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형' 美 송환 피한 권도형…'40년형' 한국에서 재판받는다
수십조원 규모의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주범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사진)의 국내 송환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송환이 확정되는 즉시 권 대표 신병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피해자 일부는 권 대표의 ‘한국행’에 불만을 나타냈다. 경제범죄에 대한 국내 형량이 대체로 미국보다 낮다는 이유에서다.

8일 현지 보도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 대표에 대한 기존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으로의 송환을 결정했다. 현지 당국이 한국의 송환 요청서가 미국보다 먼저 도착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의 최종 승인이 이뤄지면 송환 절차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출국한 뒤 도피 생활을 하던 권 대표는 작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체포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몬테네그로 정부로부터 공식 통보는 받지 못한 단계”라며 “외교부 및 현지 당국과 협력해 인도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라·루나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부장검사 하동우)는 지난달 초 몬테네그로에서 권 대표의 측근인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송환해 재판에 넘겼다. 권 대표의 신병 확보 시 그동안 주범 없이 진행되던 재판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피해자 일부는 권 대표가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으로 송환되는 것에 반발했다. 미국은 개별 범죄의 형을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권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가 모두 인정되면 100년 넘는 형이 나올 수 있지만 국내 경제사범 최대 형량은 40년에 그치기 때문이다. 권 대표와 현지 변호인은 줄곧 국내 송환을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700여 명이 가입한 피해자 카페에서는 “암호화폐 범죄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한국에선 대폭 감형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송환이 옳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권 대표가 한국에서 형사재판을 받으면 추후 민사 소송을 통한 피해 보상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권 대표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상당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고, 검찰은 바이낸스 등 해외거래소에 권 대표의 암호화폐 지갑 동결을 요청한 적이 있다. 권 대표가 미국에서 재판받을 경우 국내 피해자들은 보상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