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가 올 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한 전기차 출시 행사에서 한 관람객이 중형 전기 세단 ‘실(Seal)’을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가 올 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한 전기차 출시 행사에서 한 관람객이 중형 전기 세단 ‘실(Seal)’을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전기차의 공습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비야디(BYD)는 점점 더 세질 것이고, 지리 등 다른 중국 자동차업체들도 (세계 시장 공략에) 가세할 테니까요.”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순위를 살펴본 국내 자동차업계 고위 임원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공략 속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라서다. 낮은 가격에 높은 품질, 고급스러운 디자인 등 삼박자가 갖춰지면서 중국 전기차는 이제 ‘내수용’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머지않은 시기에 글로벌 무대에서 현대자동차·기아 등과 직접 경쟁하는 상대가 될 것이란 얘기다.

‘가성비’로 시작, 품질도 인정받기 시작

62%. BYD의 지난해 판매 증가율이다. 대부분 10%에 못 미치는 글로벌 톱10 업체는 물론 ‘잘나간다’는 테슬라(36%)도 압도하는 수치다.

폭풍질주 BYD "올해 400만대 팔 것"…혼다·포드도 떨고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BYD의 보급형 전기차 ‘시걸’ 가격은 9695달러다. 전기차를 1만달러 밑으로 판매할 수 있는 대형 자동차업체는 전 세계에서 BYD뿐이다. 경쟁사들보다 생산 비용을 최대 30% 낮출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덕분이다. BYD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부터 차량용 반도체, 소프트웨어까지 전체 부품의 75%를 자체 생산한다. 차량 본체와 배터리,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전력 전자장치 등을 하나로 통합한 셀투보디(CTB) 기술을 처음 상용화한 곳도 BYD다.

작년부터 판매가 급증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서 BYD의 생산단가는 더 떨어지고 있다. BYD가 올 상반기 배터리 가격을 작년보다 10% 낮추고, 하반기에 한 번 더 10%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한 배경이다. 전기차 값의 40%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면 BYD는 전기차 가격을 또다시 낮출 여력이 생긴다.

품질과 디자인이 좋아진 것도 판매량 확대에 한몫했다. BYD의 수직계열화 전략은 생산단가 하락뿐 아니라 품질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줬다. BYD는 폭스바겐그룹에서 디자인을 담당했던 볼프강 에거를 2017년 영입해 BYD의 패밀리룩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10년 전 했던 방식이다.

세계 곳곳에 진출…“올해 400만 대”

BYD는 올해 판매 목표를 작년보다 30% 높은 400만 대로 잡았다. 생산 목표는 420만 대로 설정했다. 업계에선 지난해 목표(300만 대)를 초과 달성한 BYD가 올해도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초과 달성을 예상하는 데는 몇몇 근거가 있다. BYD가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게 첫 번째다. 2021년 해외로 눈을 돌린 이 회사는 59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지난 1월 말 우즈베키스탄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한 BYD는 태국, 브라질, 헝가리에도 공장을 짓고 있다. ‘동남아시아 전기차 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태국 공장은 연내 완공된다. BYD는 연내 한국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 번째는 BYD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브라질에선 지난해 하반기 5개월 연속 전기차·하이브리드카 1위를 차지했고 태국과 싱가포르, 콜롬비아에선 지난해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현대차와 기아에 중국 전기차의 공습은 상당한 위협이다. 이스라엘의 경우 지난해 BYD가 진출하자 현대차와 기아 판매량이 각각 2%와 14% 줄어들었다. BYD는 중국 외 시장 판매량을 2022년 5만5656대에서 지난해 24만2759대로 4배 이상으로 늘렸다. 한 완성차 업체 최고경영자(CEO)는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는 배터리 등 기본 성능 외에 디자인도 뛰어나다”며 “이대로면 몇 년 안에 중국 업체 2~3곳이 글로벌 톱10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