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현재 시점에서 최소 10% 이상 과대 평가돼 있습니다. 반대로 코스피지수는 과소 평가돼 있고요. 올해는 미국 주식이 아니라 한국 주식을 사는 게 낫습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국내 증시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며 이같이 답했다. 김 교수는 "미국 증시가 연일 신고가를 돌파하고 있지만 이를 주도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올해는 미국보다 국내 주식을 살 때"라고 강조했다.

'닥터 둠'(Doom·파멸)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김 교수는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냉정하게 증시를 분석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과거 정보통신(IT) 버블붕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여러 차례 증시 대폭락을 앞장서 예견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는 지표를 활용한 본인만의 예측 모델을 통해 증시를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김 교수조차도 올해 코스피가 3000선까지는 무난하게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 여러 거시경제 지표를 보면 현재 코스피의 적정 주가는 3170 수준"이라고 밝혔다. 증시 '점프 업' 방안에 대해서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화폐단위 변경)'을 제안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가 한경닷컴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가 한경닷컴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미국 기준 금리, 언제쯤부터 인하될까.

"일단 인플레이션은 어느 정도 잡히고 있다고 본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중요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 중후반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여기에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도 2% 초반대다. 여기에 고용 지표까지 양호하다면 금리 인하는 빠르면 5월, 늦으면 6월 중으로 시작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인하폭은 0.25%씩 올해 총 4번 정도로 본다."

▷AI 반도체 앞세운 미 증시 상승세가 무섭다.

"지금 미국 증시는 거품이 껴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명목 GDP와 소매 판매, 고용률 등 지표를 가지고 평가해보면 지금 S&P500 지수는 4500 정도가 적정 수준이다. 약 10~15% 정도 과대 평가된 셈이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AI 혁명'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데 이 역시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과연 1990년대 'IT 혁명'처럼 산업 현장에서 생산성을 의미있게 증가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1980년대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의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은 1.5%였다. 그런데 IT 열풍이 불던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증가율은 2.9%로 확 뛴다. 무려 2배나 차이가 난다. 당시 주가가 오르고 경제가 고성장하면서 '신경제'라는 말도 생겼다. 다만 2008년부터 지난해까진 1.5%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건 AI 혁명이 어떤 식으로 전체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지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생산성은 그대로인데 주가가 이렇게 많이 오른다면 분명한 거품이다."
미국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추이.  /그래픽=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미국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추이. /그래픽=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올해 미국 주식에 투자한다면 어떤 점을 주시해야 하나.

"주가는 미국 경기를 반영한다. 경기는 곧 소비 수준이므로 항상 소비 관련 지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미국 경제가 성장세에 있는 것은 맞다. 지난해 2.5%나 성장하고, 올해 전망치도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저축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니 그만큼 쓸 돈이 적다는 의미다. 실제 중간 가구 실질 소득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낮은 저축률은 궁극적으로 소비력을 발목 잡는 요인이 된다. 소비가 줄면 기업 실적이 악화하고, 고용률도 하락하는 악순환 사이클이 생겨날 수 있다. 이 같은 추세가 더 강해지면 미국 경제가 2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미 대선, 국내 증시에 유불리 있나.

"국내 코스피에 국한해서 본다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되는 게 전반적으로 유리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은 중국과 마찰을 빚어 경제 불확실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증시가 아니라 산업별, 종목별로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두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개별적으로 크고 작은 영향을 받게 된다. 예컨대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방위산업은 오히려 더 유망해진다. 최근 수출입은행도 자본금 한도를 크게 늘렸고, 국제적인 갈등이 호재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업황도 더 나아질 수 있다."

▷올해 코스피 어떻게 움직일까.

"지금은 미국 주식보다 국내 주식을 사야 할 때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 지수를 평가할 때 사용한 지표를 그대로 사용하면 국내 증시가 상승 여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명목 GDP 성장률 전망치 4%, 실질 GDP 성장률 2.1%, 물가 상승률 2% 등 여러 지표를 고려한 코스피의 현재 적정 주가는 3170이다. 내일 당장 이만큼 오른다는 뜻이 아니다. 결국 계산대로 지수는 그 수준까진 접근해갈 것이란 의미다."

▷시기가 중요한 것 같다.

"1년 반 이내엔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당장 다음 달 25일 1분기 GDP 속보치가 발표될 예정이다. 그 지표가 경기 회복 신호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한다. 또 최근 자금 이동을 보면 돈이 정기 예금에서 많이 빠져나오고 있다. 지난 2년 동안은 금리가 높아서 은행 예금으로 자금이 많이 몰렸다. 그런데 최근 통화 동향에 따르면 정기 예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자금이 단기 예금 쪽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이런 돈들은 주식 등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언제든 이동할 수 있다. 결국 양호한 경제 지표와 수급이 상승동력(모멘텀)인 셈이다. 2021년 4월 코스피가 3300까지 올랐을 때도 같은 방식으로 40% 과대 평가됐다고 지적했었다. 결론적으로 그 계산이 맞지 않았나. 일본 닛케이 지수도 같은 기준으로 4만1000을 넘어서면 과대 평가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코스피 강세를 이끌 주도주는 어떤 종목일까.

