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년 안에 9만원 간다"…'반등 임박' 전망 [한국증시 2.0: K프리미엄으로①]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주요 선진국 증시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한국 증시는 부진의 늪을 헤매고 있다. 우리 시장의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때문이다. 이는 국내 개인 투자자 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겠다는 발표한 후에도 우리 증시는 'K 디스카운트'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 증시를 한 단계 뛰어넘어줄 '한국증시 2.0'을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 한경닷컴은 'K 디스카운트' 해소를 넘어 'K 프리미엄'으로 갈 수 있는 방안을 전문가들과 함께 제시한다. 정책, 전망, 행동주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스몰캡, 펀드, 연금 등 다양한 분야에서 7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국내 시가총액 대장주인 삼성전자 실적이 개선되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효과를 발휘하면 연말까지 코스피는 최대 3100까지 오를 겁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 수급까지 받쳐주면 내년 상반기에는 전고점인 3300 돌파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는 한경닷컴과 인터뷰에서 세계 증시와 달리 국내 증시만 부진한 이유에 대해 "기업 실적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증시도 결국 주도주인 엔비디아 실적 동력(모멘텀)으로 오르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 세계 증시가 '실적 장세'라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분류되는 박 대표는 한화자산운용, 인피니티투자자문 등을 거친 뒤 2021년 체슬리투자자문을 설립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이 폭락했을 때 처음으로 그해 여름 코스피 3000 돌파를 예측해 여의도에서 '동학개미의 스승', '갓세익(갓+박세익)'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박 대표는 올해 코스피가 미국의 첫 번째 금리인하 시점 직후, 그리고 오는 11월 미 대선 직전에 변동성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박 대표는 "코스피 3000은 지수가 높아 보여도 2650에서 10%만 올라도 2900이고, 14%가 오르면 3000을 넘는다"며 "최근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가파르게 유입되고 있는 외국인 매수세까지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차기 고대역폭메모리(HBM) 신제품의 연내 본격 양산이 다가오기 때문에 주가가 곧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대해서도 "페널티(벌칙)가 아니라 인센티브(유인책)가 중심이 돼야 한다"며 "대주주에 대한 상속·증여세 완화가 핵심"이라고 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가 한경닷컴과 인터뷰 하고 있다. /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가 한경닷컴과 인터뷰 하고 있다. /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미 금리 인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데.

"올 6월 금리 인하가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한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전부터 꾸준히 언급하던 실업률 등 인플레이션 지표가 양호하게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도 6월 인하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점치고 있다. 다만 더 중요한 건 금리 인하 후의 주가 향방이다. 통상 금리를 인하하기 직전까진 주가가 지지를 받지만, 막상 인하 후엔 조정을 받는다. 2019년 8월에도 첫 금리인하 직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크게 밀렸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첫 금리인하 후 시장이 놀라면서 주가가 일시적으로 출렁일 수 있다. 하지만 기업 실적이 꺾이지 않고 실업률이 안정적이라 바로 회복할 것으로 본다. 물론 미국 대선이 있기 때문에 정책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은 변수로 남아있다."

▷미 대선이 국내 증시에 어떤 변수가 될까.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국내 증시 전망이 정확히 들어맞진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자국 기업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미국 기업이 아니면 사실상 세계 시장에서 대부분 불리해진다. 특히 바이든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라 전기차 관련 업종 피해도 일부 예상된다.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30% 감소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렇다고 서학개미(미국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트럼프 리스크' 때문에 미국 주식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업별, 섹터별 영향이야 있겠지만 대선 결과가 큰 틀에서 엄청난 산업적 변화를 끌어내긴 어렵다. 트럼프가 전통산업 강화를 외치지만 테슬라도 트럼프 집권 시기 흑자로 전환하고 주가도 20배 올랐다."

▷코스피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데.

"코스피뿐만 아니라 코스닥도 지난해 7월 고점 대비 10%가량 빠진 상태다. 이건 실적 모멘텀이 부재한 탓이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는데, 이 회사가 코스피 시가총액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20%다.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결국 삼성전자가 실적 모멘텀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언제쯤 반등하나.

"삼성전자는 올 1분기부터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이 날 것으로 본다. 하반기로 갈수록 수익성이 더 개선될 것이다. 이때 확실한 실적 모멘텀이 나타나면 주가가 본격적으로 오를 수 있다. 특히 미국이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미국 정부는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TSMC를 제외한 파운드리 업체에 현지(미국) 생산능력을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정책 기조의 최대 수혜를 입는 기업이 될 것으로 본다. 1년 안에 주가가 9만원까지 무난하게 갈 것으로 예측한다. 주가 상승은 임박했다고 본다. 시총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오르면 당연히 코스피도 덩달아 반등한다. 올 연말까지 2500~3100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면 2021년 6월 전고점인 3310도 넘어설 수 있다."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가 한경닷컴과 인터뷰 하고 있다. /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가 한경닷컴과 인터뷰 하고 있다. /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증시 점프업 가능할까.

