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리단길’은 이제 전국 어디에나 있다. 이 요상한 신조어가 서울 이태원의 경리단길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요즘 뜬다, 사람들로 붐빈다, 인스타 인증샷을 찍기에 좋다 싶은 가게들이 모여들고 골목이 형성되면 으레 붙는 이름이다. 그러다보니,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 곳, 원래의 지역색을 잃은 곳, 주민들은 다니지 않는 뜨내기 골목이라는 비판적인 시선도 뒤따른다.

경주시 황남동의 ‘황리단길’은 조금 다르다. 첨성대와 대릉원 사이, 관광객이 밤낮으로 북적이는 곳이지만 ‘경주의 정신’을 한 잔에 담아내려는 카페들이 있다. 아무리 붐벼도 사장님이한 잔씩 느리지만 정성을 들여 커피를 내리는 곳, 지역의 어르신과 젊은 여행자들이 나란히 앉아 아인슈페너를 마시는 곳, 경주의 능을 접시 위에 담아내는 곳… 경주는 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기보다는, 두 발로 걷고 자전거를 타며 느릿느릿 여행하는 것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커피 한 잔을 즐기며 천년의 세월을 품은 둥그스름한 고분처럼 한 템포 느리게 숨을 쉬어보자.
경북 경주 카페솔
경북 경주 카페솔
카페솔
#아이스크림라테 #마당있는집
경북 경주시 포석로1092번길 62-8
경북 경주 향미사
경북 경주 향미사
향미사
#선물하고 싶은 원두 #경주 소품 편집숍
경북 경주시 태종로 734
경북 경주 삼덕커피
경북 경주 삼덕커피
삼덕커피
#토이스토리 마니아면 필수 #캐릭터 소품 #과소비 주의
경북 경주시 금성로 246
경북 경주 설월
경북 경주 설월
설월
#대릉원타르트 #예뻐서 어떻게 먹지 #한국식 정원
경북 경주시 첨성로 81번길 22-13
경북 경주 한성미인
경북 경주 한성미인
한성미인
#갤러리 카페 #유유자적 조용한 카페
경북 경주시 포석로1050번길 39-6
경북 경주 고도
경북 경주 고도
커피플레이스
#경주의 사랑방 #로컬카페 #스몰토크 환영
경북 경주시 중앙로 18
경북 경주 봄날
경북 경주 봄날
대릉원을 테이블로 옮긴 곳이 있다. 카페 설월이 그 주인공. 이곳의 ‘대릉원 타르트’는 말 그대로 대릉원을 모티프로 만든 디저트로, 손바닥만 한 초록색 고분이 신라 토기를 재현한 그릇에 담겨 나온다. 그런가 하면 병아리색의 유자 타르트는 봄이면 들꽃이 흐드러지는 경주의 들판을 꼭 빼닮았다. 이렇듯 디저트의 아기자기한 모양새 때문에 타르트를 받아든 손님들은 ‘이걸 어떻게 먹느냐’며 끙끙 앓는 소리를 내곤 한다.

카페 한쪽 벽면에는 작게 한국식 정원을 꾸며두었는데, 마치 산수화의 한 장면처럼 근사하다. 이렇듯 남다른 미감의 비결은 김태호 대표. 조경을 전공한 그는 맛과 비주얼에서 전통을 지키면서도 감각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치열한게 연구했다. 진참깨라떼·증편파니니·팥크림쑥떡플 등 경주 지역의 농산물을 활용해 개발한 메뉴는 이렇게 탄생했다.
경북 경주 커피플레이스
경북 경주 커피플레이스
황리단길에서 ‘커피 잘한다’는 곳들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속도가 느리다는 것. 대표가 직접 한 잔씩 커피를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두를 갈고, 저울에 용량을 달아 드리퍼에 담고, 온도를 체크하고, 맛을 보는 과정이 얼마나 신중한지 평생 이 일을 해온 장인의 움직임을 보는 것만 같다. 1분이면 주문에서 테이크아웃까지 끝나는 것은 다른 동네 이야기다.

커피 맛에 대한 자부심도 남다르다. 오래된 건물의 외관을 그대로 살려 ‘경주체육관’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향미사에서는 직접 로스팅한 다양한 원두를 맛볼 수 있다. 단일 원두로는 7종, ‘균형’ ‘단아’라는 이름을 붙인 블렌딩 원두 2종까지, 다채로운 커피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원두와 드립백으로도 판매하고 있는데, 커피의 맛과 경주의 느낌을 조합한 패키지가 예뻐 선물하기에도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