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한주 만에 반등…이차전지·제약 등 순환매 장세 연출
AI 열풍 주도한 엔비디아 주말 5.6% 급락…변동성 확대 가능성

코스피가 지난 8일 2,680대까지 올라선 데 이어 금주는 내친김에 2,700 고지를 점령할 태세다.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의 기세가 주춤해진 이후로도 반도체주를 필두로 이차전지주, 제약주 등이 바통을 넘겨받으며 반등의 모멘텀을 이어간 결과다.

관건은 투자심리 과열에 따른 경계심과 변동성 확대다.

글로벌 AI(인공지능) 열풍을 이끌어온 엔비디아는 지난주 말 주가가 5% 이상 급락하면서 과열을 우려하는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마켓인사이트] 2,700 고지 코앞인데…엔비디아 복병될까
10일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피는 전주보다 1.43% 오른 2,680.35를 기록했다.

1월 마지막 주부터 5주간 이어진 상승 랠리가 끊어진 지 한 주 만에 다시 재시동이 걸린 것이다.

1월 말 2,497.09로 2,500선까지 무너졌던 코스피는 2월 말 2,640선(2,642.36)을 회복한 뒤 3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게 됐다.

한 주간(4~8일) 업종별로는 기계(6.24%), 의약품(4.55%), 보험(4.25%), 의료정밀(3.99%), 금융업(2.61%) 등의 상승 폭이 컸다.

하락 폭이 큰 업종으로는 운수창고(-4.49%), 건설업(-2.99%), 섬유의복(-2.93%), 전기가스업(-2.66%), 서비스업(-1.26%) 등이 있었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3천310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3천424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 역시 404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8일 873.18로 전주보다 1.18% 오르며 코스피와 함께 반등했다.

지난달 26일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발표된 이후로도 저PBR주 모멘텀이 이어지고 있으나 기세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대신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미국발 AI 반도체 랠리가 국내 증시를 견인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 15만6천200원이었던 SK하이닉스 주가가 신고가를 거듭 경신하며 10.05% 올라 1주일 만인 지난 8일 17만1천900원에 도달했다.

여기에 외국계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이차전지주와 우주방산주, 제약주 등이 번갈아 힘을 내면서 코스피는 박스권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저항선인 2,700의 벽을 쉽게 넘지 못하고 있다.

[마켓인사이트] 2,700 고지 코앞인데…엔비디아 복병될까
코스피가 머지않아 2,700선을 돌파하고 장기 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2,700선까지는 이제 불과 20포인트(0.7%)를 남겨놓은 상태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약 2주간 횡보했으나 지난해 10월 저점보다 1월의 저점이 높아지는 등 장기적으로 매수세가 강화되고 있다"며 "2,700 돌파를 위해 단기·중기적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상승 국면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채권금리와 달러화가 하향 안정되는 가운데 중국 디플레이션 우려가 완화하고 경기회복 기대가 되살아날 경우 수출주와 성장주가 동반 반등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코스피가 2,700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체적으로는 외국인 수급이 견고한 반도체와 조선, 제약·바이오와 이차전지를 주목할 업종으로 꼽고, 이들 업종의 시가총액 규모로 볼 때 최근 코스피 상승이 단순 순환매 차원의 반등이 아닌 코스피의 레벨업이 될 것으로 이 연구원은 기대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 시그널이 부각되는 점은 증시에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며 "밸류업 관련 이슈가 장기적으로 추진되면서 저PBR에 대한 투심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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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과도한 낙관론에 대한 경계심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주 미국 증시는 금리인하 개시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에 신고가 행진에 다시 불이 붙는 듯 보였다.

그러나 주 후반(8일) 누적된 과열 부담 속에 선도주인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조정을 받았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한 주간 0.93% 하락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0.26% 내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주보다 1.17% 떨어졌다.

AI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8일(현지시간) 하루동안 5.55% 급락했으나, 주간으로는 6.38% 오르며 연초부터 9주 연속 상승해 주가가 거의 두배로 뛴 상태다.

미국 증시의 이런 움직임은 국내 증시에서도 경계심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경민 연구원은 "코스피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1차 정상화 목표치에 도달한 상황"이라며 "투자심리 과열이 지속되는 가운데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2,800선을 향한 흐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오는 20~21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과도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

금리 변동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국내는 이익 모멘텀 변화가 크지 않은 환경에서 좁은 박스권 흐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금주에는 12일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공개된다.

헤드라인 CPI는 전년 대비 3.1% 상승하며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어 CPI는 1월 3.9%에 비해 낮은 3.7%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수치가 이 같은 전망에 부합할 경우 물가 안정에 대한 안도감이 커질 수 있다.

이번 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12일 미국 2월 CPI
▲ 13일 한국 2월 실업률
▲ 14일 미국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
▲ 15일 미국 2월 산업생산,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