"일단 정책이 제대로 작동할 가능성은 70%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기업 가치를 기업이 스스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채찍보다 당근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올 초 밸류업 정책 계획을 발표한 후 외국인 매수세가 크게 늘었다. 과거 우리나라 증시는 항상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고, 기관과 개인이 주식을 팔 때 랠리를 해왔다. 지금 흐름대로면 내년 상반기 오버슈팅(일시적 폭등)이 나오는 장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인센티브는 대주주에 대한 상속세와 증여세 완화 조치까지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지금까지 대주주가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노력하지 않은 이유는 세금 때문이었다. 증여세가 60%(상속세율 최고 50%에 최대주주 할증 20%) 수준인데 어떤 대주주가 기업 가치를 일부러 올려서 세금을 더 내겠나. 현재로선 월급이랑 배당 받으면서 적당한 주가 수준을 유지하는 게 낫다. 정부 입장에선 세율을 낮춰도 기업 가치가 오르면 전체적인 세수(세금 수입)에선 큰 차이가 없다. 때문에 '부자감세 논란'도 피할 수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에 대해선 차등 세율을 적용하면 기업들이 PBR을 끌어올리게 되는 유인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속세 완화로 대주주들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나서게 해야 한다."

▷코스닥은 2차전지 외에 재료가 없어보인다.

"코스닥은 홀수 연도에 들어가고, 짝수 연도엔 나와야 하는 게 통설이다. 실제 1998년 이후 짝수년도 평균 수익률은 -17.5%였던 반면, 홀수 해엔 40%가 넘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짝수 연도에 치르는 미국의 중간선거와 대선 그리고 중요한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영향을 준다. 실제로 코스피는 52주 신고가를 내면서 우상향하는데, 코스닥은 지난해 고점 대비 10% 빠진 상태에서 쐐기형 차트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주가가 오르려면 역시 기업 실적이 재료로 필요한데 시총 상위 종목이 다 2차전지다. 2차전지는 당장 실적 모멘텀이 없다. 중국 전기차 시장도 부진해 이익을 내기 어렵고,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 전기차 시장도 성장세가 더 둔화할 수밖에 없다. 코스닥은 올해 15% 정도까진 시장 조정이 있을 것을 본다. 미국 대선이 있는 10~11월 초까지 코스닥은 부정적으로 전망한다."

▷2차전지 반등 기회가 있나.

"개인적으로 중국과 1, 2등을 겨루는 업종엔 투자하지 않는 편인데 2차전지가 여기에 속한다. 무엇보다 기술 자체가 엄청나게 대단한 기술이라고 보기 어렵다. 양극재 핵심 전구체도 중국 업체가 다 생산하고 있지 않나. 아마 올해 9월 내지 10월까진 주가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도 지난해 고점 대비 50%가량 빠진 상태인데 아마 추가로 30%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그때까진 다소 충격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그렇게 수급이 어느 정도 정리된 후에야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말고 주목해야 할 업종은.

"중국 소비력이 급격히 회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소비 관련주가 오를 수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중국 소비력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다. 여기에 2020년 6월 홍콩보안법, 2022년 11월 시진핑의 3연임 통과 등 정치적인 이유로 코로나 봉쇄가 더 연장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올 들어 소비력이 회복되고 있다. 지난 4~5년간 갇혀있었던 이연 수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본다. 아마 올해엔 2019년 수준까지 소비력이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국 시장에서 지배력 있는 국내 임플란트 업체 주가가 크게 뛸 수 있다. 현재 인구가 15억명에 달하는 중국 내 임플란트 식립률은 0.2%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 우리나라 만큼 고령화되면서 잠재 소비자도 넘친다. 또 중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뷰티업종도 주가 전망이 밝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이 부각되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엄청난 유동성이 풀리면서 자산 가치가 전체적으로 올라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상화폐 가격에도 소위 말하는 인플레이션이 적용된 것이라 본다. 다만 지금처럼 금리를 올려놓으면 거품이 있는 시장에선 반드시 구조조정이 일어난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테라, 루나 등 코인이 퇴출당하고 거래소도 몇 곳 문을 닫았다. 다만 비트코인의 경우 올 4월 반감기를 고려하면 현재 강세는 내년까진 이어질 것으로 본다."

노정동/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한경닷컴은 심층기획 3편 '한국증시 2.0: K프리미엄으로'를 총 7회에 걸쳐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