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터 소관 부서 '비상'…내부 법률 검토도 병행
은행권, ELS 자율배상 시뮬레이션 돌입…확정까진 난항 예상
시중은행들은 11일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기준안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투자 손실의 최대 100%까지 배상하도록 한 당국 기준안을 애초 예상했던 수준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대응 방안을 놓고 부심하는 모습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 브리핑 내용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대응을 논의하기 시작한 단계"라며 "구체적인 자율 배상안을 도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당국에 따르면 H지수 ELS는 은행 판매 규모만 15조4천억원에 달한다.

지난 1∼2월 만기가 도래한 1조9천억원 가운데 1조원의 손실이 확정됐다.

이 ELS에 가입한 은행 고객 계좌가 24만3천개에 달하는 만큼 개별 사례에 대해 판매사인 은행과 투자자인 고객의 책임을 얼마씩 반영하느냐에 따라 배상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각 배상 비율 산정에 따른 전체 배상 규모와 올해 실적에 미칠 여파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에 돌입했다.

임의적인 자율배상이 배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일부 우려 등을 의식, 당국 기준안에 대한 내부 법률 검토도 병행하는 분위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사례에 맞춰 기본 배상 비율과 투자자 고려 요소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며 "추가로 종합적인 법률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8일 H지수 ELS를 판매한 주요 은행 수석부행장들을 불러 이날 발표된 분쟁조정기준안 내용을 사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부행장들은 즉시 내부 회의를 소집해 당국 설명을 공유하고, 소관 부서를 중심으로 향후 대응 방안을 숙의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소비자나 상품 관련 부서 직원들이 각각 당국 기준안을 분석하기 위해 주말에도 출근했다"고 전했다.

은행별로 자율배상 기준을 마련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상 고객 수가 많고,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계좌도 상당수가 있기 때문에 실제 고객들에게 배상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판매 규모나 고객이 많을수록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자체 시뮬레이션과 법률 검토 등을 토대로 배상안을 이사회 안건으로 부의, 의결해야 하는데, 마침 사외이사 교체 시기라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자율배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인식도 공유하고 있다.

비협조적인 태도를 고수할 경우 당국으로부터 철퇴를 맞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렸다.

금감원은 이날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하면서 "위법 부당행위에 대해 엄중히 조치하되 고객 피해배상 등 사후 수습 노력은 참작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