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격전지 르포] 안철수·이광재 격돌…분당갑 민심 어디에

'대권경쟁 경험' 安 "연고 있나"…'친노 핵심' 李 "한일 있나"
제3지대서 도전장 낸 개혁신당 류호정 전 의원 선전 여부도 관심

"이곳에서 여러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국민의힘 안철수), "국정 경험 있는 실용주의자입니다"(더불어민주당 이광재)
4·10 국회의원 선거가 3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당 공천을 받은 후보들이 얼굴 알리기에 적극 나서면서 경기 성남 분당갑 지역 선거 분위기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분당갑은 현 지역구로 조정된 2000년 16대 총선 때부터 치러진 7차례 총선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승리한 건 2016년 20대 총선 한 차례에 불과한 현 여권의 초강세 지역이다.

다만, 이번 총선의 경우 IT 기업이 몰려 있는 판교에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된 데다가 지지 정당을 밝히지 않는 중도층이 적지 않아 표심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0일 현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양당 후보는 확정됐지만,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주민들의 관심도는 아직 높지 않은 양상이다.

분당갑 선거구에는 국민의힘에서 안철수(62) 현 의원, 더불어민주당에서 이광재(59) 전 국회 사무총장의 공천이 확정됐다.

각 당으로부터 안 의원은 단수공천, 이 전 총장은 전략공천을 받았으며, 모두 국회의원 '4선 고지'에 도전한다.

앞서 세 차례 대권에 도전했던 안 의원은 19·20대 국회의원 선거 때 서울 노원병에서, 21대에는 분당갑에서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하는 등 친노계 핵심 인사로 꼽히는 이 전 총장은 17·18대 때 강원 태백·정선·영월·평창에 이어 21대 때 원주갑으로 지역구를 옮겨 당선됐으나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강원도지사 선거를 위해 중도에 사퇴한 바 있다.

두 거대 양당 후보 외에 제3지대 정당인 개혁신당에서는 류호정(31) 전 의원이 도전장을 낸 상태다.

지난 6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야탑3동 도촌사거리 앞.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 점퍼 차림의 안 의원이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주부 김모(36) 씨는 안 후보에게 악수와 사진 촬영을 요청한 뒤 "요즘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 많다"며 "잘 살게, 잘 발전되게 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안 의원은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저는 돈 문제도 추문도 없고, 막말도 하지 않습니다.

보궐선거로 당선된 후 이곳에서 여러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라며 지역구 수성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호대기 중인 차량에 타고 있던 일부 시민은 창문을 내리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안 의원은 앞서 이날 오전에는 이매사거리에서 출근 인사, 선거사무소에서 '성남시 고도 제한 범대위 정책 협약식'을 했고, 운중동 산운마을 13단지 경로당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민주당 공천 논란에 관한 생각을 묻자 "친명(친 이재명)계는 좋은 곳으로, 비명·반명계는 사지로 보냈다"며 "이광재 후보도 피해자 중 한 분이다.

강원에서 여러 활동을 한 좋은 정치인인데 이 지역과는 연고가 없는 분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이 전 총장은 같은 날 분당구 서현역 출근 인사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그가 출근길 시민들과 악수하며 인사하자 일부 시민은 "일찍 나오셨네요"라며 반기거나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힘내세요"라고 응원했다.

회사원 황모(59) 씨는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어려운데 정부가 책임져야죠. 이광재 화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바쁜 출근 시간대여서 그런지 눈길을 주지 않고 지나치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이 전 총장은 "안 후보가 인지도는 있는데 지역에서 한 일이 없다는 게 단점"이라며 "저에 대해 아직 잘 모르겠다고 하는 분도 있는데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 강원도지사를 지낸 국정 경험 있는 실용주의자, 실력자다"라고 강조했다.

출근 인사를 마친 이 전 총장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전화인터뷰, 분당갑·을 민주당 후보 합동 재건축 비전 발표, 경로당 인사 등을 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국민의힘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한다는데 이런 국정 비전을 실천할 사람을 공천했냐. 기존 인물들 위주로 공천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안 의원과 이 전 총장의 공약은 아직 별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판교를 첨단산업 밸리로 조성, 조속한 재건축 추진, 3·8호선 등 지하철 연장 등의 핵심 공약은 대동소이하다.

두 후보의 양강 구도에 개혁신당 류 전 의원의 행보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1대 총선 때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류 전 의원은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의 길로 가고 있다"며 탈당을 선언하고 제3지대 신당에 합류했다.

그는 분당구를 '분당시'로, 판교동과 삼평동, 백현동, 운중동을 '판교구'로 개편하겠다고 공약했다.

지난달 28일 출마 선언 회견에서는 경쟁자인 안 의원과 이 전 총장을 겨냥해 "두 인물의 경력에서 '피크'는 한참 지났다.

분당이나 판교에 필요한 새로움과 참신함이 없다"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각 출마예정자의 적극적인 움직임에도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다.

IT회사에 다닌다고 밝힌 30대 박모 씨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 선거하면 그때마다 공약, 인물 보고 누구를 뽑을지 정했다"며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서현동 주민 이모(60) 씨는 "잘 살게 할 수 있는 그런 비전을 내는 사람을 뽑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