게오르크 뷔히너 상을, 1972년엔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열성적으로 작품 활동과 사회 운동을 펼치던 그는 1985년 동맥경화로 67세에 세상을 떴다. 사후 쾰른 문학상은 하인리히 뵐 문학상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쾰른 루트비히 박물관의 광장도 그의 이름을 땄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