"반도체주가 한 번 더 도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에선 반도체를 제외하면 주도주가 되기 어렵다. 특히 코스피가 3000을 돌파하려면 삼성전자가 무조건 올라줘야 한다. 물론 지난해엔 자동차 수출이 호황이었지만 올 2월 수출 통계에 따르면 수출량이 감소세로 전환됐다. 반면 반도체 비중은 느는 추세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가 한경닷컴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가 한경닷컴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2차전지주에 다시 한번 기회가 올까.

"2차전지주는 단기적으론 크게 반등할 기회가 없어 보인다. 다만 지금 주가가 저렴한 것은 사실이다. 상승 모멘텀이 앞으로 전무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수준으로 반등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적어도 올해는 아닐 것이다. 2차전지는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주주환원율이 낮은 데서 기인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지난 10년 국내 상장사들의 주주환원율은 29% 수준이다. 미국은 92%, 중국마저도 32%다. 이번 밸류업 취지는 간단하다.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을 늘려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국내 상장사 주가 좀 높이자는 것이다. 다만 강제성을 띤 정부 정책을 통해 기업 가치를 올리기보단 오히려 민간 주도로 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실제 일본 밸류업 정책도 실질적으론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주도했다. 우리나라도 한국거래소나 금융투자협회, 상장회사협의회 같은 곳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밸류업 정책에 성실히 참여한 기업에 대해 법인세 인하라는 인센티브가 있을 것이란 전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정부 부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이다."

▷최근 코스피 외국인 매수세는 밸류업 때문인가.

"일단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원화가 너무 싸서 당장 한국을 사긴 사야 한다는 심리가 깔린 것 같다. 그렇다면 밸류업과 상관 없이 주가 상승 여력이 큰 저PBR 기업부터 사는 건 당연하다. 올해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2조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이 매물은 개인과 기관이 대략 절반씩 판 것이다. 주식 저평가만큼이나 원화 가치 저평가도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이 역시도 밸류업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업종별 주가추이.  /그래픽=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업종별 주가추이. /그래픽=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국내 증시에서 주목해야 할 종목은.

"은행주를 눈여겨 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저PBR주 수혜로 이미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상승할 것을 고려하면 지금도 저렴하다고 본다. 게다가 주가 변동폭이 적고 배당률이 높다. 오죽하면 예금 금리보다 배당 수익률이 더 높으니 은행 가서 저축하지 말고 은행 주식을 사라고 하겠나."

▷반대로 투자에 유할 종목이 있다면.

"보험주 투자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저PBR주로 같이 묶여있지만, 장기적인 성장성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최근 가계 금융자산 중 예금보험과 연금 비중이 지난해 3분기 기준 27%까지 떨어졌다. 한때 32%였지만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또 지난해 1~11월 간 보험 계약을 해지한 금액만 42조원에 육박한다. 젊은 사람들이 과거보다 보험을 덜 드는 영향도 있지만 그만큼 먹고 살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생명보험뿐만 아니라 손해보험도 자산이 빠르게 줄고 있다."

▷획기적인 증시 '점프 업' 방안 있을까.

"과감하게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화폐가치 변동 없이 액면가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가치는 그대로 두고 거래단위를 낮추자는 것이다. 1달러에 1300원대는 너무 높다. 만약 화폐 단위를 낮추면 내수 부양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0'이 몇 개 빠지는 것만으로도 일시적으로 자산 가격이 싸 보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부분 자산 가치가 오르면서 내수가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실제 1962년 리디노미네이션(10원→1원)을 감행한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 GDP는 6000배 이상 커졌고, 국민들의 순자산은 2경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젠 경제 성장이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정부는 '내수 부진'이란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고민해볼 시기다."

▷비트코인 사상 최고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가상화폐 가격을 결정하는 건 달러 지수와 미국 금리다. 두 가지가 떨어지면 코인 가격이 오른다. 실제 비트코인은 2008년 미국 발(發) 경제위기가 온 이듬해에 등장했다. 이는 더 이상 달러를 믿지 못하겠다는 기류에 따른 결과가 아니겠나. 개인적으로 달러 가치는 중장기적으로 점차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 중앙은행도 달러 보유 비중을 낮추고 있다. 2020년 71%에서 최근 59%로 떨어졌다. 탄탄한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당연히 자산은 가상화폐로 몰리게 된다. 지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코인은 적정 가격도 없다. 얼마나 올랐고, 앞으로 얼마나 오를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추세가 확실히 상승세인 것은 맞다."

노정동/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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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스피 3000' 간다…닥터둠 "저축 말고 이걸 사라" [한국증시 2.0: K프리미엄으로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